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그 어느 누구라도 완벽한 행복을 누리며 살 수는 없다. 돈 많고 몸만 건강하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겠지만 조금만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 홀로 사는 것이 아닌 얽히고설키며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보니 집안의 형제자매 중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들로 고통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가까운 친구들 이웃 중에는 다른 것들은 다 괜찮은데 건강이 나빠서 고생하거나 몸은 건강해도 경제사정이 어려워 고통받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나마 슬픔과 괴로움을 함께 나눌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무엇 하나 의논할 상대도 없이 홀로 가야 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시련이란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을 고통이 아닐까?
피아니스트의 삶을 꿈꾸던 내 친구 여동생이 그랬다. 그녀의 남편은 집 마당에 들어온 너구리를 내쫓다가 넘어져 사망했고 어이없는 사고로 졸지에 미망인이 된 그녀는 자신이 할 줄 아는 피아노 연주 하나로 생존을 위해 나섰다.
동네 아이들 상대로 하는 피아노 레슨비와 교회 반주자로 봉사하며 받는 사례비가 수입의 전부이다 보니 어린 딸과 함께 단둘이 살아가는 것도 쩔쩔매야 했다.
그녀의 딱한 처지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재혼 상대자를 물색하여 맺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딱히 못생긴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사내들 눈에 들게 할 만큼 미모도 없는 데다 어린 딸까지 달려있는 그녀와 여생을 함께 하겠다고 하는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가 생존을 위하여 고군분투할 즈음 그녀가 사는 동네와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는 나이 사십이 다 지나도록 독신 신세를 못 면하는 한 노총각이 살고 있었다.
인물도 좋고 직업도 중간 급 공무원이라서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애 아빠가 되었어도 한참 되었을 사람이 무엇을 그렇게 고르는지 적지 않은 처녀들과 맞선을 보았어도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다며 번번이 거절하여 아들의 장래를 염려하는 부모의 속을 썩여주었다.

그 사람 신체에 무슨 말 못 할 결함이 있는 것 같다. 혹시 게이는 아닌지 모르겠다. 이상한 결벽증이 있어 여자만 보면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우울증 환자로 추측된다는 벼라 별 해괴한 소문들이 죄다 그와 선 봤던 처녀들 입에서 나왔다면 그의 한결같은 거절 행각엔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렇게 중학생 딸 가진 미망인과 나이는 들었어도 여자 보는 눈 높은 엘리트 총각.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사람을 맺게 해 준 것은 엉뚱하게도 한 곡의 명곡이었다.
세상에는 스스로 크리스천이라고 말하면서도 일 년 내내 딴 청하다가 꼭 크리스마스가 돼야 교회에 나가는 인간들이 있는데 노총각이 바로 그런 그 부류의 한 사람이었다.
성탄 전날밤 마음에 드는 짝을 못 찾았다고 이상한 남자가 되어 버린 그는 자신이 한 해 동안 지어왔던 죄들을 속죄해 볼 겸, 성탄절이 되었다고 특별히 어디 갈 곳도 없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여 위로도 받아볼 겸, 은은히 울려 퍼지는 차임벨 캐럴송에 이끌 리 듯 들어간 곳은 고달픈 삶에 지쳐가던 피아니스트가 섬기고 있는 예배당. 교인들 틈에 앉아 듣는 오르간 연주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깊은 감동과 은혜를 느끼게 했다.

참 기쁨과 지혜의 왕 사랑의 왕 구주 예수. 빛의 근원이신 예수 우리 인도하소서"
귀에 익숙한 바흐의 곡이었지만 지금 들려오는 이 오르간 소리는 얼어붙은 그의 심금, 아니 온몸과 마음을 녹여주었다. 단정한 자세로 오르간을 타는 여성. 처음 보는데 언젠가, 어디서 보았던 느낌이 들어왔다.
아는 교인으로부터 그녀의 신상과 내력을 알게 된 노총각은 몇 주 후에 교회를 찾아가 그녀를 만나 준비해 갔던 털실 목도리를 건네며 했다는 말은 명대사가 되었다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을 선사해 준 당신과 교제하고 싶습니다”
총각 측 집안에서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총각귀신으로 남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신 부모님의 용단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결실을 맺어 결혼 일 년 만에 태어난 아들은 시부모님 귀여움 속에 잘 자라고 있고, 뒤늦게 찾아온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동화 속 부부는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는 소식이다.
인류의 기쁨 되시는 우리 주 예수님. 이 세상 모든 독신남녀들에게 크신 축복과 위로와 평화를 내려주시고 행복한 사랑의 기적을 이루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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