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채로운 경험16

정노인의 수호천사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려대던 1951년도 한반도 겨울.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을 계기로 국군 측이 승승장구하던 전쟁은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중공군의 참전으로 국토통일을 눈앞에 두고 아쉬운 후퇴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또 무슨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최 전방 어느 격전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정상사와 그의 동료들은 뼛속까지 스며 들어오는 추위를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 막사 내 피어놓은 난로 주위에서 차가워진 몸을 녹이고 있었다. 그러다 소변이 급했던 정상사가 막사 밖 언덕 아래쪽에 막 도착하던 그 순간, 갑자기 엄청난 섬광이 동반된 폭음과 더불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막사와 그 안에 있던 모든 동료들 모두 산화되고 말았다. 밖에 나갔던 덕분으로 기적과 같이 목숨을 건진 정상사는 곧 다른 부대로 편.. 2024. 3. 21.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이상한 개 [프롤로그] 언제부터인가 한민족의 전통적 식문화 보신탕이 타국 사람들, 특히 개를 인간의 반려자로 여기는 애견가들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성토를 받다 보니 식용개 사육장과 보신탕 전문식당이 우리네 음식 종목에서 완전히 퇴출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합니다 그런데 냉철하게 생각하면 개고기 섭취를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인류에게 막대한 노동력과 운송역할을 담당했던 소나 말 같은 가축 섭취 행위에는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는지. 땅과 물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 안 먹는 것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그 사람들이. 동물도 부족해서 온갖 곤충류까지도 음식품목에 끼어놓는 자칭 고품격 음식섭취자들이 자신들이 준인간으로 대우하는 개고기 섭취문화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구촌 최첨단 문화의 삶을 누리는 한국인 모.. 2024. 1. 31.
선물의 비밀 죠바니는 제노바 출신의 이태리 청년으로서 숱 많은 갈색 장발에 여자 못 지 않은 수려한 용모를 가진 청년이다. 예의 바르고 호탕한 면모도 있어 많은 여자들이 따랐는데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살아온 탓인지 세상 이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고 특히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는 독선적인 기질로 인해 남에게 상처 주는 일도 적지 않았다. 까만 흑발에다 우유같이 하얀 얼굴의 베로니카는 그녀 이전에 죠바니를 거쳐간 뭇 여성들과는 아주 다른 타입의 여성으로서 차분하면서도 매우 이지적인 성품의 소유자라서 첫사랑 죠바니가 자기를 버리고 다른 여성의 품을 찾아갈 때만 해도 그에게 매달리기도 했고, 그와 친하다는 이유로 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도 그이의 마음을 돌리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한번 돌아 선 연인의 마음은 변할.. 2024. 1. 15.
보답 없는 선행 우리는 종종 주변사람들이나 신문기사 혹은 미디아 방송에 의해 타인으로부터 받은 은혜가 마땅히 받을 만했기에 별로 고마워할 이유가 없어서. 혹은 받은 도움은 고맙지만 그에 따르는 부담감이 싫어 은인을 의도적으로 멀리 한다거나 도움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 속에서 삭제시킨 사람들의 관 한 사연들을 보거나 듣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또한 이야기 세상 속의 선행에는 반드시 보은 보답이 뒤따른다는 규칙이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이 뜨듯이 정확히 정해져 있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선행을 할 기회를 기를 쓰고 찾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례를 들자면 능력도 없이 애들만 잔뜩 낳아(검색된 기록에 의하면 적게는 열둘에서 많게는 서른둘! 가난한 삶을 살던 인간이 다리 다쳐 날지 못하는 제비를 보살펴 주고받은 씨앗.. 2023. 12. 17.
성난 자동차 사건의 발단은 대형 벤츠를 몰고 가던 한 운전자가 고속으로 달리는 와중에 와이퍼를 작동하면서 시작되었다. 환한 대낮에다 날씨마저 청명했으니 자동차 앞유리 윈드실드에 시야를 가릴 만한 불순물은 묻은 것 같지 않고, 아마도 문득 시야의 갑갑함을 느껴서 와이퍼를 작동시킨 듯한데 워낙에 속도가 높다 보니 창에서 튕겨나간 물이 뒤에서 바짝 붙어 따라오던 뒷 자동차로 날아가면서 바로 앞 자동차에서 뿌려진 물방울 세례에 놀라 크게 휘청 댄 최신형 BMW. 세상 느긋하게 차를 몰다가 물방울 습격에 열 받힌 뒷 자동차 운전자는 갑자기 차선을 바꾸어 경적을 울리면서 물 뿌려준 자동차를 억지로 추월하여 벤츠 바로 앞으로 바짝 끼어들 때만 해도 문제의 벤츠 뒤에 뒤, BMW 바로 뒤에서 달리던 나는 저 친구 열 좀 받았구나라.. 2023. 12. 9.
미지의 방문자 '그것’이 내가 자는 집에 처음 나타났을 때는 바람 불고 비가 몹시 쏟아지던 어느 해 겨울 늦은 밤, 동네에서 숲 방향으로 오 킬로미터쯤 떨어진 외딴곳에 있는 양계장 지키기 위해 내려가 자던 시기였다. 울창한 유칼립 나무들로부터 빙 둘러싸인 가축 단지 내에는 동마다 오천 마리의 산란용 닭들이 기거하는 4동의 계사가 나란히 서 있었고 비탈길 아래쪽으로 돼지우리와 부속 창고, 관리인 용으로 지어놓은 집도 농장 위아래로 두 채나 세워져 있었다. 내가 편한 잠자리를 두고 관리인 가족까지 지척에서 상주하고 있던 양계장 단지 집에 내려가 자는 표면적 이유는 귀가 어두워서 밖에서 굿을 한다 해도 모를 관리인 대신에 정체불명의 들짐승들로부터 죽임 당하는 닭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지만 실은 나 혼자만에 공간에서 무엇이든 .. 2023. 12. 2.
이국 처녀에게 보낸 연가 누구나 한 번쯤은 청춘남녀 간에 사랑을 이어 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꼭 누구의 중매를 서지 않더라도 누구의 부탁으로 연애편지를 대필했거나 전달해 본 경험이 있다거나 어떤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고 알려준 적이 있다면, 사랑의 가교 역할은 이미 한 것이나 다름없지요. 고요한 달밤, 사랑에 빠진 젊은이가 연모하는 여성에게 바치는 연가. 등불이 모두 꺼진 고요한 밤에 퍼져나가는 바이올린 기타 줄의 아름다운 선율은 냉정한 처녀의 마음을 열게 하는데 부족함은 없다고 봅니다. 세레나데(serenade)는 저녁에 연주되는 소야곡 또는 야상곡을 일컫는 용어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그들의 한 줄기 일부 중남미 라틴족 총각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처녀에게 보내는 연가(써레나따, serenata)의 의미도 있다네요 직설.. 2023. 11. 25.
밀림의 요정 밀림이 우거진 아마존 유역을 돌아다닌 시절이 있었다. 제초제와 살충제 및 살균제 같은 농약들과 새로 개량된 옥수수와 콩 종자들. 그리고 가축에 기생하는 진드기 박멸 약 같은 견본들을 들고서 벼라 별 오지들을 찾아다니며 많은 애를 썼지만 여러 가지 시행착오로 인해 돈벌이는 고사하고 고생만 하다가 두해 조금 더하곤 집어치웠다. 그때는 왜 그 많고 많은 지역 중에서 남들은 찾아가지 않으려는 오지만 찾아다녔는지 지금 와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바보스럽고 어이가 없지만 바로 그런 억지 기행으로 인하여 일반 여행자들은 결코 가 볼 수 없는 곳을 가본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총면적 천팔백만 km² 의 남미 대륙 중에서 35.5%를 차지하고 있는 6백3십만 km2의 면적을 차지하는 아마존 강 유역 중에서 남쪽으로 .. 2023.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