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

중화인민들의 미로역정

by Seresta 2024. 5. 2.

 

17세기 작가 존 번연의 써서 세기의 베스트셀러가 된 천로역정 (天路歷程, Pilgrim Progress) 은 주인공 “믿음” (Christian)이  조만간 망하게 될 장망성(將亡城, City of Destruction)이라는 성읍을 떠나 영원한 풍요와 평화와 안식이 있는 하늘나라로 가는 내용을 담은 신앙서적이죠.

 

1678년 2월에 세상에 나온 천로역정이 전 세계 크리스천들에게 바이블 다음의 위치에 오르게 된 데는 인간의 제한된 오감만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신앙인들의 천국행로를  우리네 인생길에 빗대어 실감 나게 묘사하는 작가 전번연의 집필 능력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거의 오백 년 전의 나왔던 천로역정의 장엄한 스토리가 인공두뇌가 가상세계에서 인류의 삶 속에 까지 침투하고 있는 21세기 지금,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주었던  구대륙 중국, 일부인민들의 묻지 마 지상천국행으로 현실에서 재연되는 듯한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고 있자니 어안이 다 벙벙하네요.

 

그들 조국의 최대 적국 일수 도 있는 아메리카 미국땅이 자유와 풍요로운 미래가 있는 지상천국이라 믿으며 굳은 의지와 믿음 하나로 식솔까지 거느리고 망망대해를 거너 산세가 험준한 가시밭 길을 가는 수천 , 수만의 중국순례자들의 험난한 여로와  천국으로 향하는  존번연의 가상인물 “믿음” 및 그의 동료들 순례길과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상향 도착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난관과 위험도 두려워 않는, 꿈을 실천으로 옮기는데 주저하지 않는 주인공들의 장엄한 모습은 아닐까요?

 

 

 ㅡ중화인민들의 미로역정ㅡ

 

 

북극권과 가까운 알래스카 데드호스(Deadhorse)에서 남극권과 멀지 않은 지구 최남단 도시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 (Ushuaia)까지 모두 47,958km의  지구최장 대륙 종단도로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Pan American Highway)의 명칭만 보면 SF 공상소설가로 유명한 쥘 베른의 소설제목만큼이나 환상적이다.

하지만 매우 아쉽게도 북아메라카 꼭대기에서부터 잘 달려오던 자동차는 중미 파나마 운하를 넘어 험준한 지역에 도달하면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가던가 아니면 해상 선박에 실려 한참을 돌아 연결해 가야 한다. ㅅ 도로가 다리엔 갭’(Darien Gap)에서 끊기는 까닭이다.

 

가파른 산. 독충과 맹수가 들끓는 험준한 원시 밀림과 늪지대로 형성되는 다리엔 갭은 이미 오래전부터 콜롬비아 마약상들과 반군들의  마약운반 통로 및 은신처라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침범을 불허하는 오지로 악명을 떨치던 지역이었다.

 

그러다 각국마다 차량의 운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 연결에 관심 많은 미국의 후원을 받아 완성하자는 여론들이 들끓기 시작했는데 현실적 측면에서 해당 국가들의 실질적 호응이 있을 경우 충분히 시도해 볼만 한 사안이긴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도로연결에 가장 큰 문제점은 막대한 건설 비용에 비해 돌아오는 이권은 지극히 적은.  그래서 인근의 파나마 운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사상 최악의 가성비로 기록될 공사라는데 있었다.  

 

천문학적 자금을 부어 도로를 연결할지라도  인근 주민들 삶에 전혀 상관이 없이 오직 극 소수에 지나지 않을 모험가, 여행광들 및 콜롬비아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무장반국세력과 마약범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꼴 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환경단체들 마저 반대깃발을 높이 들고 봉기하는 바람에 도로건설 이야기는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그런데 판아메리칸 도로 완성을 추진했거나 반대했던 그 어느 누구도 다이엔 갭이라는  천연장벽이 오늘날미국이란 사이비 천국행 통로로 활용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리라.

 

통계에 의하면 2023년도  1~9월 사이에 죽음의 루트인 다리엔 갭을 통과한 난민은 역대 최고인 약 30만 8000명으로서 [다른  루트를 재외 한 오직 다이엔 갭 루트에서 만] 베네수엘라가 17만 1000명, 에콰도르. 4만 명, 아이티 3만 5000명.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 중국은 네 번째로서 지난 10년 사이에 연평균 1천500명 정도였다가 작년 한 해에만 20배가량 폭증한 무려 3만 1천 명이나 국경에서 적발됐다는 소식이다. 

 

부패한 정치에서 비롯되는 빈곤과 사회불안 및 치안부재에 시달리는 중남미 출신자들의 미입국  목적은 오직  민생고 해결 하나뿐이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 온중국인들의 미입국 목적은  절대로 먹고 살 갈이 막막해서가 아니다. 스스로 난민을 자처하며 험난한 밀입국 행로를 택 한 그들은 경제순위에 있어 백국 지상 일국 지하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경제대국 중국 변방 출신이 아니다.

 

중국과 무비자 입국 협정을 맺은 에콰도르까지의 온 가족들의 항공티켓과 적게는 두 당 수천 불에서 많게는 수만 달라. 거기에 미국 밀입국까지 수개월 분량의 체류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못 살아서가 아닌 개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삶에 익숙한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완벽한 감시와 통제시스템 사회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됐거나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치체제가  싫어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유의 나라로 가려는 마음이 얼마나  절실했으면 자칫 실종될 경우 수색조차 못하는 험준한 지역. 사고를 당하여 죽을 지경에 이르러도 여행자보험에서 재외 되는 다리엔 갭 정글 진입마저 감수하고 자유의 남미판 산적들과 마적들이  출몰하여 현지인들 조차 기피하는 늪지대 밀림 지대를 통과해서 머나먼 고행길을 선택했을까?

 

 

수많은 중화난민들이 콜롬비아를 거쳐 멕시코까지 7개 나라 국경을 건너면서 5천 km 이상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강도와 납치 같은 범죄를 무릅쓰며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이유는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서 늘어난 실업률과  더불어 비교적 자유로왔던 개인의 자유마저 제한되면서 희망을 잃은 세대가 폭증한 결과라고 CNN은 분석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이 기회의 땅이란 말은  옛날이 되고 있다. 

 

현지인 부모사이에  태어나 성장하고 사회인이 된  주류 미국인들 중에도  아파트 렌트비를 감당 못 해 처자식 데리고 부모집에 합류하는 젊은 가장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실정이고 엘에이 같은 대도시 시민들은  거리의 노숙자들과 그들이 주거하는 차량과 텐트 때문에 무섭고 더러워 못살겠다고 아우성들 아닌가.

 

거기에 난데없는 떼강도가 설쳐대고 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엽기적 총기 사건. 마약에  절어있는 좀비가 거리를 활보하고 여장 사내가 여인 사우나에 벌거벗고 침투해도 막지 못하는 미국을 지상천국으로 잘 못 알고  비자도 없이 중남미 난민들 틈에 끼어 행진하는 중국인민들.

 

그들은 정녕 그런 미국을 이상형의 국가로 믿고  생고생 끝에 미국경에 도착한다 해도 입국자체마저 불확실한 밀입국 시도를 강행하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엄청난 고난의 행진을  선택해야 될 정도로 중국의 실상이 나쁜 것 인가. 

 

이와 같은 와중에서 미국행 이민은커녕 오히려  ‘지상천국’의 삶이 힘들고 지겨워져 그리운 고국으로의 역이민자의 삶을 택하는 미주한인들의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을 넘어 무슨 요지경 속 세상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갈수록 전쟁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유럽과 중동.  전운의 어두운 그림자가 날로 다가오는 대만과 남태평양 그리고 거기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는… 전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안정되고 풍부한 영양공급으로 어느덧 세계 최장수 국가증에 하나로 손꼽히고 첨단 과학이 실생활에  많이 접목되어 열쇠 자물쇠가 소멸되어 가는 지상최대 문명국 자리에 오른 대한민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대한 불만들이 얼마나 많으면 자살률, 출산율 저하로 지구 최정상 자리에 오른 한국의 슬프고 어이없는 현실을 접 할 적마다  이 땅 위에 진정한 천국은 없다는 옛 성현들의 말씀이 생각나면서 천로역정의 종착지. 언젠가는 기필코 찾아야만 하는 진짜 천국의 모습이 눈에 어린다.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10대조 조상님의 선물  (1) 2024.05.08
어느 반려견의 눈물  (0) 2024.04.30
父子의 별난 효심  (1) 2024.04.25
어머니의 반지  (0) 2024.04.13
참새 생포 작전  (0) 202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