전체 글115 초라한 날개 옷이 날개라는 말. 한 사람의 옷차림은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품격과 인격의 상징이라 할 수 있기에 인간 생존의 필수적인 의, 식. 주. 세 가지 중에서 옷을 먼저 꼽았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수많은 동물들 또한 나름대로의 주거공간이 있고 먹이를 구하며 생존하지만 의복만큼만은 오직 인류의 전유물.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들 중에서 의복은 고사하고 나뭇잎 한 장 걸치고 다니는 동물은 전무하기에 그렇다. 불과 한 세기 전 만 해도 옷 한 벌 지어 입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옷 지을 가죽 구하기 위해 위험한 맹수를 잡아야 했고, 천 조각 한 뼘 얻으려 해도 먼저 농사짓고 길쌈하고 바느질까지 하는 수고를 해야 했기에 좀 괜찮다 싶은 의복들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신분을 나타내는 날개가 되는 건 당연했으리라.. 2024. 1. 19. 마지막 시험 그곳은 거의 변화가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들의 주업은 달걀과 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양계와 돼지 사육이었고 감 딸기 복숭아 같은 과일. 그리고 호박과 토마토 오이 고추 같은 채소 재배는 판매와 자가소비를 위한 부업이었다. 교통 요지도 못되고 별로 볼 것도 없는 한적한 그 마을에 한 젊은 신부님이 성당 주임으로 새로 부임해 왔다. 새로 온 신부님은 언제나 근엄한 자세로 일관하던 전임사제들과 모든 면이 달랐다. 기타와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고 스포츠에도 조예가 깊어 신자들은 물론이고 비신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 특히 마을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다. 신부님은 평일 날에도 성당을 개봉하여 동네아이들로 하여금 맘껏 놀게 해 주었고 장시간을 뛰어놀아 허기 진 아이들에게 잼 바른 빵과 우유를 .. 2024. 1. 18. 앵무새 습격 사건 매 아침 6:30에 시작되는 우리 내외의 아침 산책 코스는 집에서 나와 동네 뒷 산으로 향하는 길가를 따라 2km 정도를 걸어 산기슭 입구에 도달하면 다시 도로를 따라 왼쪽 방향으로 1km 더 걸은 후 그날 날씨와 몸 컨디션에 따라 완만한 비탈길 아래로 내려가다 집으로 되돌아오는 왕복 6km 길이의 코스를, 어떤 날에는 산기슭 오솔길로 진입해서 돌아가는 왕복 8km 코스를 번갈아 가며 삼 년째 걷고 있다. 차량 왕래가 적고 오가는 사람들 마저 한적한 산책로에서 마주치게 되는 이름 모를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산책 동료들과 아침마다 마주치게 되면서 그들의 몸 상태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고 제 집 앞으로 지나칠 때마다 짖느라고 정신이 없던 동네 개들로부터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우리 내외를 알아보고 짖는.. 2024. 1. 17. 타인의 시선과 관심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슬프고도 고달팠던 대다수 대중의 삶. 보릿고개로 표현되던 일 년 중 몇 달 동안은 삶이 아닌 생존을 이어가는 수준으로 추락하던 그 시절의 비참했던 삶은 현재 전체 한국인구 5천2백만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19%에 해당되는 일천만 산증인들 기억 속에 각인 돼 있다 사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이 그 기나 긴 시간의 공간 속에서 생존의 위협 없는 거주 환경 안에서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옷을 입고 제대로 된 성장과 활동을 하기에 부족함 없는 음식을 섭취하는 삶을 살았던 시대는 얼마나 됐을까? 보릿고개를 극복 한 사기로 알려진 1970년 이후 전 세계 10대 안팎의 높은 경제력을 자랑하는 요즈음 시대 말고 언제 또 있었을까? 과연 한반도 인류 출현 이래 일 .. 2024. 1. 16. 선물의 비밀 죠바니는 제노바 출신의 이태리 청년으로서 숱 많은 갈색 장발에 여자 못 지 않은 수려한 용모를 가진 청년이다. 예의 바르고 호탕한 면모도 있어 많은 여자들이 따랐는데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살아온 탓인지 세상 이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고 특히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는 독선적인 기질로 인해 남에게 상처 주는 일도 적지 않았다. 까만 흑발에다 우유같이 하얀 얼굴의 베로니카는 그녀 이전에 죠바니를 거쳐간 뭇 여성들과는 아주 다른 타입의 여성으로서 차분하면서도 매우 이지적인 성품의 소유자라서 첫사랑 죠바니가 자기를 버리고 다른 여성의 품을 찾아갈 때만 해도 그에게 매달리기도 했고, 그와 친하다는 이유로 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도 그이의 마음을 돌리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한번 돌아 선 연인의 마음은 변할.. 2024. 1. 15. 거북이 전설 평생토록 무거운 껍질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거북이. 수족이 많이 짤막해서 걸음마 또한 느릴 수밖에 없었고 주름살만 많은 모가지는 그렇지 않아도 초라한 거북이의 자태를 더욱 볼품없게 해 주었다. 어쩌다 손과 발을 잘못 디뎌서 홀렁 뒤집어질 때면 누구의 도움 없이는 원상태로 되돌려질 수 없는 아주 난감한 경우마저 당하다 보니 거북이들 대다수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중에는 심각한 우울증세가 원인이 되어 스스로 세상을 하직하는 경우마저 있었다는 비사가 거북역사책에도 나와있다. 사태가 그 지경에 이르자 종족의 미래를 심히 염려하는 몇몇 원로거북들이 모여 동족들 사이에 팽배한 굴절된 사고방식과 극심한 열등감을 퇴치하려는 의도에서 온 거북 무리들이 참여하는 거북 대잔치 체육대회 치르기를 결의하여 이듬.. 2024. 1. 8. 부엉이의 미소 평범치 않은 여성과 결혼함으로써 더욱 유명해진 친구. 그가 학창 시절부터 부엉이란 별명을 얻게 된 이유는 올빼미 눈매를 연상케 하는 그의 검은색 뿔테 안경 때문이라는 설과, 좌우를 살필 때나 등 뒤를 돌아볼 때 어깨는 고정시킨 체 고개만 휙휙 돌려대는 습관 탓이라는 두 개의 설이 있다. 유능한 의상디자이너 부엉이 아내는 귀여운 타입의 얼굴과는 다른 육감적 몸매와 개방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토종씨암탉 스타일 아내를 데리고 사는 주위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는 한편 적지 않은 질시와 염려도 끼쳐주었는데 그녀의 별난 점이 부각된 시점은 신혼시절 짓궂은 남편 친구들이 과음한 부엉이를 부축하고 그의 아파트를 쳐들어갔을 때였다. 오지 않으려 했는데 이 녀석이 하도 자기 집에서 술 한잔 더하자고 하도 졸라대서 어쩌고 하.. 2024. 1. 6. 순수한 사랑 이야기 사랑하기엔 아직 어려요 란 노래 한곡으로 16세 어린 나이에 세계 팝스타 자리에 오른 지지올라 칭케티는 자신의 또 다른 히트곡 "Dio Come Ti Amo" (God, How I Love You. 오 주여.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데) 칸소네 가사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동명 제목의 영화에서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다. Dio come ti amo movie는 개봉됐던 1966을 시작으로 그 이후에도 십수 년 동안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중남미 국가에서 연인의 날로 지정된 날짜에 맞추어 재상영하는 연인을 위한 영화. 좋아하면서도 수줍고 부끄러워 사랑의 진전이 더딘 숙맥형 청춘남녀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게 하는 사랑의 영화로 격상되었다. 언제부터 연인이 되는 자격이 사랑이 아닌 조건이 앞서게 됐는지 모르지만 이.. 2024. 1. 4. 이전 1 ··· 3 4 5 6 7 8 9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