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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로운 경험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이상한 개

by Seresta 2024. 1. 31.

[프롤로그]

 

언제부터인가 한민족의 전통적 식문화 보신탕이 타국 사람들, 특히 개를 인간의 반려자로 여기는  애견가들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성토를 받다 보니 식용개 사육장과  보신탕 전문식당이 우리네 음식 종목에서 완전히 퇴출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합니다

그런데 냉철하게 생각하면 개고기 섭취를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인류에게 막대한 노동력과 운송역할을 담당했던 소나 말 같은 가축 섭취 행위에는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는지.

 

땅과 물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 안 먹는 것이 거의 없다고 알려진 그 사람들이. 동물도 부족해서  온갖 곤충류까지도 음식품목에 끼어놓는 자칭 고품격 음식섭취자들이 자신들이 준인간으로 대우하는 개고기 섭취문화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구촌 최첨단 문화의 삶을 누리는 한국인 모두를 식인종  수준의 미개인 취급 하려 한다면 개를 사랑하고 그래서 보신탕도  못 먹어 본  나 역시도 대단히 불쾌하고 기분 나쁠 수밖에 없지요.

 

말이야 바른대로 우리가 너무 가난해서 고기가 귀할 때는 세상 어느냐라도 보신탕 식문화에 시비 걸지 않았어요.  먹을게 너무너무 없어 개고기라도 먹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까요. 또 누가 뭐라 한 들 단백질 부족으로 버짐 가득 낀 몰골이 말이 아닌데 사람만 안 잡아먹으면 그만이지  배고파 죽을 지경인데.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요. 변해도 엄청 변했어요.

 

먹는 것 한 가지만큼은  맘껏 먹을 수 있는 풍요로운 세월로 변했습니다. 고기종류도 무척 다양해졌고 과거 달걀 한 개 값이면 요즘  고기 한 덩이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도 많이 낮아진 거죠. 그러다 보니 고깃국에 쌀밥을 너무 먹어 비만 당뇨 고혈압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엄청 늘었네요.

지나친 영양섭취로 인해 병자 아닌 병자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요즘시대에 개를 잡아먹어 얻는 것은 과연 무엇 인지. 지구촌 강아지 애호가들의  보신탕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가는 지금   굳이  미개국 소리까지 들어가며 개를 잡아먹을 만한 가치는 있는지 고민해 볼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좀 산다는 국가들마다 국위선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작금의 세월에서  단순히 우리의 전통 식문화 유지를 위해. 또는 보신탕 애호가들의 먹을 권리와 충족을 위해 보신탕 식문화를 멈추지 못 한 다면 이보다 더  손해 보는 정책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어린 시절  제가 겪었던 실제이야기를 회상합니다. 

                             

                                                        ㅡ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이상한 개  ㅡ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내가 여려서 살던 작은 마을에   '개영감'으로 호칭되던 한 노인이 계셨다. 

 

한민족 최초의 귀족 박혁거세의 고귀한 성씨를 내려받은  양반 노인께서 듣기에 민망하고 절대로 대놓고 호칭할 수 없는  ”개“씨로 바뀌게 된 데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무언가 개를 떠오르게 하는 그분의 외모나 성정보다는 개 잘 잡으시고 아주 잘 드시는 그분의 취향과 식성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동네 어른들 중 두 번째로 고령자셨던 개영감은 당신께 붙은  명성에 걸맞게  마을 연중행사 자리맥임 한 개 추렴을 주도하셨고 개영감님 만큼은 아니지만 보신탕을 약탕 수준으로  여기던 나의 아버님은 동네 개사모 회원 중에 한 분이셨다.

 

”자네들 요즘  고기 생각 아니 나시는감? “ 영감님의 이 한마디가 메아리쳤다 하면 동네 개 중 한 마리는 반드시 세상을 떠야 했고 그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되면서  잡아먹을 만한 개가 박멸되면서 동네 아이들은 비상이 걸렸다.

 

정든 워리들 메리들이 어느 순간에 음식으로 변할 수 있다는 현실에 몸서리치던 동네 아이들은  지팡이 대신  기다란 나무 몽둥이를 끌며 자신들 집 근처로 다가오는 저승사자의 기척을 느낄 때마다  잔뜩 얼어붙은 애견과 함께 줄행랑치기 일쑤였고 혼자 있는 개들은 아무 구석에나 기어 들어가서 어둠의 그림자가 사라져 갈 때까지 바싹 엎어져 있었다.

동네 어른들의 개 추렴 행위를 종식시켰던 그 사건은 개영감님께서 이웃마을 방앗간집 개 한 마리를 우리 집으로 끌고 오시며 시작되었다.

꽤 비싼 값에 팔려왔다는 놈은 도대체 무슨 종인지  가늠할 수 없는 매우 특이한 형상을 지니고 있었다. 연한 갈색의 복슬복슬한  털과 길쭉한 주둥이를 보면 개 라기보다는 오히려 양 생김새를 연상케 했는데  셰퍼드 잡종이던 우리 집 개가 꼬리를 마구 흔들며 반기는  모습을 볼 때  생김새는 특이해도 개가 분명했다. 

 

우리 집 마당 나무 둥지에 묶여 있는 나흘 동안 단 한 번도 짖질 않아 평소 침착하고 신중한 언행으로 정평이 난 우리 어머님마저도 “내 살다 살다 저런 개는 또 처음 보는구나”라고 탄식하셨다.

 

동네 시냇가 나무 아래서 무참하게 도살당할 때도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울부짖지도 반항도 하지 않았다는 이상한 개.  그래서 도살에 참여했던 어른들의 마음을 울적하게 했다는 특이한 개. 

 

그런데 또 놀라운 사실은  보신탕 맛과 식감이 여느 때와는 아주 다른 식감과 풍미. 개고기 같지 않게 뭔가 많이 심심해서 신나게 먹으려다가  오히려 입맛을 완전히 망쳤다는 후문이다. 

어느 날 동네에 홀연히 나타나 가마솥으로 들어간 정치모를 개의 출현은 그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항간의 나돌았던 소문처럼 고기로 사라져 갔던 개들의 원혼이 씌워진 개였을까?

원인이 무엇이었던 간에 중요한 결과는 개가 죽임 당했던 그날 이후. 연중행사 같던 마을 보신탕 파티는 종지부를 찍었고 따라서 처참하고 잔혹했던 개들의 수난 떠한 영원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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