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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9,10일차: 지중해 크루즈 여행

by Seresta 2025. 5. 7.

 

[ 바다에서 항해. 그리고 집으로]

어제 오후 출항하여 첫 번째 기항지 바르셀로나를 향하는 크루즈 선박은 여느 때와는 다른 움직임을 나타냈다. 때로는 걷기에 불편을 느낄 만큼 요동이 있었지만 심한 것은 아니라 멀미만 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곁에 아내는 자리에 누었다. 멀미도 멀미지만 이석증세가 나타났다는 것.  귓속에  달팽이관이상증세가 멀미로 발병한 모양인데 경위야 어찌 됐건 눈이 어지러워 도저히 일어설 수 없다고 하여 침대에 누워버리니 곁에서 아무것도 할 수도 도울 수도 없는 형편.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했기에 식당에 올라 친구들 내외분과 더불어 샴페인도 마시고 식사도 맛있게 먹고 프럼나드 광장에서 바람 쐬어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병석에 누워있을 마누라 아픈 얼굴이 떠올라 선실로 돌아갔더니 아내는 아침에 두고 나왔던 그 상태로 누워있다. 

 몸 괴로울 때면 누가 쳐다보는 것도 부담되고  집사람 같이 상태가 심할 경우 남편 숨소리 마저 듣기 싫어지는 법. 아내의 병세가 악화될 것 같아 수영복 차림에 타월을 덮어쓴 상태로 나갔다.
 
날씨 마저 흐릿 쌀쌀해서 자쿠지 탕 하기에 적절한 상황. 우리 남성 셋은 물거품이 이는 자쿠자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며  창밖의 지중해 수평선을 바라보는데 뜬금없이 이 좋은 물놀이,  쇠로 만든 거다란 배. 늘 신선한 산해진미를  놀지도 타지도 먹지도 못하고 무덤에 들어갔던 로마황제들이  생각났다.  

선박 흔들림은 지속되어도  쇼핑거리에 인파는 오히려 늘어나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지중해 수면 위에 성난 파도들은 어둠 속에서도 분간할 수 있는 거품을 품으며 질주해 가는 크루즈 선체를 치고 또 쳐도 선내 군중들은 극장에서 카지노에서 쇼핑몰 점포에서 열띤 공연을 관람하고 카드 테이블에서 배팅을 하고  선물용 기념품을 구입하느라 선체의 작은 요동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루 종일 항해만 하는 크루즈 선박. 이날은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선박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풍성한 음식에 향기 좋은 와인을 얼마나 절제 없이 먹고 마셨던지  배가 터질 만 같았다. 
 
어느 여인은 먹지도 못하고 누워있느라 괴로워 하고 어느 남자는 너무 먹어서 괴로워하던 밤은 지나가고 
새 날 밝은 아침해가 돋았고 우리의 선박은 이내 처음 기항지 바르셀로나 항구에 입항했다.

밤새 속이 거북해서 아침식사는 거를 생각이었는데도 짐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나니 또  배가 고파져서 이틀째 아무것도 먹질 않아 입맛이 되살아난 집사람 손을 끌고 식당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목에 나타나는 낯익은 장소들. 얼마 전 우리가 잠시 둘러갔던 그 장소들을 지나쳐가는데  슬며시 스며드는 섭섭한 마음은  정들지 않았으면 있을 수 없는 현상일 것.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 모두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그리운 집을  항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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