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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거리 며칠 전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대더니 비가 올라고 그랬나 봅니다. 긴 여름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남가주 일대에  비  다운 비가 오는 게 과연  몇 달 만이던가?  몇 시간 주룩주룩 내리 붇던 비는 잠시 멎었지만 하늘 전체가 잔뜩 흐려있는 것을 보아 오늘은 종일토록 비 내릴 기세입니다.  거리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제 집을  찾아 물보라를 피우며 달려가고, 보도 한 편에는 우산 쓴 라티노 여인이 조심스레 몰고 가는 세 아이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이 정겨운데 건너편 버스정류장에는 한국 할아버지 할머니로 추측되는 두 내외분께서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시고, 근래 들어와서 자주 보이는 누렁개 한 마리가 걸어가는.. 주둥이 언저리의 희끗한 점들만 빼면 진돗개와 흡사한 바두기.  타인종 행인들에.. 2024. 5. 11.
나의 10대조 조상님의 선물 사시사철 우유와 벌꿀이 졸졸 흐르는 강. 풍성한 오곡백과와 향기로운 기화요초가  만발하는 에덴동산에서 손 하나 까딱 않고  세상 편하게 살던 하나님의 첫 번째 인간 창조물 아담은 이브라고 이름 지어진 마누라 잘 못 만난 탓에 몹시 춥고 더우며  무서운 맹수들이 우글대는 동산 밖 광야로 쫓겨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강풍과 홍수와 가뭄 그리고 지진 같은 천재지변은 땀 흘려 지은 농작물을 순식간에 파괴하는  흉악한 조건아래서 온갖 힘을 다하여 키우고 양육했던 첫째와 둘째 아들은 질투로 인한 골육상잔으로 첫째 가인은 살인자가 되어 떠나갔고 둘째 아벨은 희생자가 되어 영원한 이별당하는 극심한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불쌍한 아담.두 아들 잃고 다시  얻은 또 다른 아들 셋 외, 이름도  숫자도 모르는 다량의 다른.. 2024. 5. 8.
그리운 강남 황해도 출신이신 우리 어머님이 아시는 대중가요는 정말 몇 곡 되지 않던 것으로 기억난다. 일제 감점 기와 육이오 전쟁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남 이녀, 칠 남매를 낳으시고 그나마 부르실 줄 아는  가요는  명절 가족들 모임에서 부르시던   [그리운 강남]이라는 옛날 가요 한곡 일 뿐, 그나마 다른 가요를 알게 되신 것은  훗날 티브이와 비디오에서 방영되고 재생되는 가요 프로 덕분이었다.  나는  우리 어머니 외, 다른 이들이  그리운 강남 부르는  광경을 본 적이 없고  라디오나 티브이 그 어느 방송 매체에서도 들었던 기억도 없어 혹시 어머님께서 스스로 작사 작곡하신 노래는 아닐까 라는 의문마저 들 정도였다.  그러다 세월이 한참 흐르고 또 흘러 인터넷  온라인 세상이 펼쳐지고 세상 모든 지식과 정보.. 2024. 5. 7.
중화인민들의 미로역정 17세기 작가 존 번연의 써서 세기의 베스트셀러가 된 천로역정 (天路歷程, Pilgrim Progress) 은 주인공 “믿음” (Christian)이  조만간 망하게 될 장망성(將亡城, City of Destruction)이라는 성읍을 떠나 영원한 풍요와 평화와 안식이 있는 하늘나라로 가는 내용을 담은 신앙서적이죠. 1678년 2월에 세상에 나온 천로역정이 전 세계 크리스천들에게 바이블 다음의 위치에 오르게 된 데는 인간의 제한된 오감만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신앙인들의 천국행로를  우리네 인생길에 빗대어 실감 나게 묘사하는 작가 전번연의 집필 능력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거의 오백 년 전의 나왔던 천로역정의 장엄한 스토리가 인공두뇌가 가상세계에서 인류의 삶 속에 까지 침투하고 있는 21세기 지금, .. 2024. 5. 2.
어느 반려견의 눈물 하찌는 어느 일본 여염집에서 태어난, 우리의 진돗개와 많이 닮은 아끼다종 강아지 하치코의 애칭이다.  하찌의 일과는 강아지 시절부터  자기를 보살피고 키워준 주인 대학교수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전철역 출구 앞에서 앉아있다가 역 입구에서 걸어 나오는 주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 하지만 교수가  강의 도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하찌는 졸지에 외톨이 신세로 전락되고 말았다.더 이상 개를 키울 수 없는 교수의 미망인이 가족이 살던 집을 처분하고 아들네로  들아가면서 하찌는 잘 보살펴 줄 만한 한  가정에 입양시켰지만 충성스러운 개는 일편단심 오직 옛 주인만을 그리며 지내다가  기어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찾아 가출하고 말았다. 집 없는 하찌는  무려 칠, 팔 년이라는 긴 세월을  비가 오.. 2024. 4. 30.
여행지에서 무전취식 사업 때문이든 아니면 관광을 목적이든 여행은 언제나 즐겁기 마련이고 목적지가 타국인 경우라면 한층 더 즐거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친구들과 함께 떠난 외국 여행지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나 홀로 시내에 나갔다가 지갑을 잃고 비 오는 밤거리를 헤매는 좀 특이한  관광을 해야 했다.네 명의 친구들이 목적지 공항에 막 도착하여 예약된 숙소에 들어가 여행가방을 풀었을 때 날은 어느새 저물고 차가운 보슬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장거리 비행에 피로감을 느낀 친구들은 숙소 내에서 저녁식사와 휴식을  원하는 바람에 밤거리 구경을 제시했던 나 혼자만이 짐 풀기가  무섭게 샤워도 저녁식사도 마다하고 시내로 나갔으니 스스로 사고 칠 기회를 만든 셈이다..평소 습관대로 바지 뒷 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던 지갑은 택시비 지불 할 때도,.. 2024. 4. 26.
父子의 별난 효심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부터 결혼해 나갈 때까지 늘 부모님 곁에서 살았다. 그랬던 내가 분가해 나가게 되면서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에서 비롯된 행동; 아들이 비록 따로 살게 되었지만 부모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 부모님 계신 농장에 다녀오겠다며 생경한 도시, 낯 선 집으로 갓 시집온 아내를  홀로 두고 달려갔다면  아무리 잘 봐준다 해도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못 될 것이다.  농촌 집에 무슨 일들이  그렇게 많았다고 매 주말마다 가는 것도 모자라 어떤 때는 주중에도 들어가곤 했으니 갓 시집온 새댁의 심정은 어땠을까? 처음에는 마냥 즐거워하시던 부모님마저도  아들의 미련하고 무지한 행동에  그만 질리셨는지  이제 그만 들어오라.. 2024. 4. 25.
살아 돌아온 바나나 수입 바나나 단 한 개의 가격이 짜장면 열 그릇 가격과 비슷하던 시절 싱가포르 시내 어느 과일가게에서 다발 당 열개 정도 달린 바나나 뭉치 두 개를 당시 코카콜라 다섯 병 값에 해당되던 일 달러 은전 한 개를 주고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바나나 한번 실컷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던 열두 살 소년은 숙소로 돌아가기가 무섭게 위에서 식도에 이를 때까지 먹고 또 먹었는데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나중에는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어 목에서 되돌아 나왔을 만큼 바나나의 풍미는 특출하였다. 그때 싱가포르 항구 과일 가게 진열대를 장식했던 황금빛 바나나. 껍질 벗겨 낼 때 유달리 강력한 향기를 내던 그로미셸(Gros Michel) 바나나는 전 세계 바나나 경작지를 강타했던 파나마 병 감염으로 인해 자취를 감추었고 그 빈자리.. 2024.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