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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로운 경험

수영장 물고기

by Seresta 2023. 11. 12.

친구로부터 자기 집 수영장을 양어장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은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일반상식과는 크게  어긋나는 사연이었기 때문이다.  

과묵하고 성실한 그의 성격으로 볼 때 결코 허튼소리나 하고 다닐 위인은 아니었고 그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도 직접 보았으니 그에게 확인해 보라는 말까지 했어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상식 밖 이야기였다.

 

그러다 친구가 보내온 제 아빠보다 더 크게 장성한 그의 두 아들과 검푸르게 변한 풀 장 한가로이  낚싯대 드리고 있는 사진. 낚시 줄에 손바닥만 한 물고기가 물려 나온 사진. 환하게 미소 지은  삼부자 손과 손에 들려있는 물고기 사진 등 확실한 증거가 담긴 사진을 받은 나는 사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인 물이 오래되면 반드시  썩어 들어가기  마련이고 따라서  그런 물속에서 생존하는  물고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전의 상식을  송두리째 깨버린 수영장 물고기 이야기. 

친구는 아이 때부터 물가를 좋아했었다. 수영 실력도 또래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었고 붕어잡이 대낚시에서부터 가물치 잡이 줄낚시까지 못 잡는 물고기가 없던 그가 훗날 미국으로 이민 가 수영장 달린 주택에서 살게 되었다면 그것은 숙명이라 할 수 있겠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두 아들을 키우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던 친구는 마치 물과 불 같은 상반된 성격차이를 극복할 수 없던 아내와 끝내 갈라섰고 성장한 두 아들이 한해 차이를 두고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자 뒷마당 수영장은 이용자 없이 관리 유지하느라 돈만 증발시키는 커다란 물구덩이로 전락되고 말았다. 

 

매주마다 풀 관리사가 와서  청소와 이끼 못 끼게 하는 약품을 살포하고 수영장 물이 썩지 못하게 단 하루도 빠짐없이 네다섯 시간씩 전기모터로 수영장 물 전체를  회전시겨 주고 빠르면 십분 길면 반시간 가량 수돗물을 틀어 증발되는 물을 보충해 줘야 했기에  친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깊고 넓은 수영장은 집안 화목하고  아이들 어렸을 적의  이야기.  매 두 주말 간격으로 집으로 와 이튿날 되돌아가는  현실을 인식하여 관리를 중단하자니  당장 물부터 썩어 들어갈 것이고 수영장 물을  몽땅 퍼내자니 뒷마당의 조경이 엉망 되는 것은 감수한다고 해도  위험천만한 콘크리트 구덩이로 변한 수영장 바닥과 벽이 쩍쩍 갈라 질 것이기에  아예 수영장 전체를 뜯어내고  흙으로 아주 덮어버리는 엄청난 비용의 대공사 외에는 방법이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친구가 찾은 해결방법은 양어장으로의 전환이었다. 

풀장의  물 회전과 약품살포를 멈추면 이끼가 끼지 시작할 것이고 이끼가 자라나면 물고기가 살만한 환경이 조성되어  물고기 몇 마리를 풀어놓는다면 얼마 후 번식 성장한 물고기로 부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뒤뜰의 새롭게 탄생된 연못으로  운치 있는 조경까지 형성되는 그야말로 도랑치고 가재 잡고 눈까지 호강하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실행만 되면 기발한 발생이었기에 친구는 즉각 모터 작동부터 멈추며 실행에 들어갔다

 

물회 전을 중지한 지 나흘 정도 지나자 맑고 파랗던 물빛이 연두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보름 후에는 푸릇푸릇한 이끼들이 형성되더니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때는 수영장 전체가 짓 푸르게 변색되면서 제법 쓸만한 연못의 형태로 바뀌어 꽤 먼 거리에 있는 양어장으로 달려가  이끼 같은 수초들을 주식으로 하면서도 먹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알려진 잡식성 물고기, 오염된 물에서도 곧잘 산다고 알려진 민물 흑돔의 한 종류인 틸라피아(Tilapia)라는 물고기를 열 마리 매입하여 연못으로 변한 수영장에다 풀어놓았는데  곧 죽어서 둥둥 떠오를 것이라고 우려하던  아들들의 염려와는 달리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친구는 다시 몇 마리의 가물치와 피라미처럼 생겼으되 무지개색 꼬리가 달린  이름 미상의 물고기 열 댓마리 연못에다 풀어놓았을 때도 여전히 무소식이었다. 때맞춰 내려주는 비 덕분으로 물 보충할 필요는 없었지만 산소공급을 위한 물회 전도 없이 어떻게 죽어서 떠오르는 물고기가 한 마리도 없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어쩌다 개가 먹다 남긴 사료를 물 위에다 뿌려주면 잔잔하던 수면이 마치 소낙비 맞은 연못 모양 들끓어대는  것을 보아 물고기들은 생존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덩치까지 키우고 있음을  확신한 친구는  정기적으로 물고기용 사료를 뿌려주는 본격적 양어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더러운 물구덩이로 변질된 스위밍 풀에  많은 불만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이웃 사람들의 고발로  보건소 사람들이 들이닥쳤는데  그때가 하필이면  뇌염 창궐로 시민 전체가 모기 박멸 운동에  적극 동참하던 아주 민감한 시기였다.

-풀 장을 썩히고 있다는 이웃의 제보를 받고 설마 했지만  이건 정말?

-이전엔 풀장이었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연못.  물속에  많은 고기들이 살고 있기에  모기 나올 염려는  없소.

-이게  관리를 안 해줘서 썩은 물로 채워진 수영장이지 무슨 연못입니까? 이렇게 썩어버린 물에서는 물고기는 고사하고 악어도 못 살걸?  지금 당장 물 빼지 않으면 공중 건강 위반행위로 기소당할 거요.

 

집 앞에 보건 당국의 차가 세워지고  보건소 직원들과 집주인 사이의 언성이 높아지자 나무 울타리를 사이로 한 이웃 사람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통쾌한 표정으로   사태의 진행을 지켜보고 있을 때 말로는 도저히 납득시킬 수 없다고 느낀 친구. 한 바가지의 사료를 음침한 풀장에 쏟아부었는데..

 

생물의 기척이 없던  수영장 수면에는 순식간에  먹이를 삼키는 수십 마리 고기들의 입 질로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고  그런 와중에 성질 급한  몇몇 물고기들은  묘기 부리는 돌고래 모양  물 위로 솟구쳐 오르기까지  했다. 

생동감이 넘치는 풀 장 연못. 녹색 빛 수면 위를 힘차게 차고 오르다 자맥질하는 은빛 찬란한 물고기들을 바라보던 보건소 요원들과  염탐하던 이웃 사람들은 과연 어떤 표정들을 짓고 있었을까?

그리고 일 년 후.... 수영장의 물고기들은 단순히 생존만 한 게 아니라 번식까지 했다. 간혹  길 잃은 잠자리가 꽁지를 내려 알이라도 풀라치면 어느새 다가와 집어삼킬 정도로  고기들의 극성은 갈수록 심해졌기에 친구는  수요조절을 위한  생포 작업에 들어갔다.

 

어느 주말 이른 아침에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그물 쳐 올리니  바닥에서 노는 가물치는 잡혀 들지 않았지만  사람 팔뚝 만하게 성장한 칠라 피아 여덟 마리 중간 크기 삼십여 마리. 무지갯빛 피라미 이십여 마리 외  풀어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애들이 몰래 사다 넣었은 것으로 추정되는 큼직한 메기도 열댓 마리..

스위밍풀 양어장에서의 그물질의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풍성한 수확을 올렸지만  도저히 먹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서  처음 양어장을  개장할 때 치어 구입 차 찾아갔던  양어장에다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 가격에 넘겨버린 친구. 그리고 이듬해  그 집을  팔고 나가기 전에 양어장에 물고기들을 몽땅 빼고 다시 풀 장으로 원상 복귀시켰다는 소식으로 수영장 물고기 스토리를 맺는다.

 

 

펄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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