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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11

여행지에서 무전취식 사업 때문이든 아니면 관광을 목적이든 여행은 언제나 즐겁기 마련이고 목적지가 타국인 경우라면 한층 더 즐거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친구들과 함께 떠난 외국 여행지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나 홀로 시내에 나갔다가 지갑을 잃고 비 오는 밤거리를 헤매는 좀 특이한  관광을 해야 했다.네 명의 친구들이 목적지 공항에 막 도착하여 예약된 숙소에 들어가 여행가방을 풀었을 때 날은 어느새 저물고 차가운 보슬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장거리 비행에 피로감을 느낀 친구들은 숙소 내에서 저녁식사와 휴식을  원하는 바람에 밤거리 구경을 제시했던 나 혼자만이 짐 풀기가  무섭게 샤워도 저녁식사도 마다하고 시내로 나갔으니 스스로 사고 칠 기회를 만든 셈이다..평소 습관대로 바지 뒷 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던 지갑은 택시비 지불 할 때도,.. 2024. 4. 26.
은광마을의 달 밝은 밤 지금은 폐광이 되어서 얼마 되지 않는 작고 허름한 목조 건축물만 남아있어 유령마을로 더 많이 알려진 캘리코 은광촌은 로스앤젤레스에서 I-15 고속도로 남쪽 방향으로 대략 200km, 차량으로 두 시간 운행거리에 위치한 까닭에 주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관광객들과 관광버스들이 휴식 삼아 잠깐 둘렀다 가는, 그래서 잠시 둘러도 좋지만 그냥 지나쳐도 별로 섭섭지 않은 준 관광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아주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캘리코 광산은 서부 개척이 한창 진행 중이던 1881년을 기점으로 년간 1,200만 불 규모의 은 발굴량으로 엄청 큰 마을로 반짝 성장했다가 십 수년 지난 1896년, 은 가격 대폭락으로 한 시절 동네 개들마저 달러를 물고 다닌다고 소문났던 켈리코 은광촌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들어서.. 2024. 2. 28.
베니스의 여인과 민속촌 할머니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 나는 지저분한 비둘기 떼들과 법석대는 관광객들 틈에서 거리의 화가들이 진열해 놓은 그림들을 보고 있었다. 그때 남루한 치마에다 자색 머플러를 쓴 한 여인이 내 손을 덥석 잡고는 내가 뭐라고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연신 손바닥 안 밖과 내 얼굴을 대충 관찰한 다음 뭐라고 열심히 말하는 내용을 추측해 보니 내 팔자가 아주 좋지 않다는 뜻 같았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의 모습과 60대 중반의 노파의 모습이 골고루 섞여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기묘한 모습을 지닌 이 집시 여인이 떠드는 말 중에서 간간히 이해할 수 있는 몇몇 단어들을 꿰맞춰 본 결과는 가관이었다. “그대는 먹고사는 데는 별 문제없는 운명을 타고났는데 애석하게도 얼마 살지 못할 필자로 세. 언제 어디에서 어떻.. 2023. 12. 1.
시간여행자의 고국 방문 해외 한인 신분으로 처음 모국 방문했던 때는 전년에 터졌던 외환위기가 거의 극복되어 가고 프랑스 월드컵 대회가 한창이던 1998년 유월 초였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서울 한강의 건너편 일대가 과수원과 채소밭 일색이었던 시절, 어린 나이에 부모남 따라 이민 나갔다가 무려 33년이나 지난 사십 중반의 나이가 되어 고국방문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면 세상 모든 영상물들이 모여있다는 유튜브에서 조차 쉽게 찾을 수 없을, 거의 타임머신으로 한순간에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 수준의 고국 나들이였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듯싶다. 엘에이 공항을 떠났던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던 시간은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였고 모든 입국 수속 절차를 마치고 예약된 호텔이 위치한 신사동으로 가는 택시에 올랐을 때는.. 2023. 11. 24.
이상한 소나무와 나무 심는 파랑새 남미의 남회귀선보다 남쪽 어느 지역에는 공룡들이 활보하던 때보다도 훨씬 더 이전 시대였던 중생기 때부터 지금과 거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해 왔으리라고 추측되는 아주 괴상하게 생긴 소나무가 지금도 서식하고 있다. 1960년대 무렵만 해도 상당히 넓은 지역에 즐비하게 있었다는 이 소나무는 마지막 빙하시대 무렵에는 한반도 몇 배 면적과 맞먹는 넓이, 대략 백여만 평방 킬로미터 안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고 하며 21세에 들어선지 이십 년도 더 지난 지금은 전성기에 비해 겨우 4%로 줄어들어(기후변화도 그렇지만 무분별한 벌목이 가장 큰 요인) 그대로 방치해 놓을 경우 얼마 못 가서 아주 멸종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무늬도 아름답고 목질도 좋아서 건축과 가구 재료로 많이 쓰이는 이상한 모습의 소나무가 울창한 수풀을.. 2023. 10. 31.
파타고니아 여행 [에필로그] 이 세상 모든 언론이나 미디아 대부분은 어떠한 사안에 대하여 칭찬보다는 비판을. 긍정보다는 부정적 견해를 내는 경향이 많은데 나 역시도 그런 류의 기사나 방송들의 영향으로 한 번도 못 가보았던 아르헨티나에 대하여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었다. 드넓은 국토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했지만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는 나라. 철 지난 페로니즘 복지정책 쓰느라 빚더미에서 앉은 나라. 일하기 싫어하고 축구에만 광적으로 열광하는 국민... 물론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소들은 모두 근거 있는 말이다. 외채에 허덕이는 나라 일하기보다 과도한 복지정책에 매달리며 축구에만 열광한다는 말 도 맞는 것이 위정자들이나 국민들이나 편하고 달콤한 복지정책에 길들여진 광경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에 그렇다. 그럼.. 2023. 10. 18.
파타고니아 여행 [5] Buenos Aires 우수아이아에서 늦게 출발했던 관계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한 시가 지난 늦은 밤. 여행 첫날부터 우리 내외와 동행했던 친구의 따님이 야밤의 택시는 불안하다며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몰고 그 깊은 밤중에 공항에 나와 대기하고 있다가 시내 호텔까지 동행하고 체크 인까지 해주어 몹시 미안하면서도 고마왔다. 이튿날 느지막이 일어난 우리는 탱고 공연으로도 유명한 카페 또르또니의 개장시간 오전 10시에 맞춰 찾아갔다. 1858년에 개업하여 1894년부터 현재 위치로 이전하여 지금의 영업 중인데 다녀갔던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사진들이 카페 벽전체를 메우고 있을 만큼 사교와 문화의 교류 장소였단다. Café Tortoni에서 커피와 샌드위치 오렌지 쥬스 로 breakfast를 마치고 에비타 페론과 그녀의.. 2023. 10. 18.
파타고니아 여행 [4] Ushuaia (우수아이아)  거센 풍랑과 높은 파도로 인해 범선들의 공동묘지라는 악명을 지녔던 대서양과 태평양 두대양이 연결되는 Cape Horn 지척에 위치한 푸에고 섬 Tierra del Fuego 내 우수아이아(Ushuaia) 항구에는 남극대륙과 연결되는 연락선들과 섬 주변을 항해하는 유람선들이 정박해 있었고 바다로 나가는 대게잡이 작은 어선들도 보였다. 우리는 사전에 예약해 두었던 비글 해협 주변을 도는 투어. 펭귄과 흡사하게 생겼으되 모가지가 길어 슬프다는 가마우지와 바다사자 떼가 서식하는 섬들과 세상의 끝 등대가 서있는 섬까지 두루 돌아보는 유람선에 올랐다.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위에 항해는 잔잔한 호수 위에 항해 때보다 거칠었지만 볼거리들은 많았는데 이미 이전 여행지에서 보았던 엄청난 광경들로 인해 만성이 되어.. 2023.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