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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로운 경험

보답 없는 선행

by Seresta 2023. 12. 17.

 

우리는 종종 주변사람들이나 신문기사 혹은 미디아 방송에 의해 타인으로부터 받은 은혜가  마땅히 받을 만했기에 별로 고마워할 이유가 없어서.  혹은 받은 도움은 고맙지만 그에 따르는 부담감이 싫어 은인을 의도적으로 멀리 한다거나  도움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 속에서 삭제시킨 사람들의 관 한 사연들을  보거나 듣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또한 이야기 세상 속의 선행에는 반드시 보은 보답이 뒤따른다는 규칙이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이 뜨듯이 정확히 정해져 있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선행을 할 기회를 기를 쓰고 찾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례를 들자면 능력도 없이 애들만  잔뜩 낳아(검색된 기록에 의하면 적게는 열둘에서 많게는 서른둘! 가난한 삶을 살던 인간이 다리 다쳐 날지 못하는 제비를 보살펴 주고받은 씨앗이 터트린 잭팟으로 인생역전 했다는 흥부스토리와 

 

나무 한그루 심지는 못하고 멀쩡히 살아있는 나무들을 도끼로 찍어 장작으로 팔아 연명하던 자연파괴범이 선행도 아닌, 오로지  거짓말 안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얻어낸 은도끼 금도끼로 팔자 고친 어느 나무꾼의 이야기와 사냥꾼들로부터 쫓기던 사슴을 숨겨준 대가로 선녀 색시를 얻은 또 다른 나무꾼 사연이 이야기 세상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면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동화 속의 세상처럼 삶은 비록 고달플지라도 마음만 곱게 먹고살다 보면 자녀가 대학입시에 떨어질지라도 오히려 더 좋은 학교에서 어서  오라 하고, 직장에서 퇴직당해도 더 좋은 곳으로 금방 취직되며 하던 사업이 망할지라도 더 좋은 사업체가 나타나는 일 들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너도 나도 선행할 기회를 포착하기 위에 눈에 불을 켜고 살아간다면 오만가지 고통과 불행으로 얼룩진 이 세상은 얼마나 밝게 변모할까요? 그러나…

 

현실은 많이 아주 많이 다르더이다. 선행에 대한 보답과 행운은 고사하고 오히려 짐 되고 성가신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도 쉽지 않거니와 받은 도움에 보답받은 경우도 드물기에 그런 사연들 자체가 전설이 되는 것이 작금의 세상입니다. 

 

비를 피해 자기 매장에 들어온 한 노파에게 도움을 주었는데 알고 보니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부자였던 어느 갑부의 어머니였다는 것. 그래서 그 회사에서 필요한 모든 가구 일체를 보잘것없던 그 가구점에서 구입하는 바람에 동네 가구점 주인은 금방 엄청난 갑부가 되었다는 사연

실직자가 되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던 한 남자는 사막 지대에서  헤매고 있던 노인을 발견하여  자신의 차에 태워 인근 도시까지 데려다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체를 감추고 은둔했다는 억만장자. 그리하여 상상도 못 했던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아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는  두 인간의 행운 스토리는 복권에 당첨만큼이나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해프닝 일 뿐이겠지요

 

섣불리 도움을 주었다가 봉변 당 하는 사례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사람을 구해주었더니 고마워하기는커녕 자기 짐은 어디 있냐고 화냈다는 속담마저  생겨났으리오?

 

실제로 내 경우만 하더라도 한 마켓에서 원피스 지퍼가 반쯤 내려온 것도 모르고 걷는 여성에게  지퍼가 내려졌으니  어서 빨리 올리라는 말 한마디 했다가 웬 참견이냐는 신경질만 잔뜩 받는 망신을 당하고 나서부터. 

 

사무실마다 다니며 칼 가위 가는 일을 하시는 어떤 영감님을 도움이 필요한 분인 줄 착각하고 경솔한 적선 행위를 하려다가 감히 누구를 거지로 보냐는 호통을 받고 난 후부터  누가 알몸 차림으로 거리를 누빈다 해도 절대로 못 본 체하기로 마음먹고 , 아무리 거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지라도 일단 평범한 보통사람이 거지 행색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신중함에 그저 못 봤거니 하고 지나치니까  삶이 편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는 야 남에게 도움받은 일은 쉽게 까먹는 대신에 내가 누굴 도와준 일만큼은 좀처럼 잊지 않는 전형적 속물인간. 얼마나 쫀쫀한지 대 여섯 살 어린 시절의 착한 행실도 기억하고 살면서 베풀었던 대부분의 선행들도 어떤 보답을 바라며 했던 행실이었죠. 그중에 가장 잊지 못할 사연을 소개합니다.

 

 

*보답 없는 선행*



내 나이 이십 세 갓 되던 해 부모님  양계장 일을 도울 때였다. 새 채가   나란히 지어진 계사 앞 도로변에 돋아난 잡초들을 뽑고 있는데  흙먼지를 달고  질주해 오던 웬 자동차 한 대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한 중년 남성이 차 안에서 황급히 나와 내게 다가와 이르기를 독사에게 물린 제 허벅지의 독을 빼야 하니 칼 좀 빨리 빌려 달라는 것.

갑자기 당하는 일에 혼수상태에 빠진 나는  얼떨결에 큼직한 칼을 빌려 건네주었고 칼을 손에 쥔 정체 모를 사나이는 계사 한 구석으로 가 바지를 내리고는 자신의 사타구니에 달린 주요 부위를 찌르려는 엄청난 광경을 포착했던 나.

 

황급히  그를 덮쳐 간신히 제지할 수 있었지만 일찍이 단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황당한 일에 정신 바짝 차리고는 일하는 사람 두 명을 시켜 오동나무에 밧줄로 꽁꽁 묶고 있었을 때 그의 가족으로 보이는 한 여성과 두 아이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몇 해전에 정신 이상 증세가 있어 정신병원 신세를 진 적 있었지만 다 나은 줄 알고 여행 다녀오다가 그 꼴을 당했다며 한바탕 울고 나서 하는 말이 자동차를 도로 인근에 멈춰 세우고는 급히 해결할 일이 있다면서  가족들 모두 차에서 내리게 한 다음 우리 집 방향으로  내달리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했던 것. 

 

예전에도 자해소동 벌인적이  있었지만 거세 시도는 처음이고 그런 해괴한 행동들은 정신 질환 중에 하나인 결벽 증세가 갑자기 심화될 때 일어나는  발작증세란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나는 싫다고 몸부림치는  정신이상자를  자동차 옆 좌석에 밧줄로 단단히 묶어서 앉혔는데도 비명과 신음이 동반되는 강렬한 몸부림으로 저항하는 아수라장 상황 아래 장장 150킬로미터 이상을 달려 도착한 도시의 정신병원에다 입원시키고 다시  그들이 사는 또 다른 도시를 향해 60 몇 킬로 달려  도착한 후, 차고 안에다가  곱게 주차해 놓고  쉴 틈도 없이 내 돈으로 요금 치른 버스 편으로 깜깜한 밤이 돼서야 집으로 되돌아왔다면 그 보답으로 금도끼 하나쯤 바랬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닐 듯싶었는데 현실은 어땠던가?

내가 썼던 경비는 고사하고 그 흔한 콜라 한잔 못 얻어 마시고 돌아왔다면 아무리 어수선한 상황 때문이라 해도 사람이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그 일이 있고 나서  경황이 없어 감사의 표시를 못 했을 그분들이 선물을 가득 싣고 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오가는 자동차 소음에 온 신경을 세우며 기다렸건만 무정한 그들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일 년이  다 가도록  깜깜무소식이었다.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은 결코 아니었지만  하루 전체를 극심한 긴장 속에서 보내야 하는,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했던 선행의 결과가 결국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 새들의 날갯짓이 되어  한동안 어떤 배신감마저 들었지만  시간 흐름에 따라 나의 그런 감정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어져 갔다.

아무리 도움의 분량과 내용이 많고 좋을지라도  나의 가족이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보다 드리는 입장에   있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결론은  별도로,  내가 도움을 베풀었던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온몸으로 퍼져가는 어떤 뿌듯한 느낌.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을 풍족 감 한 가지 만으로도 충분한 보은을 받았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따뜻한 이웃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많은 감사의 계절.  내 삶의 축복을 가져다줄 어려움에 처한 아웃들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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