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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로운 경험

밀림의 요정

by Seresta 2023. 11. 18.

 

밀림이 우거진 아마존 유역을 돌아다닌 시절이 있었다. 제초제와 살충제  살균제 같은 농약들과 새로 개량된 옥수수와  종자들. 그리고 가축에 기생하는  진드기 박멸  같은 견본들을 들고서 벼라  오지들을 찾아다니며 많은 애를 썼지만 여러 가지 시행착오로 인해 돈벌이는 고사하고 고생만 하다가   조금 더하곤 집어치웠다.   

 

그때는   많고 많은 지역 중에서 남들은 찾아가지 않으려는 오지만 찾아다녔는지  지금 와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바보스럽고 어이가 없지만  바로 그런 억지 기행으로 인하여 일반 여행자들은 결코  볼 수 없는 곳을 가본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총면적 천팔백만 km²  남미 대륙 중에서 35.5% 차지하고 있는 63십만 km2의 면적을 차지하는 아마존  유역 중에서 남쪽으로 연결된 작은 지류 강변 인디언 마을에서 얻은  연장  개가 인연이 되어 나중에 다시 찾아간 그곳에서 몰매 맞아 죽을 뻔했던 이야기.

 

 귀한 유적들을 돌로 여겨서 나를 실망시켰던 인디오 마을 보다 한참  북쪽, 아마존  본류와  번거로워 연결되지만  그래도 망망하다는 느낌마저 주는  드넓은 마챠도 강의 지류와 연결된 심심유곡 또 다른 인디오 부락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동포를 만났던 이야기도  있지만 밀림에서 만난 소녀 이야기만큼 진귀하지는 못하다. 

 

1979  2  ,   농업 개발 붐이  한창이던  브라질 동북부 밀림 지역 현장으로 출발했을 때는 현지농업조합 관계자로부터  가지 조생   종자와 생김새가  이파리와 거의 똑같이 생긴 메뚜기 박멸농약 견본을 요청받은    달만이었다.

 

남미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 자동차로 무려 30시간 이상 소모되는 목적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에서도  200 km  들어가야 하는 아마존강 유역 끝자락 아주 외딴곳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창한  사이로 뻗어나간 드넓은 구릉지대를 경작지로 개발된   년도   되었다는  지역까지  찾아간 이유는  잠재적 개발 가능성이 매우 놓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고자 하는 현지에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날마다 한두 번씩 장대비가  내려 붇는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그러나  내리는 시절이 왔다고     있는 기회를 포기할  없는 .  위험하다고망설이는 회사 동료를 간신히 설득해서 그의 픽업 차량으로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뙤약볕과 소나기를번갈아 맞아 가며 중간 지점 모텔에서  잠자고  다시  출발하여 다음  저녁 무렵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는 진흙 비포장길로 들어섰으니 이틀을  꼬박 달려온 셈이다.

 

이미  차례의 소낙비를 맞은 진흙 길은 체인 없이는   미터도   만큼 미끄러웠다. 아주 느린 속도로 차를 몰아가기를 얼마나 되었는지 갑자기 캄캄한 수풀이 자동차 유리창으로 성큼 다가왔다. 날은 이미 저물었고 목적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오가는 차량은   한대도 만날   없었다. 

 

차량도 인적도 인가의 불빛도   없는 어둡고 적막한  속의 길에는 오직 암흑 속을 뚫고 나가는  불빛만 희미하게 뻗어 나고 있었다. 헤드라이트와 보조 탐조등까지 켰는데도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인지 가늠하지 못할 만큼 밀림 속의 길은 어둡고 험난 하였다.

 

진흙 길에 빠질 것이 두려워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부릅뜨고 몰아가기를 얼마쯤 되었을까, 갑자기 천지를 뒤흔들어 대는 천둥소리와 함께 대낮같이 밝은 번개들이 작열하면서  폭우가 내려 붇기 시작됐다. 

 

이미 충분히 미끄럽던 길은  폭포수 같은 비로 인해  순식간에 흙탕물 개천으로 돌변하면서 픽업 차는 멈추었고  순간부터 무려  주간 동안이나 밀림 속에 갇히게   누가 알았으리? 장대비는 때로는 강렬하게, 어느 순간에는 비교적 조용하게 밤새도록 내렸다.

 

 좁은  안에는 한증 같은 습기로   전체가 후적지근 한데 하늘 가득히 짙게 덮인 먹구름은 엄청난 양의 비를  새도 없이 내리 부우니 개천같이 변한  길은 이제  망망한 호수가 되었다. 영원히 그칠 것 같지 않던 비는 동편의 구름이 밝아 오면서 멈추었으나 자동차는 이미 거의 절반 쯤 잠겨있었다. 

 

우리는 차에서 나와  방향으로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위에  속은 쌓인 부식물 덕분으로 쉽게 걸을  있어  이제  줄기처럼 변해 버린  길을 따라 무작정  걷고  걸었다. 가다 쉬다 하기를  번쯤인지 허기와 목마름으로 기진맥진할 무렵 붉은 진흙 기와지붕 위에  하얀 연기들이  피어오르는 통나무집 단지를 발견한 것은 우리들의 행운이었다.

멀리 보이던 촌락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눈동자가 노란   마리가  마구 짖어대며 달려들었다. 사납게 짖어대는 개들에 질려 걸음을 멈추자   소년이 나타나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로 개들의 행동을 정지시켰다. 

 

  정도쯤 되어 보이는 소년은 그곳 환경과 아주  어울리는 금발머리에  피부를 갖고 있었지만 맨발에 남루한 옷차림은  속의  건축물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가로 12줄의 통나무 사이에 진흙으로 매워 쌓아 올려 지은  채의 작은 집에서 남녀노소 모두  명정도 되는 그의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우리의 딱한 사정을 알게  그분들은  한편에 달려 붙여지은  장작더미 창고에서  하기를 허락했고 문명사회에서는 좀처럼 대할  없는 진귀한 저녁식사까지 차려주었다.

 

 

밭에서  따온  감자와 토마토 그리고  놓아기른 닭으로  요리된 닭찜.  강변 밭에서 수확한 벼를 찌어지은 풀기는 적어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던 쌀밥.  숲에다 놓아기른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역시 돼지기름으로 튀겨 내온 가물치 닮은 생선도 폭은 좁지만 물살이 빠른 흙탕물 강에서 낚아 올렸으니 세상에 어느곳에서 이렇게 화려한 자급자족의 음식을 어느곳에서 맛볼  있을까? 

 

껍질 두꺼운 오렌지도 뒷마당 나무에서 따온 것이고 심지어 꽃병 속에 이름 모를  떨기의 꽃마저도 숲속 어디에선가 꺾어왔다면  식탁 위에 놓인 것들 중에서 굳이 외부에서 들어온 식품들을 꼽는다면 사탕수수로 만든 독한    병과 소금뿐이었다.

 

작은  밖에는 다시 비가 내리 붓고 있었지만 식탁에 둘러앉은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얼마나  따스한지 몰랐다. 식사기도가 끝나자 식사는  시작되었다. 라임즙 섞인 술은  모금만 마셔도 식도가  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몸을 덥히고 식욕을 올리는 데는 아주 그만이었는데 특히  감자 토마토와 섞어 만든 닭고기찜은 우리네 감자탕 맛과 흡사해서 정신없이 먹었다.  

 

그분들의 환대는 고맙다 못해 미안하여 우리는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서툰 솜씨나마  성심을 다하여 나무 베는 일을 도왔고  밭과 감자밭 김도 맸으며 중노동과 다름없는 나무뿌리 뽑는  일도 도와드렸다.

 

그들은  덩굴로 엮어 만든 표주박 같은 도구를 써서 물고기를 잡았는데 저녁에 물속에 넣었다가 이튿날 아침에 끌어올리면 제법 많은 물고기들이 표주박 속에서 펄펄 뛰고 있었다.

 

문명과 동떨어진 삶은 도대체 무슨 낙이 있을까?  차분한 음성으로 부모님의 모국 폴란드에서부터 농사를 짓고 살던 습성때문인지  문명사회가 주는 불안감이 싫어 이곳저곳으로 유랑하다가 여기까지 오게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에게 기거할 거처를 마련해 준 빈 씨가족 여섯 , 그의 사촌 아우네 가족들도  여섯  해서 숲 속의 거주자들은 비록 열둘밖에 되지 않았지만 빈 씨의 맏딸이 학교  나이의 어린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면서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서  만큼  부지런하고  똑똑했는데 대도시 어느 곳에라도 뭇사람들의 시선을 금방  아름다운 용모마저 갖추고 있어 요정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세상과의 소식이 두절된 상황 속에서도 폴란드 이민자 이세 가족들과 보냈던  주간의 삶은 이전에도,  이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가버린 현재까지도 다시는 경험할  없는  최상의 시간들이었다.

 

아직도  마르지 않은 도로는 여전히  진흙탕 상태였지만  다른 비가 몰려오기 전에 속히 떠나야 했다. 

 

우리의 차를 안전한 곳까지 견인해  트랙터에 오르기 , 나와 동료는 고마운 그분들에게,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그분들께  땅바닥에 엎드리며  절을 올릴  눈물이 솟아났다. 

 

트랙터에 몸을 싣고 그곳을 떠나던 순간 호수 닮은 파란 눈을 적시며 이별을  하던  작은 요정과  흔들어 주던 가족들의 모습도 이내 울창한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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