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폐광이 되어서 얼마 되지 않는 작고 허름한 목조 건축물만 남아있어 유령마을로 더 많이 알려진 캘리코 은광촌은 로스앤젤레스에서 I-15 고속도로 남쪽 방향으로 대략 200km, 차량으로 두 시간 운행거리에 위치한 까닭에 주로 라스베이거스로 향하는 관광객들과 관광버스들이 휴식 삼아 잠깐 둘렀다 가는, 그래서 잠시 둘러도 좋지만 그냥 지나쳐도 별로 섭섭지 않은 준 관광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아주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캘리코 광산은 서부 개척이 한창 진행 중이던 1881년을 기점으로 년간 1,200만 불 규모의 은 발굴량으로 엄청 큰 마을로 반짝 성장했다가 십 수년 지난 1896년, 은 가격 대폭락으로 한 시절 동네 개들마저 달러를 물고 다닌다고 소문났던 켈리코 은광촌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들어서면서 끝내 아ㅡ무도 살지 않는 유령 마을(Ghost Town)이 되고 말았다.
수많은 광부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들어와 오백여 채굴현장에서 은을 채굴하던 바로 그 시절. 은광마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어느 마을 우체국에는 그날도 어김없이 정해진 시각에 배달할 우편물들을 가지러 온 배달부 한 마리가 있었다.
여기서 우편배달부에게 한 마리라고 한 이유는 배달부가 인류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일 한 마리의 개, 도오시로 불리던 콜리개 혈통이 섞인"포스트 독"이었던 까닭인데 아무리 똑똑해도 고작 집을 지키는 반려견 아니면 카우보이 도우미 역할이나 하던 개로 하여금 우편배달을 맡게 한 데는 잡종복실개 도오시를 자식처럼 대해주었던 해리스씨의 관심과 사랑이었다는 당시 마을사람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비 내리는 날이면 우산 든 주인의 뒤에서. 어둠이 깔린 귀갓길에는 이제 노인이 되어 밤길 어두워진 헤리스노인 앞에서 , 때로는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 아래서 눈빛을 반짝이는 코요테, 살쾡이 같은 야생동물들을 향해 왕왕 짖기도 하면서 단 하루도 빠짐없이 주인과 동행했던 도오시가 새로운 배달부 찾기에 고심하는 우체국사람들 앞에 나타났을 때는 헤리스 옹 별세 후 얼마되지 않아서였다.
마치 주인이 하던 배달일을 자신에게 맡기라는 듯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모습에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던 한 직원이 한 동안 배달을 못해 두툼해진 가죽 우편주머니를 개 등위에다 얹혀 주자 도오시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켈리코 우편국에서 왕복 10km거리. 비스마크 광산촌 점포까지 달려가서 편지를 받아 재분배하던 점포주인에게 무난히 전달하면서 정식 배달부로 임명됐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140년이 지난 1883년 여름이었다.
지금은 황량한 언덕에 몇 개의 목조 건축물과 채광의 흔적만 남아있는 폐광촌. 관광객 편리를 위한 기념품 가게와 잡화점만이 남은 쓸쓸한 고스트타운으로 변했지만 주인이 하던 우편배달일 하다 숨진 충견의 훈훈한 미담은 지금도 그곳에 찾는 한가한 인간들에게 많은 감동을 전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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