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운전을 오래 하다 보면 매우 위험한 상황과 마주 할 때도 있다. 나 자신만 하더라도 벌떼들과의 만남에서 앞 유리창 전체가 꿀 반, 뭉개진 벌 반으로 도배가 되어, 야간 운행 중에 한 여름밤의 정취를 구가하던 하루살이들과의 만남으로 자동차 전조등의 빛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사고 직전까지 갔었다.
언젠가 엘에이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연결하는 중가주 5번 도로 선상에서 노랑나비 떼를 만났을 때 하늘과 땅 전체를 온통 연한 노란빛으로 물들인 수백만 마리의 나비들로 인해 천상의 장원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환상적이었는데 짙은 안갯속 보다 심한 시각장애로 인하여 나비 떼가 모두 지나가는 동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극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렇듯 고속도로 운행 중에는 곤충을 비롯하여 야생짐승들과 개와 고양이, 심지어 소와 말 같은 커다란가축과의 충돌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고 실제로 그런 만남들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는데 나 역시도 고속도로를 건너던 검둥개와 충돌한 직후 자동차 컨트롤을 잃고 아스팔트 위에서 몇 차례씩이나 맴돌다가 뒤집어질 뻔 한적도 있다
크게 잘 못 될 경우 죽음에 까지도 이를 수 있었을 생물들과의 잘못 된 만남으로 나의 고속 운전 습관은많이 나아졌지만 달리는 차량 앞에 갑자기 나타나 부딪쳐 올 때는 속수무책으로 당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 평상시 안전한 운행 습관만이 더욱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을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나의 운전 부주의로 희생당한 동물들 중에는 출신지를 알 수 없는 검둥개 외에도 하얀 점이 섞여있는 검은 고양이가 한 마리, 지독한 악취로 인해 스컹크로 추측되는 동물 한 마리. 땅바닥에서 황급히 날아오르다 차에 부디 쳐 추락한 메추리와 고속으로 질주해가는 차 서슬에 빨려 들어갔던 참새들 모두 어림잡아 열댓 마리 정도. 여기에다 새 날갯죽지도 온전한 새 한 마리로 쳐준다면 부엉이, 혹은 올빼미 한 마리도 추가.
야간 운행 도중 뭔가와 언뜻 부딪친 것 같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는데 보름이나 지난 후 집 앞에서 세차하던 중에 부엉새 것이라고 추측되는 날개 한쪽이 바삭 말라버린 상태로 자동차 엔진 냉각 통에 그대로 붙어있어 마침 곁에서 도와주던 집사람의 비명을 자아냈었고 또 이보다 더욱 황당하고 어이없던 경우는 어느 하얀 비둘기와의 만남이었다.
그날도 일터로 향하는 프리웨이 도로에 진입하여 달려가는데 도로 전체를 가로지르는 교량 아래서 하얀 새 한 마리가 자동차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에 일단 속도를 줄였는데 무언가 살짝 부딪치는 느낌에백미러를 보니 방금 통과한 지점에서 깃 털 몇 개가 허공에 떠 있는데도 몸통은 보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토요일이었던 그다음 날 오전....
특별 할인이 시작된 동네 대형마켓에서 장를 보고 나가려 하니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지 주차할 공간을 찾아 헤매는 차량들로 인해 한참만에 차를 빼서 슬슬 굴러가고 있는데 카트를 밀고 가던 노인 부부가 내 자동차를 유심히 보며 지나쳐 갔다.
그 뒤에 따르던 동양계 커플도 앞서 자나 간 노부부의 행동을 답습하는 모습에 무언가 잘 못 됐다는 생각이 들어 차를 멈추고 차에서 나와서 눈으로 점검해 봤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아 차문을 열고들어가려는데 저만치에서 나의 그런 모양을 관찰하던 동양계 커플이 도부 도부하며 소리치기에 저건 또 뭔가 하여 다시 앞 범퍼를 살펴보니 세상에....이미 사체로 변한 왠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자동차 공기 흡입 판과 라디에타 사이에 날개가 펼쳐진 상태로 끼어 있어 얼핏 보면 롤스로이스 자동차 앞에 부착된 천사의 모습과 흡사했다.
상상도 못 했던 돌발 상황에 기겁한 나는 즉각 떼어내려 했지만 붐비는 차량들과 어느새 모여든 사람들의 눈총이 부담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던 전단지로 대충 가리고는 인적 드문 곳에 세워 놓고 조심스레 떼어낸 희생물을 도로변 쓰레기통에 넣는 기분은 몹시 찝찝하고 황당했다.
삶의 환경 변함에 따라 장거리 운행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시골길, 산길 교외 도로 다닐 일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레 동물과 부딪칠 일도 사라졌다. 그런데 몇 달 전, 자신의 작장 학교에서 막 돌아온 큰 아들로부터 동네 교차로에서 발바리 닮은 개 한 마리를 치고 왔는데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는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정지 사인을 보고 막 멈추려는데 웬 작은 개 한 마리가 갑자기 차로 뛰어들었다는 것.
"강아지가 차 밑에 깔렸는데 그 감촉이 너무 끔찍했어요…."
사고 친 우리 집 큰아이는 개가 자동차에 밟힐 때 전해지는 징그럽고 끔찍한 감촉을 자신의 양손을 눈가에 대고 바르르 떨어대는 모습으로 표현했고, 워낙 속력이 없던 탓에 죽을 리는 없겠지만 크게 울부짖던 발바리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며 몸을 떨었다.
또 길 건너에서 사고 장면을 목격했던 개 주인이 재빨리 울부짖는 개를 안고 도망친 것을 봐도 자신의 잘못 없음을 누누이 강조하는 아들을 보면서 나는 대를 이어 내려가는 동물들과의 악연에 몸서리쳤고 그날 이후 도로 위에 동물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획기적으로 변화됐다.
요즘은 비둘기 한 마리가 앞에 있어도 행여나 칠세라 일단정지하고 도로 위에 개나 고양이가 보일 경우 급제동할 때도 았는데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뒷 차량의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욕설. 덤으로 받게 되는 떠오르는 손가락 욕은 죄 많은 내가 마땅히 감수해야 할 업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