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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로운 경험

이국 처녀에게 보낸 연가

by Seresta 2023. 11. 25.

 

 

누구나 한 번쯤은 청춘남녀 간에 사랑을 이어 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꼭 누구의 중매를 서지 않더라도 누구의 부탁으로 연애편지를 대필했거나 전달해 본 경험이 있다거나 어떤 사람이 당신을 좋아한다고 알려준 적이 있다면, 사랑의 가교 역할은 이미 한 것이나 다름없지요.
 
고요한 달밤, 사랑에 빠진 젊은이가 연모하는 여성에게 바치는 연가. 등불이 모두 꺼진 고요한 밤에 퍼져나가는 바이올린 기타 줄의 아름다운 선율은 냉정한 처녀의 마음을 열게 하는데 부족함은 없다고 봅니다.
 
세레나데(serenade)는 저녁에 연주되는 소야곡 또는 야상곡을 일컫는 용어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그들의 한 줄기 일부  중남미 라틴족 총각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처녀에게 보내는 연가(써레나따, serenata)의 의미도 있다네요
 
직설적 표현방식보다 은근한 마음 전달로 쓰이는 밤의 연가 세레나데가 세대가 바뀌어 가면서 젊은이들로부터 외면 강하거나 잊혀 간다니 타민족들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아쉬움을  갖게 합니다.
 
기다림의 사랑이 도태되면서 플라토닉 사랑이 관능적 사랑에 완전하게 밀려 버린 현대인의 정서와 더 이상 맞지 않아서, 어쩌면 즉석 사랑을 탐닉하는 할리우드 영화 탓 일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위로되는 부분이 있다면 요즘 세월에도 농어촌 지역이나 작은 마을에는 사모하는 여인의 집 앞에서 연심을 노래에 담아 보내는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연가는 노래 없이 연주 곡으로 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타 치며 노래하는 정통 방식이 가장 많다 보니 가끔 여러 가지 해프닝도  생겨난다는데 말이야 바른대로 처녀의 마음을 열어 보겠다고 부르는 연가가 돼지 멱따는 소리라면 그 어느 처녀가 마음과 창문을 열어 주리오?
 
구애 당사자의 노래 실력이 미흡하면 당연히 그 방면의 프로 가수를 대타로 써야지만 닫힌 창문을 향해 노래 몇 곡 부르고 허무하게 돌아서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세레나데를 망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자기 집 창 밖에 한 무리의 청년들이 온갖 정성을 다해 바치는 연가 소음으로 잠에서 깨어는 났는데 눈까풀이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못 일어나는 처녀. 
 
그런 상황이 안타까운 가족들이 아무리 깨우려 해도 도저히 못 일어나는 백설공주 신드롬 사고는 다행스럽게도 정말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나는 해프닝.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잠들었다가 깨어나거나 처음부터 잠자는 척하던 처녀가 구애하는 청년의 성의를 배려하여 몇 곡을 들어준 다음 잠에서 깨어난 척 연기를 하게 됩니다.
 
어둡던 창문에서  밝은 불빛이 새 나오면 처녀가  잠에서 막 깨어나 연가를 감상하고 있다는 표시이고  그러면  바로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창 밑에 밤 매미들의 소리도 높아지기 마련이죠. 잠 옷차림의 처녀가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광경은 가슴이 저려올 만큼 아름다운데 이러한 절정의 순간마저도 엉뚱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니  노래로 프러포즈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아주 무더운 여름밤에 희귀하게 일어난다는 연가 사고는 찌는 더위로 말미암아 잠옷도 입지 않은 상태로 깊은 잠에 빠진 처녀가 어떨 결에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몸 상태를  깜빡 잊고 창문을 활짝.......
 
쓰다 보니 글이 잠깐 옆으로 샜는데,  아무튼 처녀가 창문을 열고 미소 띤 시선으로 청년을 내려다보면  청년은 꽃다발을 처녀에게 건네는 세리모니로서 야밤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절정에 이루며 꽃다발을 받은 처녀는 가만히 가슴에 보듬어 안지 않고 코를 대고 향기를 맡아본다거나 한 손으로 늘어뜨려 잡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네요. 
 
그런데  이 같은  소박한 풍습에도 빈부의 차이가 존재하여 얼굴과 자태가 빼어난 처녀들은 꽃 바치려는 녀석들로 바글대는 한편 외모가 좀 안 되는 처녀들... 과년한 딸에게 꽃 들고 오는 녀석들이 없다면 당사자 처녀는 말할 것도 없고  부모 형제 온 가족의 속을 태워주고 미모 가 되는  처녀들은  반대로 얼마나 많은 총각들이 자기 집 창가에 몰려오는지를 경쟁하는 경우도 있다니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딸 많이 둔 부모들만 불쌍합니다 
 
다음 스토리는   평소 좋아하는 이웃처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음치에다가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홀로 고민하던 한  청년을.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의 집까지 동행하여 졸지에  세레나데 부르는 사람이 되었던 보았던 나의 실제 경험담, 젊은 꿈이 한창이었던 지난날의 이야깁니다.

 

- 이국 처녀에게 보낸 연가 -
 
그곳은 알프스 산들이 보이는 인구 삼 천명 정도의 작은 산간 마을이었다. 
그곳 주민들은 작은  체구에  까만색  머리가 대부분인 이태리 사람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다. 
 
북유럽 인종 특유의 금발 머리에 푸르고 파란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와  인접한 지대여서 그렇다고 했다.  집집마다 대 여섯 형제자매들은  보통이고 가족수가  열명 이상 되는 집도 적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의 옷차림과 사는 모양새는   유럽이라고 모두 세련되고 다 잘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해 주었지만 주민들은 모두  친절하고 착해 보였다. 
 
거기에  처녀들의 수줍은 미소는 또 얼마나 예쁜던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였는데 이제 겨우 열 댓살 소녀들까지 다 큰 처녀 행세하려는 데는  조금 징그러웠다. 낮에는 친구네 포도밭에서 잡초도 뽑고 밤에는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금방 며칠이 지나갔다.
 
보름달이 하늘에 걸린 밤 나는 말로만 듣던 세레나데를 보게 되었다. 친구가 짝사랑하는 처녀에게 사랑 고백 가는 길을 동행한 것이다. 환한 달빛 아래 기타와 꽃송이를 들고 걷는 우리 일행들의 모습은 평화스러웠다.  한참을 걸어  어느 집 앞에 멈춘 일행.. 디딩딩~ 한바탕 기타 줄을 맞추기를 끝낸 그 밤의 가수 친구의 사촌 인도 아래 우리들의 연가는 막이 올랐다.
 
"우우와 ~ 우리 집 바둑이는  달 만 뜨면 울어요.  우~우~ 와 아 ~ 아우~ ""저기 나무 위에 굴뚝새야 너도 함께 노래하렴. 깍 까르르까르르~""지붕 위에 부엉새, 너도 따라 부르렴, 우 우 우 우~"
"아름다운 피오리나 나의 사랑 그대여. 꿈속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어 주.  열어주 우우~~~
 

 

조용한 멜로디로 시작된 야상곡은 중간중간, 이중창이나 합창으로 화답되곤 했는데 불협 화음에다  진짜 짐승 우는 소리 같은 추임새가 처음엔 이상하게 들렸지만 계속 듣다 보니 상당히 재미있고 감미로웠다
 
첫곡에 이어 두 번째 골이 끝나며 정적이 찾아왔지만 창문은 여전히 깜깜무소식.  다시 세 번째 곡이 시작됐는데 어두운 그녀의 창문은 밝혀지지 않고 노랑 리본으로 묶인 꽃다발을 안고 있는 청년의 모습은 눈에 띄게 초조해 갔다. 
 
세 번째 곡이 끝나고 더 큰 정적이  찾아왔고 가수는 더 이상 노래할 마음이 없는 듯, 고개를 흔들며 어깨에 메어있던 기타를 내려놓던 그 순간, 저녁에 마셨던  와인으로 간이 부어 그랬을까? 아니면 무심한 처녀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을까.
 
아무 말도 없이 가수의 기타를 낚아채어 어깨에 메는 내 모습에  모두 놀란 동행자들이 호기심 가득 담은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는 가운데 이런 분위기에 잘 어울릴 노래를 떠올린 나. 즉석에서 기타 줄 조율을 확인한 후 전주 멜로디를 뜯기 시작했다.
 
기타 전주가 시작되자  악성이 뛰어난 청년들은  오- 베사메 무쵸!!! 라며 환성을 올렸지만 천만에. 그런 노래는 떠들썩한 분위기에나 어울리는 노래. 지금은 모두가 잠든 고요한 달밤이라네.
 
나의 노랫소리는 알프스 산줄기 이국 밤하늘에  너울너울 퍼져나갔다.  아름다운 멜로디 흥겨운 가락이면서도 뭔가 처연 한. 그래서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새롭고 생소한 노래를 접하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별빛처럼 반짝인다. 노래에 빠져 들고 밤 분위기에 취한 나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고요한 달빛 어린 금옥 산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노래를....."
 
노래는 뚝 끝났고 그새 감았던 눈을 뜨고 주위를 돌아보니  활짝 열린 창가에서 미소 짓는 처녀 가슴에는  친구의 꽃다발이  안겨져 있었다.  

 

Serenade From "the Student Prince"
 
Overhead, the moon is beaming 
나뭇가지에 피어난 꽃과 같이 
White as blossoms on the bough
하얀 달빛이 머리 위에 비추고 있고
Nothing is heard but the song of a bird 
새들 지저귐 외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Filling all the air with dreaming
온 대기를 꿈으로 채워지는 지금 

Could I hear this song forever
내가 이 노래를 영원히 들을 수 있을까요 
Calling to my heart anew, my Darling
내 마음에 그 노래를 다시 불러주오 내 사랑아
While I drift along forever 
내가 영원히 표류하는 동안 
Lost in a dream of you
당신의 꿈을 꾸며 헤매리라

I hear your voice in the wind that stirs the willows
수양버들 춤추게 하는 바람 속에 당신의 음성을 듣고 
I see your face in the stars that shine above
저 높은 하늘에 빛나는 별들 속에서 당신을 얼굴을 봐요
(Hold me closer, tonight we love)
날 꼭 안아주오, 오늘 밤 우리 사랑해요 
 
The willows bending, the stars that shine 
늘어진 수양버들과 총총 빛나는 별들이 
The shore lights blending, they're yours and mine
강변의 빛들과 어우러지며 당신과 나의 것이 되어
 
Drifting along, in my heart there's a song
흐르다가 내 마음속에 노래가 돼요 
And the song in my heart will not fade
그리고 그 노래는 절대 희미해지지 않을 거예요 
Oh, hear my serenade, my moonlight serenade 
오 나의 연가를 들어 주 달빛에 어린 나의 연가를 
 
Overhead, the moon is beaming 
나뭇가지에 피어난 꽃과 같이 
White as blossoms on the bough
하얀 달빛이 머리 위에 비추고 있고
Nothing is heard but the song of a bird 
새들 지저귐 외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Filling all the air with dreaming
온 대기를 꿈으로 채워지는 지금 
 
Could this beauty last forever
이 아름다운 순간이 영원토록 지속될 수 있을까
I would ask for nothing more, believe me
난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믿어 주오
Let this night but live forever
이 밤이 영원하기만 바래요
Forever and ever more
영원히ㅡㅡㅡ아주 ㅡ 영원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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