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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로운 경험

불청 문상객

by Seresta 2023. 11. 8.

요즘은 비싸지 않은 보통 승용차에도 위성지도 장치가 되어있거나 최소한 나침반이라도 구비되어 있어   찾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그러나 그런 것들이 보편화되지 못했던 수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성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방향감각을 상실하는 나머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었죠.

 

밤중에 장거리 달려가던 도중 재급유를 마치고 다시 신나게 달려가다 보니 지나왔던 장소가 다시 나타나더라는 이야기는 졸음에 지친 운전자들에게 얼마든지 들어볼  있는 이야기입니다.

 

친척 아우가 어느 여성과 맞선 보러 가다가 길을   들어 약속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그만 얼굴도  보인  퇴자 먹은 일이 있었는데요 만약에 그때    보는 자리에 제때에 도착함으로써 결혼으로 연결되었더라면그래서  여성과에 태어났을 아기가 세계를 바꿀 만한 능력의 소유자로 성장할 수도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볼  방향감각 상실은 사람의 운명을 바뀌게 하는 것은 물론나아가 인류의 역사마저 뒤바뀌게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역시도 운전하다 방향감각을 상실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길 가던 도중 주유소에 잠깐 들렸다가 깜빡했던 탓에 애써서 달려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던 적도 있었고 이사 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이사했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평소의 습관대로 살던 아파트로 그냥 들어갔다가 새로 이사    안주인을 엄청 놀라게   적도 있었죠하지만  잃고 헤매다가 모르는 고인께 문상드린 것은........

 

불청 문상객 -

 

LA 이주해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지인들로부터 게를 대접하겠다는 전갈을 받고 해산물 식당이 있는 리돈도 비치로 갔다처음  보는 그곳은 우리 동네에서 거의 사십 마일 정도나 떨어져 있는   거리에 있는 데다 차들이 밀려 약속시간보다 한참 늦게 도착할  있었다.  

 

마치 부두에 정박되어 있는 고깃배들 모양줄줄이 지어져 있는 여러 건축물 중에서 동포가 운영한다는 해산물 식당을 찾아 들어가 보니 언제부터 와있었는지 나무 식탁에 둘러앉아 나무망치로 게다리 두드리고 있는 정다운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립던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운 법인데 하물며 식탁 위에 왕게와 바닷가재가 그득한 파티임 에라반가운 인사도 잠깐 행여라도 남보다 적게 먹을까 먹는데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작별할 시간이  되었다대화다운 대화도 제대로  나누고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면 이건 친구들의 모임이 아닌 식욕 좋은 물개들의 만남으로 봐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먹었을까부풀어 오를 때로 오른 배를 안고 차에 오르니 숨이  가빠왔다언제부터 안개가 끼었는지 밝은 가로등 빛은 진한 안갯속에 호롱불처럼 희미하고 인적 끊어진 거리에는 적막감만 흐르고 있었다. 차선 조차   보이지 않는 낯선 길에서  고속도로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묻기 위해 주유소나 편의점 앞에 세우고 싶었지만 남가주에서 범죄율이 상당히 높다고 알려진 지역이라 께름칙하던 차에 항간의 그런 소문 들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는  어쩌다 나타나는 편의점 안에 있는 사람들은 죄다 갱단원 같은 인상들도저히 들어가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 다리에 경련이 일도록 돌아다녔다.

 

 긴가 하여 열심히  봤다가  길이 아닐 때에 오는 실망감다른 방향을 어떨까 하여 한참을 갔다가 엉뚱한 장소가 나왔을 때에 오는 당황스러움끝없는 방황에 지쳐  무렵  교회당 앞에 서있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교회 입구에 모여있는 검정 정장 차림의 검은 피부 사람들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교회 안으로 들어간 나는 시신을 모신 관을 두고 슬픔에 잠겼다가 오랜 드라이브에 지쳐 하얗게 질려 있는 나를 보며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짓는 검정 일색의 문상객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전혀 예상치  했던 상황에 어찌할  모르고 있는 나에게상복도  갖춰 입고 나타난 정체불명 문상객에게 고인의 미망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다가왔다.

 

남편은 심장마비로 세상 뜨셨어요. 뉘신 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주시어 정말 고맙습니다흐흑..”

 

이렇듯 엄숙하고 슬픈 상황 앞에 무슨 낯으로  묻기 위해 한번 들어와 봤노라고   있을까나는 최대한의 예의와 슬픔을 가지고 관에 누워계신 고인을 뵈었다.

 

꽃송이  사이사이에 성경을 가슴에 두고 누우신 고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불현듯 나도 언젠가는  모양으로 누워 가족들과 친구들을 슬프게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을 떨구는, 불청 문상객에서 고인 앞에서 묵념하는 진짜 문상객으로 변신한 것이다상당히 고마워하는 유가족들에게 일찍 가봐야   같다는 양해를 구하며 본래 목적이었던 가는 길을 물었다.

 

드디어 집으로 가는 프리웨이에 진입한 나는 친구들이 아닌 우연히 만났던 고인의 모습이 생각났다그분은 생전에 과연 얼마나 많은 게와 가제를 드셨을까 세상  어느 사람이라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 산다는 사실  가지만으로도 크나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잃고 헤맨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어지금의 삶이 힘겨울지라도설령 삶에 부대끼는 일들이 빈번할지라도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 곁에 있다면믿음 생활 잘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다가 천국으로 가게 돼있다면 그까짓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어려움고통불행슬픔쯤은 아무것도 아니였어. 그래정말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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