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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스토리26

비오는 거리 며칠 전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대더니 비가 올라고 그랬나 봅니다. 긴 여름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남가주 일대에  비  다운 비가 오는 게 과연  몇 달 만이던가?  몇 시간 주룩주룩 내리 붇던 비는 잠시 멎었지만 하늘 전체가 잔뜩 흐려있는 것을 보아 오늘은 종일토록 비 내릴 기세입니다.  거리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제 집을  찾아 물보라를 피우며 달려가고, 보도 한 편에는 우산 쓴 라티노 여인이 조심스레 몰고 가는 세 아이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이 정겨운데 건너편 버스정류장에는 한국 할아버지 할머니로 추측되는 두 내외분께서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시고, 근래 들어와서 자주 보이는 누렁개 한 마리가 걸어가는.. 주둥이 언저리의 희끗한 점들만 빼면 진돗개와 흡사한 바두기.  타인종 행인들에.. 2024. 5. 11.
그리운 강남 황해도 출신이신 우리 어머님이 아시는 대중가요는 정말 몇 곡 되지 않던 것으로 기억난다. 일제 감점 기와 육이오 전쟁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남 이녀, 칠 남매를 낳으시고 그나마 부르실 줄 아는  가요는  명절 가족들 모임에서 부르시던   [그리운 강남]이라는 옛날 가요 한곡 일 뿐, 그나마 다른 가요를 알게 되신 것은  훗날 티브이와 비디오에서 방영되고 재생되는 가요 프로 덕분이었다.  나는  우리 어머니 외, 다른 이들이  그리운 강남 부르는  광경을 본 적이 없고  라디오나 티브이 그 어느 방송 매체에서도 들었던 기억도 없어 혹시 어머님께서 스스로 작사 작곡하신 노래는 아닐까 라는 의문마저 들 정도였다.  그러다 세월이 한참 흐르고 또 흘러 인터넷  온라인 세상이 펼쳐지고 세상 모든 지식과 정보.. 2024. 5. 7.
살아 돌아온 바나나 수입 바나나 단 한 개의 가격이 짜장면 열 그릇 가격과 비슷하던 시절 싱가포르 시내 어느 과일가게에서 다발 당 열개 정도 달린 바나나 뭉치 두 개를 당시 코카콜라 다섯 병 값에 해당되던 일 달러 은전 한 개를 주고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바나나 한번 실컷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던 열두 살 소년은 숙소로 돌아가기가 무섭게 위에서 식도에 이를 때까지 먹고 또 먹었는데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나중에는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어 목에서 되돌아 나왔을 만큼 바나나의 풍미는 특출하였다. 그때 싱가포르 항구 과일 가게 진열대를 장식했던 황금빛 바나나. 껍질 벗겨 낼 때 유달리 강력한 향기를 내던 그로미셸(Gros Michel) 바나나는 전 세계 바나나 경작지를 강타했던 파나마 병 감염으로 인해 자취를 감추었고 그 빈자리.. 2024. 4. 23.
산장의 사내 몇 해 전에 아내를 잃어 홀아비 신세가 된 그 사람은 슬하에 아들 둘 두고 있는 중년 사내이다. 사람이 유순하거나 차분하여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성격의 소유자라면 오죽 좋으련만 지나치다 싶은 그의 독선적 성격 탓으로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나 친구가 없어 그래도 그를 아껴주는 주변인들의 마음을 심란케 하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은 남들도 다 좋아할 것이라는그의 확고한 믿음은 언젠가 위암 수술받고 갓 퇴원한 친구 집으로 문병 가면서 사들고 갔던 선물 내용에서 극명하게 나타낸다. 수술 회복기간 동안 맹탕 같은 국물, 별 반찬 없는 밥만 먹는 친구가 안돼보여서 평소 그가 가장 좋아하여 자주 먹는, 느끼한 속을 화끈하게 풀어주는 너구리 라면 한 박스였던 것. 한국 성인 여성의 평균 신장보다 작은 키에 어깨만 잔뜩.. 2024. 4. 14.
메기 & 메아리 메아리라는 동요는 초등교 4학년 음악 교과서에 실린 곡들 중에 하나였다. 그 당시 나무 없는 민둥산이 너무 많다 보니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언제나 찾아가서 노래 부르면…”로 시작하여 “메아리가 살게끔 나무를 심자…”로 맺는 가사내용에는 동심보다 계몽적 요소가 더욱 많은 건전 동요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하여 그 시절 어린이들 모두 메아리 노래를 부르며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나는 이 동요를 가지고 학교에서 주최하는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서 참가했던 이십 명 아이들 중에서 당당히 4등까지 올랐고 그래서 지금도 가사를 잊지 않고 있는데 다만, 메아리란 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서 항상 궁금했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이 인터넷 한 번의 클릭으로 모든 궁금증이 해소되는 시절도 아니었고 내가 .. 2024. 4. 1.
고향의 푸른 이끼 대부분의 우리 집 이웃들은 한 두 종류의 애완동물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주로 개와 고양이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간혹 가다 토끼나 앵무새를 키우는 집들도 있어요. 이태전에는 몇 집 건너 집에서 공작새 두 마리를 떡 하니 들여놓았다가 생김새와는 달리 몹시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인해 그만 공작들이 동네에서 쫓겨나는 불상사도 있었죠. 이렇듯, 집집마다 애완동물을 키우다 보니 우리 집 아이들도 어디서 귀여운 개나 한 마리 얻어다 키워보자고 졸라대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겪어야 할 슬픈 이별이 싫어 동물 키우기를 단호히 거부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산책 다녀오신 어머니께서 동행하셨던 이웃 할머니들로부터 물고기가 지진예측 할 줄 안다는 정보를 들었다며 우리도 어항 들여놓자고 강력 요구하시는 바람에 하는 수 .. 2024. 3. 28.
외로운 요셉 성경 전체를 살펴봐도 그리스도의 세상적 아비이자 성모마리아의 남편 요셉(Joseph) 이야기는 그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주 조금 나온다. 고작 유다 지파 다윗왕의 후손으로 베들레헴이란 아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갈릴리 지역 나사레 촌에서 목수일 하는 의로운 청년으로서 성령으로 잉태한 약혼녀를 믿음으로 받아들였고 왕중왕의 출현을 눈치챈 헤롯왕으로부터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지켜낸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며 유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예수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성전을 찾는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예수님이 세례요한으로 부터 세례를 받고 공생애 사역을 하시는 동안 온갖 기적들을 나타내며 말씀을 설파하실 때도,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달려 부활 승천하는 과정에서.. 2024. 3. 21.
사이비 왕궁의 멸망 사람들은 꿈에 대하여 잠재의식의 표출,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미리 알려주는 계시라고 말한다. 평소에 꿈을 대수롭지 여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처음 이사 간 집에서의 첫날밤의 꿈, 행운을 부른다고 알려진 돼지나 용에 관한 꿈만큼은 믿거나 믿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는 어릴 적부터 별다른 의미가 없는 개꿈들을 꾸었는데 가끔 시리즈나 연재 형태로 꾸기도 했다. 가장 많이 꾸었던 꿈은 전깃줄 없어도 불 들어오는 전구알을 손에 들고 쏘다니는 내용이었고, 사춘기가 되어서는 커다란 소금자루를 등에 지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는 꿈도 자주 꾸었는데 꿈속의 괴로움이 현실의 괴로움과 똑같았던 그런 꿈은 언제나 내 몸 상태가 나빴을 때 나타나곤 했다. 내가 꾸었던 꿈 중에서 가장 기묘했던 사례는 날 저무는 낯선 도시에서 .. 2024.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