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대형 벤츠를 몰고 가던 한 운전자가 고속으로 달리는 와중에 와이퍼를 작동하면서 시작되었다.
환한 대낮에다 날씨마저 청명했으니 자동차 앞유리 윈드실드에 시야를 가릴 만한 불순물은 묻은 것 같지 않고, 아마도 문득 시야의 갑갑함을 느껴서 와이퍼를 작동시킨 듯한데 워낙에 속도가 높다 보니 창에서 튕겨나간 물이 뒤에서 바짝 붙어 따라오던 뒷 자동차로 날아가면서 바로 앞 자동차에서 뿌려진 물방울 세례에 놀라 크게 휘청 댄 최신형 BMW.
세상 느긋하게 차를 몰다가 물방울 습격에 열 받힌 뒷 자동차 운전자는 갑자기 차선을 바꾸어 경적을 울리면서 물 뿌려준 자동차를 억지로 추월하여 벤츠 바로 앞으로 바짝 끼어들 때만 해도 문제의 벤츠 뒤에 뒤, BMW 바로 뒤에서 달리던 나는 저 친구 열 좀 받았구나라고 생각했지 더럽지도 않은 제 자동차 유리창의 와이퍼를 미친 듯이 작동하여 이제 위치가 뒤바뀌어진 벤츠에게 물세례 퍼부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직 번호판도 달지 않은 BMW 서슬에 놀란 벤츠는 차선 변경을 시도했지만 성난 BMW의 복수는 집요했고 그러자 지은 죄가 있어 수세에 있던 밴츠도 똑같은 방식의 반격으로 돌아섰다.
충돌까지 각오한 저돌적 추월에 성공한 밴츠는 즉각 와이퍼를 재 작동했고 거기에 더 열받은 BMW는 대형사고 마저 감수하는 위험한 재 추월로 물 공세에 나서는 BMW. 두 자동차 간에 화려했으나 위험천만했던 물싸움은 실탄(물)이 바닥나면서 상대방에 향 한 욕설과 손가락질 몇 번으로 내 시야에서 사라져 갔으니 그만하기가 다행이었다.
평생 또 보기 힘들 것 같은 진귀한 물싸움이 끝난 도로는 다시 이전의 한적함으로 되돌아갔고 그게 무슨 큰 구경거리라고 악착같이 따라가던 나는 상념에 잠겼다. 사려 깊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또 그렇게 잘못한 것 같지도 않은 벤츠 운전자는 그렇다고 쳐도 BMW를 몰던 인간은 물 조금 맞은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자칫 대형사고까지 야기시킬 수도 있었을 그따위 행동을 저지를까?
보통 사람들 타기 힘든 고급 승용차를 구입할 만한 형편이라면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으로도 높은 위치에 있을 인간. 집으로 돌아가면 자기를 반겨줄 가족들이 있고 또 언제라도 담소와 술잔을 나눌 친구도 있을 법한 사람이 아무리 화 가 난다고 해도 물 몇 방울에 그런 식으로 나간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모르는 사람들 우발적 행동에 화를 내고 이성마저 잃게 된다면 삶 자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쉽게 열받아서 변변치 못한 일에 사생결단 하는 일이 반복되면 그만큼 사고 칠 확률도 많아지기 때문인데 실제로 어처구니없는 일로 시작된 다툼이 끝내 자신과 남의 목숨마저 잃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도 종종 일어난다.
오래전에 엘에이시 어느 신호등에 걸린 젊은 운전자가 거지가 찌른 칼에 생명을 빼앗겼던 사건이 있었는데 원인은 일 달러의 사분지 일 가치 은전 한 닢만 달라는 거지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비롯된 다툼이었다.
부부싸움 도중 화난다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 죽은 여인이 있는가 하면 역시 열 몹시 받았다고 권총 활극을 벌이다가 끝내는 남 죽이고 자신마저 죽는 불행한 사고도 있었는데 통계에 의하면 개인의 총기 소유가 가능한 미국의 경우 운전 중 시비가 붙는 이른바 로드 레이지(road rage, 보복운전) 총격 사건으로 지난 칠 년 동안 무려 218명이 살해당했고 12,610명의 중경상자를 양산시켰는데 이는 매 16시간마다 누군가 죽거나 부상당하는 끔찍한 현실이 미국 내 도로에서 일어난다는 것.
조금만 차분히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죽음까지 거는 일부 현대인들. 무엇이 그 들로 하여금 그렇게 쉽게 노하고 쉽게 절망케 하는 것일까? 사노라면 그런 일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갈수로 늘어나는 차량들. 출 퇴근길에 막힌 차들마다 한뼘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소중한 생명마저 경시하는 정글과도 같은 도로에서 나 자신의 삶을 위해서도 나 없이는 불행 해 질 수밖에 없을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인들을 위해서도 누가 어떻게 운전하던 그저 피하고 참고 인내하는 최 안전 운전 습관이 절대 필요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