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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영혼이 머무는 계곡

by Seresta 2025. 1. 5.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어린 아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여행으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달라는 아들 내외 간청에도 여러 가지 핑계를 이유로 몇번을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어  날짜를 잡았던 때는 한 해가 다 저물어 가던 크리스마스 다음 날, 12월 26일이었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아들네 SUV 사륜차량 트렁크에다 갈아 입을 옷 몇 가지와 간단한 세면도구가 담긴 작은 가방 두 개와 하이킹 신발과 스틱이 담긴 배낭을  밀어 넣은 우리 내외는  빨강색 등산 모자 눌러쓰고 이제 다 큰 아이 인  양 한 껏 뽐을 내는 뒷좌석  손자 옆자리에 올라  이번 서부여행의 주 목적지 Death Valley National Park으로 출발했다.

 

여름에는 미대륙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뜨거운 날씨들을 기록하다가도 겨울이 오면  쾌적한 한국의 가을날의 기온을 나타내는 장소라고 알려진  켈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내데스밸리는 꽤 오래전 절친 내외분과 함께 잠깐 다녀왔었다. 

 

데스벨리 관광의 진가는  남들이 몰려가는 겨울철이 아닌, 낮 기온은 썹시 40~50도를 넘나드는 진짜 뜨거운 기온을 기록하는 한여름이 제격이라는 관광사 광고에 현혹되어    7월 한여름  관광버스로 다녀왔던 것. 

 

이박 삼일 라스베이거스 짧은 코스 안에 들어있었던 탓인지 내 기억 속에 데스밸리는버스 창 밖에 끝 도 없이 펼쳐지던 삭막한 광야의 삭막한 광경들과  빵굽는 오븐을 연상케 하던  바싹마른 소금바닥의 열기뿐이라 다시 또 가 볼 마음이 없던 그 죽음의 계곡을 향해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느긋이 차를 모는 아들 모습에 나는 딱히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야릇한 느낌마저 들었다.

 

장 시간 질주 끝에 도착 한 데스밸리..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는 그곳은 과연  죽음의 계곡이라는 명칭이 아주 잘 어울리는  거칠고 삭막한 풍경의 연속이었지만 섭씨 20도가량의 쾌적한 온도 덕분인지 예전 과는 전혀 다른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호수물 보다 맑은 투명한 하늘 아래 끝도 없이 펼쳐져 가는 높고 낮은 언덕에 언덕들.  하얀 소금 호수 위에 병풍처럼 펼쳐져 간 붉은색연초록 색깔의 높고 낮은 봉우리들은  잠자던 나의 영혼을 일깨우기에 충분하였다 

 

드넓은 소금 호수를 배경으로 끝도 없이 펼쳐지는 흰색의 평야.  해발 고도 -82m로서 미대륙에서 가장 낮은 지점으로 알려진 데스밸리는 뜨거운 태양빛이 땅 위에 땅위에 모든 생물을 태워 죽인다는 속설에서 비롯된 죽음의 계곡이란 명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따사로운  겨울날의 데스벨리는 생기가 넘처나는 생명의 계곡이자 보는 이들의 영혼을 홀리는 신비로운 장소. 

 

영상과 사진으로는, 또 그 어떤 말이나 글로서는 설명 못 할 데스밸리의 웅대한 장관. 계곡 오아시스 호텔에서의 만 이틀 밤의 여정도 신비의 계곡을 탐사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