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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로운 경험

환각! 그 무섭고도 위험한 세계

by Seresta 2023. 10. 17.

 

[프롤로그]

 

환각 (hallucination)이라 함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인데도 마치 실체가 존재하는 듯 실제로 자각하는 증상을 뜻하고 망상(delusion)이란 단순한 생각에 불과한 상상에서 비롯된 것들을 사실로 굳건히 믿는 황당무계한 생각을 말한다.

우리는 종종 꽃이 없는데도 향기를, 거기에 아무런 맛이 있을 수 없는 맹물에서 단맛이나 쓴 맛을 느끼며 심지어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의 형상으로 착각하시는 노인분들의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기에 환각상태가 무엇인지는 대충 알고 있으리라.

 

또한 자신만이 독특한 신념이나 이념에 빠져서 보편적 가치관에 맞지 않는,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 가치관에 반하는 것을 마치 사실인 양 믿음으로서 과격한 극단적 행동으로 빠져든다거나 정상인들 보기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현실 세계 속에 빠져 들게 만든다는 망상에 관한 이야기도 각종 매스컴과 관련 서적을 통하여 많이 알려져 있기에 직접 겪지는 않더라도 망상 현상이 무엇인지 짐작은 할 수 있다.

 

심신의 상태와 살아온 환경에 따라 나타 날 수도,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환각과 망상 증세. 나 역시도 정신질환 중에 하나로서 주로 심신이 약해진 분들, 질병 중에 계신 고령자들에게 나타난다는 환각증세를 어떤 이상한 ‘감기약’으로 톡톡히 경험해 본 적도 있고 주로 극단적 사상과 이념에 빠진 자들에게 나타난다는 망상 증세도 젊은 날,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일시적 우울증을 앓고 있었을 때 잠깐 겪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글에는 사회에 타격이 많지 않은 망상에 관한 이야기는 재외하고 사회에 커다란 피해와 혼란을 야기시키는 환각에 관 한 이야기만...

- 환각! 그 무섭고도 위험한 세계 -

어느새 삼 년째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른바 코비드 19로 명명된 인류사에 유래 없는 괴질병 출현으로 어지간 한 질병들은 관심도 못 받고 있는 독감을 예방하고자 주사까지 맞았는데도 지독한 독감에 걸려서 몹시 고생하던 어느 해 가을.

 

내가 맞았던 백신으론 감염을 막지 못한다고 알려진 신종 독감이 얼마나 지독했던지 한 번 기침이 시작되면 숨이 다 넘어가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고 때때로 엄습해 오는 두통은 또 얼마나 심했던지 한번 통증이 몰려올 적마다 마치 머리 전체가 깨져 나가는 것처럼 몹시 아팠다.

주치의가 지어 준 처방으로 시럽제와 진통제를 구입하여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복용해 봐도 언제나 그랬듯이 별 특별한 효과를 못 보고 있던 차에 내가 독감에 걸려 생고생하는 광경을 지켜보던 라티노 재단사가 제가 아플 적에 복용한다는, 감기 독감이나 두통 치통. 심지어 열이 오를 때 정말 잘 듣는 약이라면서 하얀색 정제 두 알을 내게 건네주어 두 번 망설이지 않고 삼켰더니 정말 신통하게도 그렇게 집요하던 기침과 두통이 사라졌다.

몇 날 며칠을 고통 속에 지내던 나. 믿을 수 없는 약효과에 놀라 어디에서 구했냐고 물으니 미제 약들은 모두 약해 빠져서 항생제나 진통제만큼은 주로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약들을 쓰는데 내가 원한다면 자기가 구해 줄 수 있단다.

 

나는 즉각 이십 알 들이 열 갑을 주문했고 직원은 다음날 아침 동네 약국에서 오직 ‘안면이 있는’ 단골손님에만 판매한다는 신통 감기약 한 갑을 내게 건네면서 아주 어렵사리 한 갑만 구할 수 있었다며 생색냈다.

시간 맞추어 두 알씩 복용하자 기침도 약해졌고 특히 머리가 빠개질 듯 아프던 두통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복용 이틀째 접어든 그다음 날 점심 후 약 먹을 시간이 되어 두 알을 복용한 나는 사무실 방 책상에 앉아 잠이 들었다가 원단이 들어오는 소음에 잠에서 깨어나 한바탕 움직이고 나서 얼마 전의 약 삼켰던 사실을 깜빡 잊고 다시 감기약 두 알을 천연덕스럽게 복용하자 잠시 후 별의별 희한한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 눈앞에서 늘 보는 공장 내 풍경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하게 다가오면서 나는 ‘날아갈’ 준비에 들어갔다. 무릇 인간이라면 둥둥 떠 가야 하는데도 제단 테이블 위에 설치된 원단 롤러를 밀면서 오고 가는 직원들의 두 발로 걷는 모양새가 아주 이채롭게 보였던 것.

나는 다시 칠층에 위치한 공장 내 창문을 열고 저 아래 도로 위로 질주하는 차량들을 바라보면서 창밖으로 나 갈 차비를 하다가 문득 제정신으로 돌아오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도대체 내가 내가 왜 이럴까 하면서도.

책상 위에 놓여있는 약 갑을 보고 문득 두 번 복용했다는 현실을 자각했으면서도.

우리 집 옷장 한구석에다 깊숙이 감추어 놓은 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삼백만 달라 현금 뭉치의 존재가 불현듯 떠올랐다.

큰 액수의 현금을 갖고 있는데도 왜 지금까지 쓰지도 않고 방치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당장 더 안전한 곳에다 감춰야겠다는 궁리를 하는데 다시 몸이 가벼워지면서 자꾸만 뜨려고 하는 느낌이 들어 공중부양 못하도록 두 손으로 책상 귀퉁이를 꼭 잡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약을 두 번 복용해서 환각 중에 있으니 증세가 가실 때까지 창밖으로 못 나가도록 내 몸을 묶어 달라고 소리치자 직원들 모두 내 몸을 재단 테이블 다리에 원단으로 꽁꽁 묶어놓았다.

 

마치 그리스 신화 속에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인 이카다 섬으로 돌아가는 항해 중 만난 카프리 섬 사이렌의 노래를 들으려 부하들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돛대에 단단히 묶어놓은 후 배가 섬을 다 지나가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결박을 풀지 말라고 하던 것 모양 나의 발버둥도 만만치 않았다.

해변가에 밀려드는 파도와 같이 나를 제어하는 환각증세는 강하고 집요하게 밀려오고 밀려갔다.

 

환각에 빠져있는 동안 나는 낄낄 웃기도 했고 이제는 괜찮으니 그만 결박을 풀어달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약효가 사그라지면서 제정신으로 되돌아왔으니 그만하기가 다행이었다.

독한 진통제 과잉 복용으로 인한 나의 환각 체험은 겪어보지 않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희한한 느낌이었다.

 

현실이 아닌 환각인 줄 뻔히 알면서도 초현실 세상 속으로 빠져드는. 스스로 제어하기에는 너무 힘이 드는 그런 느낌들을 무려 한 시간 이상 동안 지속되는 동안 나는 허공을 떠가는 초인간이 되어 보았고 집안에 수백만 달러의 현금뭉치를 감춰 놓은 벼락부자도 됐었다.

빌딩 내 칠층 창가 아래서 오고 가는 자동차들의 행렬을 바라보면서 창문 밖으로 날아가고 싶은 충동을 실천에 옮기려 했던 행동에 얼마나 놀랍고도 겁이 났던지 그나마 스스로를 결박시킨 행동은 환각 증세 가운데서도 희미하게 남아 있던 자아 덕분이었다.

 

또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환각의 세계를 겪어 본 이후 그동안 나와 내 측근의 사람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무관심했던 마약중독자들의 강력범죄 행위와 자해행위들. 이상하고도 엽기적인 행동들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진통제 과다복용도 이렇듯 지독한 환각상태로 빠져드는데 하물며 엘에스디나 엑스타시 , 초강력 팬타닐 까지 합법이란 미명하에 이 모든 마약의 입문 노릇하는 대마초까지 포함되는 마약들의 위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강력한 약 좋아하다가 엽기적인 형태로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었던 나는 약물 부작용 체험을 통하여 얻은 교훈이 있으니 그것은 아무리 처방받은 약들의 효과가 미흡할 지라도 출처 불명의 약품은 멀리해야 하는 것과 우리 주변 분들 자녀 손들의 마약 접근을 한사코 막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평소 건강에 유익한 삶을 습관화하여 가능한 한, 약품의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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