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대폭발을 목격하고 그 후로부터 정확히 삼 년 조금 더 흐른 1975년도 여름.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은 항상 늦은 밤 11시경에서 12시 사이였고 그날 밤도 여느 때와 같이 엇비슷한 11시 반경에 도착하여 잠드신 부모님을 깨울세라 조심조심 내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막 잠들 무렵 갑자기 우리 집 개와 온 동내 개들이 마구 짖어대는 소리에 무슨 일인가 하여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마치 전기용접 불빛 같은 파란빛이 감도는 강렬한 불덩어리 모양의 괴비행체 하나가 높이 육십 미터가 넘는 침엽수 꼭대기에 잠시 떠있다가 다시 수평방향으로 유유히 날아가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일찍이 듣도 보도 못 한 괴비행체 출현에 온 동네 개들은 마구 짖어대었고 그 엄청난 광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나. 황급히 쌍안경을 찾아들고 창가로 다시 갔을 때 비행체는 이미 섬광의 여운을 남기며 강 방향으로 사라진 후였다.
이튿날 아침, 아버님 어머님에게 지난밤 나타났던 괴비행체에 관한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었지만 초신성의 존재도 못 믿는 분들에게 비행체 이야기를 꺼내봐야 공연한 근심만 끼쳐드릴 것 같아 말도 못 꺼냈다.
그런데 사흘 후 우리 동네와 멀지 않은 장소에서 철도 선로 보수 공사를 하고 있던 몇몇 인부들의 목격담이 지역신문에 실려지면서 내가 목격한 흡사한 모양의 괴비행체를 보았다는 독자들의 투고도 실려졌다면 괴비행체를 목격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그리고 또 몇 달 후.
장마철이 되어 사흘 동안 연일 밤낮으로 비가 내렸다. 밭에 물이 흐를 만큼 많이 내린 비는 가뭄의 조짐으로 타들어가기 시작하던 콩밭에는 풍성한 수확을 예고하는 축복의 단비였다.
비가 그치고 햇볕이 들면서 해야 할 작업들도 늘어나기 마련. 물을 듬뿍 먹은 콩작물은 한 뼘 이상 솟아오르며 드넓은 밭 전체를 온통 짙푸른 색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고 각 입사귀의 크기가 넓어지면서 콩닢 갉아먹을 해충들의 번식율도 늘어나 이에 따른 대대적 살충 작업을 준비해야 한다.
농작물 상태를 점검하러 15 km 거리에 위치한 두 번째 농장으로 막 출발하려는데 농장 관리인이 말을 타고 와서 이르기를, 콩밭에 벼락을 맞아 새까맣게 타버린 장소가 있다는 것. 비가 줄기차게 오고 있는데 벼락이 내리쳐서 잎사귀에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콩밭 한 부분을 태웠다는 것은 분명 범상치 않은 일이었다.
트랙터를 달려 콩밭에 도착하여 문제의 그 장소로 가보았더니 정말 콩밭에 지름 이십 미터가량의 원형의 흔적이 금방 눈이 띄었다. 검푸른 콩잎으로 뒤덮여서 있는 가운데 나타난 새 까만 흔적. 그런데 모두 똑같이 골고루 탄 것은 아니었다
반경 2미터 중앙 지점 토지 표면에는 마치 강렬한 화염에 구워진 듯 본래의 붉은색 흙더미가 까맣게 그을려져 있었고 군데군데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주 좁고 깊은 구멍들이 열 군데 정도 뚫려 있었다.
중앙 원형에서 전체원형 가장자리까지 태워진 강도가 거리의 원근에 따라, 완전 소각에서부터 잎 끝부분만 그을려지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있어 커다란 불덩이 하나가 내려친 흔적을 나타내고 있었다.
현장을 검증했던 나 자신도. 그리고 이튿날 신고를 받고 현장에 답사 나온 주정부 산하 농업진흥 기사 일행도 일단 해충이나 농작물 괴질을 유발해 작물을 말려 죽이는 바이러스의 피해도 아닌 벼락에 의한 흔적이라는 결론을 내림으로서 일단의 궁금증은 모두 해명된 듯했다.
때 마침 내려진 단비 덕분으로 그해 콩농사는 평작 수준의 수확을 낼 수 있었지만 벼락 떨어진 원형 공간만큼은 잡초 한 포기 없는 맨땅 바닥상태로 남아 있었다.
수확을 마친 수백 톤가량의 대두는 인근 도시 협동조합 창고에서 불순물들이 제거되고 장기보관이 가능할 정도의 건조작업을 마친 다음 마치 증권 거래하듯 시카고 국제시세에 따라 언제라도 판매할 수 있도록 곡물창고에 저장해 놓으면 한 해 농사의 절반은 마감하는 것 , 미처 쉴틈도 없이 겨울농사 밀 파종작업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모두 여섯 대의 크고 작은 트랙터들이 그때그때마다 필요한 보조장비를 장착하여 밭을 갈고 고른 다음 비료 뿌리기와 파종작업까지(겨울작 밀농사만큼은 여느 작물과는 다르게 제초약 뿌리는 작업이 배제된다) 끝내면 밀이 싹이 트고 어느 정도까지 자라나는 두 달 가령의 휴식기로 들어간다.
드넓은 밀밭이 연두색 카펫으로 변해갈 무렵, 나 홀로 간 만에 농지 남쪽 경계선 따라 흐르는 강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오직 나 혼자 만의 강. 그 안의 물고기들도 몽땅 내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양어장의 붕어 가물치 매기 가지러 가 듯 서두름 없이 출발하려는데 관리인이 또 말을 타고 달려와 이르기를, 지금은 콩밭에서 밀밭으로 변한 그때 그 자리가 벼락도 안쳤는데 꼭 같은 형태로 타버렸다는 것이다.
??????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보려 일단 낚시를 포기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보았더니 밀밭에는 벼락 맞았던 그 자리에 밀 한 포기 없는 붉은빛의 땅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첫 번 것보다 원형의 면적이 절반 정도 줄어든 크기의 원형 면적에는 탄 흔적 없이 맨땅만 붉게 , 마치 거대한 도장으로 꽉 눌러 찍은 듯 새 밀이 자라고 수확할 때까지 잡초 하나 없이 그렇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해 가을 밀수확을 마치고 이어 옥수수 밭에 이어 이듬해 농지의 지나친 산성화방지를 위하여 한해 아무것도 심지 않고 묵히고 있었을 적에도 원형 주위에는 잡초들이 무성했지만 '벼락' 맞았다는 그 자리만큼은 마치 기다란 칼로 원형을 새겨놓은 듯 플 한 포기 없는 붉은 땅 상태로 남아 있었다.
아무리 씨를 뿌려도 싹트지 않는 땅, 혹시나 해서 모종 해봐도 얼마 가지 못해 말라죽는 땅으로 변질되었다면 무엇에 오염됐어도 단단히 오염된 것 같았지만 추측만 무성했지 반세기 전 남미 내륙 깡촌 작은 농지 흔적 따위에 관심 기울여줄 기관이나 사람들은 없었다.
- 어느 비 오던 날 얼마 전부터 심상치 않게 출몰하던 UFO들 중에 한대가 콩밭에 착륙했다?
-착륙지점에 무엇이 밟고 다닌 흔적이 없는 것을 보면 미지의 생물체가 활동한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뚜렷한 착륙 흔적하나만은 남겨놓았다?
하지만 그 정도 흔적으로 UFO 괴비행체라고 단정 짓기도 곤란한 것이 내가 보았던 괴비행체는 몸통 전체가 불덩어리 같이 보였고 날아가는 속도는 느릿했고 소음도 없었을뿐더러 비행체의 추진 분사 화염 같은 것도 볼 수 없었다면 날아가던 비행체 따로. 착륙한 비행체 따로였을까?
관리가 따로 필요하던 문제의 그 농지는 수년 후 매각하고 말았기에 여전히 식물이 없는 적색의 맨땅의 상태로 남아있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었는지 알 길이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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