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치 않은 여성과 결혼함으로써 더욱 유명해진 친구. 그가 학창 시절부터 부엉이란 별명을 얻게 된 이유는 올빼미 눈매를 연상케 하는 그의 검은색 뿔테 안경 때문이라는 설과, 좌우를 살필 때나 등 뒤를 돌아볼 때 어깨는 고정시킨 체 고개만 휙휙 돌려대는 습관 탓이라는 두 개의 설이 있다.
유능한 의상디자이너 부엉이 아내는 귀여운 타입의 얼굴과는 다른 육감적 몸매와 개방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토종씨암탉 스타일 아내를 데리고 사는 주위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는 한편 적지 않은 질시와 염려도 끼쳐주었는데 그녀의 별난 점이 부각된 시점은 신혼시절 짓궂은 남편 친구들이 과음한 부엉이를 부축하고 그의 아파트를 쳐들어갔을 때였다.
오지 않으려 했는데 이 녀석이 하도 자기 집에서 술 한잔 더하자고 하도 졸라대서 어쩌고 하는 친구 일행에게 신랑이 폐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머리부터 조아린 부엉 새색시는 누추한 곳에 이렇게들 찾아주셨는데 미처 준비를 못해 송구하다는 인사말을 건네며 작은 거실에 딸린 부엌 식탁으로 안내하더니 위스키 병과 물병, 방문객 숫자 대로 유리컵들을 늘어놓으며 혼잣말 치고는 큰 소리로 ”안주가 없는데 이를 어쩌나”를 여러 번 반복했다.

이윽고 안주 하나 없는 술상은 차려지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석고상 처럼 굳어진 자세로 앉아있는 손님들에게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아 이런 술상을 차릴 수밖에 없었던 점에 큰 아량과 용서를 구한다는 말씀을 올리더니 살며시 포개진 양손이 어깨높이로 올리고는 바로 그 자세로 주저앉아 이마와 맞닿은 양 손바닥을 바닥에 대는 큰 절을 한번 올린 다음
신랑이 술에 약해서 친구분들께 폐를 끼쳐드렸기에 신랑 대신에 벌주로서 사죄를 대신하겠다며 그 독한 생위스키를 제 유리컵에 가득 따라 고대로 원샷으로 들이킴으로 부엉 친구들의 넋을 잃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도시괴담 같은 전설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오직 남편과 자녀를 위해 자신의 독립된 주관을 희생하며 사는 것을 최고의 여성상으로 치는 배달의 사내들은 잘난 여성을 곱게 놓아두려 하지 않았다.
그녀가 젊은 직장 남자 동료들과 함께 먼 곳으로 출장 가거나 혹은 그녀의 잦은 근무 후 회식에도 그녀의 안위를 염려하는 주위 친구들은 부엉이에게 열 까지 내어가며 통렬한 충고를 보냈던 것.
"이것 봐 부엉이! 내가 만약 자네라면 말이지...."
절대로 그냥 두지는 않겠으며 여의치 않을 경우 직장마저 당장 때려치우게 하겠다는 사나이에서부터, 출장만큼은 기필코 반대하겠다는 친구, 그녀의 직업상 어쩔 수 없는 출장과 회식은 용인해 줄지라도 얌전한 복장과 조신한 몸가짐만은 반드시 관철시키고 말겠다는 친구들 조언에 부엉이는 기가 탁 막혔다.
“아니 이 사람아. 그 사람은 내 여편네지 너네들 마누라는 아니잖아. 남 집안일에 참견도 한두 번이지 이거야 어디! 하여간에 걱정도 팔자예요. “
모임자리에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부엉이 아내. 술 조금만 들어가도 금세 빨갛게 물드는 조그만 얼굴, 패션전문가 다운 그녀의 과감한 노출 차림은 동석한 여성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케 했는데 항간에 떠도는 의혹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엉 내외는 자신들의 다정한 모습을 여과 없이 연출하여 노래를 불러도 주로 듀엣송을 찾아 불렀다.

그것도 서로 마주 보며 애정 깊은 눈길을 주고받아 제 짝이 아무리 마이크를 잡고 열창할지라도 별다른 반응도 없이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는 군상들을 부끄럽게 만들더니 어느 모임에서는 노래 가락에 맞춰 블루스도 추고 그러다 입맞춤 마저 마다하지 않는 돌발행동으로 동석자들의 눈과 입을 활들 짝 열게 했다,
그런데 아내에 대한 부엉이의 믿음이 그렇게 철석같았냐 하면 하면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는 슬프고 허무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 의 아내가 또 한 번의 해외로 떠나자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자기도 다른 남자들과 같은 인식과 감정을 지닌 인간인데 어떻게 잘난 남자들과 동행 출장 떠나는 아내에 대한 의심이 없을 수 있겠냐며 불안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다는 것.
그러면서 아내가 출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잠 이 잘 오지 않는다고 실토하고는 그래도 이 험한 세상에서 내 사람 내가 신뢰 못 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냐며 긴 한숨을 내쉬고는 이어 닭똥 만한 눈물을 뚝뚝 떨궈대어 평소 부엉이 처를 못 잡아먹어 난리 치던 친구들을 몸 둘 바를 모르게 했단다.

그러나 그의 아내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집으로 돌아오자 언제 그랬었냐는 듯 부엉이의 미약한 불안감은 눈 녹듯 사라지고 여느 때와 같이 모임에 빠지는 일 없이 듀엣창에 블루스도 지속되었는데 언제부턴가 부엉 부부의 행동을 따라 하는 부부가 한 둘 늘어나면서 두 달에 한번 열리는 그들의 회식모임은 명실공히 쌍쌍파티로 진화되었고 따라서 춤추는 부엉 아내에 대한 관심도는 급격히 사그라져 갔다.
그녀가 출장 가거나 직장 회식자리에 가던 그 누구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고 짙은 화장과 노출 심한 옷차림에 관한 친구들의 간섭이 거짓말처럼 없어진 것이다.
부엉이의 아내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두꺼운 신뢰는 가는 세월에 마냥 시들어가던 친구 아내들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어 씨암탉에서 여우 스타일로 차츰 변모시켰고 부엉이의 소극적 태도를 짙게 타박하던 친구들 역시 아내의 변신을 반기는 모던 남편으로 변신했지만 부엉이만의 특이한 행동. 아무 때나 휙 휙 돌아보며 사람 좋은 웃음 짓는 부엉이의 해맑은 미소는 그 어느 누구도 전수받지 못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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