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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인종차별 & 문화차별

by Seresta 2023. 12. 3.

인종차별만큼이나 잘못 알려져 있거나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주제는 그렇게 많을 것 같지 않다.
 
내가 태어나 자란 모국을 떠나서  문화와 풍습이 판이하게 다른 타국서  사노라면 당연히  이민자들의 확산 현상에 못마땅해하는 일부 현지인들로부터 심한 배척과 차별받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지만  대다수 고국 동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심하거나 많지 않다는 것이 반세기 넘도록 북남미 대륙에서 살아온 본인의  결론이다. 
 
삼 년 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됐던 코로나  팬더믹 광풍이 불어 닥쳤을 때 유럽과 미주 등지에서 동양인 전체에 대한 차별 행위들에 관 한 기사들이  전 세계 언론사에 실려지고 미디아 방송에서 언급됐지만 이는 특수한 환경에서 일어났던 일시적 현상,  다인종 사회  캘리포니아  엘에이 카운티 지역이라 그런지 실생활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미했었다.
 
불체류자 신분 탓으로 온갖 차별에다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하는 경우는 예외로 치더라도 현지인들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는 합법 이민자들에게 오직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차별 했다가는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국과 같은 다인종 사회에서의 인종차별은 국가 해체에 해당될 만큼 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소송의 덫에 걸려  막대한 재물손실은 기본이고  사안에 따라 금고형까지 받을 수 있을 인종차별을  대놓고 할 수 있을 부류는  극단적 사상을 가진 극소수의 흑백인들 아니면  마약 알코올 도박등으로 망가질 때로 망가져서 삶에서 더 이상 잃을 것 이 없을  거리의 부랑자들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국에 잠깐 다녀온 사람들 중에는  자신들의 외국 체류 중에  겪은 몇몇 사례를 통해 외국인들의 인종차별, 특히 한국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인들의 인종차별 행위에 지탄하는 글들을 흔히 볼 수 있는 데 그런 분들은 과연 어떤 종류의 차별을 받았기에 인종차별이라는 정의를 내렸는지 궁금해진다. 
 
혹시?  차별행위와는 성격이 다른  텃세 행위나 외지인들에 대한 경계심을 인종 차별로 혼동한 것은 아닌지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번쯤 냉정히 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된다.

 

 

오래전부터 다인종 사회에 적응이 된  나 자신도  생김새가 다르고 문화와 풍습과 언어가 다르다 하여  차별받은 기억은  별로 없지만 때로는 의사소통이 잘못되어, 때로는 문화의 차이로 인해 불이익당하고 만만하게 보인적은 여러 번 있다.  

 

정말 이유도 없이,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 만 했던 경우를 꼽아본다면  미국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되어 가족들과 함께 여행 중에 둘렀던  작은 마을 식당에서의 에피소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뚱뚱한 종업원 아줌마가 먼저 들어와 주문했던 나보다 뒤에 들어온 현지인 손님에게 먼저 서빙하는 것이 아닌가?  열받은 마음 같아서는 한바탕 해주고 싶었지만 언어도 딸리고 애들도 같이 있었기에 분을 삼키며  일 달라 팁 놓고 나오는 것으로 복수를 대신했었다.
 
타국에 살면서 간혹 현지어 발음이 이상해서 웃음거리가 되거나 이름이나 음식, 그리고 눈이 작다고 하여 철부지 현지의 어린이들이나 성인이 됐어도 지능과 사고방식이 여전히 애들 수준의 머물러있는  덜 떨어진 인간들의 눈 찢는 행위까지 인종차별 목록에 들어간다면 나 역시도  많은 차별을 받은 이민자들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의 차이나 생김새 가지고 비웃고 놀려대는 행위는 전세계 모든 국가들. 심지어 동족들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일이기에  차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  그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 듯, 나 역시도 그들을 이상하게  볼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시부모님 면전에서 담배를 피워대고, 이혼한 전부 인 것 재혼남과 골프친구가 되며, 갓 대학에 들어간 딸아이가 불량기 가득한 녀석과 룸메이트 하겠다고 조르고 그걸 또 승낙해 주는 이방인들의 모습들은 나 같은  한국사람 정서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북하고 기묘한 문화이기에 그렇다.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에서 생겨나는 당혹감과 불편함도 많은 이민자들이 감수해야만 하는 고통들 중에 하나. 
나의 멀쩡한 이름이 어느 나라에서는 이상한 뜻으로 풀이된다면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자들에게는 하나의 에피소드 정도로 끝나겠지만 거주하면서 그런 일을 당하는 이민자에게는 실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큰 아이 대학 졸업식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하는 과정에서 간혹 이상하게 발음되는 학생들의 이름을 듣고 폭소를 터트리곤 했는데  아프리카에서 유학 온 학생으로 짐작되는 이름을 듣고는 거의 일분 가량 폭소를 그치지 않은 불상사가 생겼다. 다 큰 학생들을 포복절도케 했던 그 학생의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내 귀에는  “가츠카가스시카 으니니 아자 자카카’로 들렸다. 

한동안 거래했던 본국 유명 섬유회사의 이학규  판매부장도 이름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른 동포 중에 한 분.  시애틀 공항이었는지 아니면 시카고 두 공항 중 하나에서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그를 호명하는 방송이 온 공항 안에 울려 퍼지자 공항 내 모든 승객들을 까무러치게 했다는 일화는 이미 전설이 되었다고.
“미스터 하??…학..큭….칵 .. 미스터 하악 키유 리!??”

나는 아주 오래전,  남미 어느 국가에서  교포 한 분의 이름이 현지인의 욕설로 쓰이는 단어와 발음이 매우 흡사한 탓으로 당사자는 물론, 온 가족 모두  엄청나게 맘 고생 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피해자의 이름은 김ㅇ구씨. 소싯적에는 ㅇ구야로 불렸고 청춘 시절 때는  군 또는 오빠로 통하다가 사회인이 되면서부터 씨 또는 선생으로 불렸을  그 고귀하고 아름다운 이름이 아득하게 멀리 떨어진 남미대륙  한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의 놀림감 될 줄 어찌 알았으리오?

혼동의 발단은 그분 여권에 기입되었던 ㅇKU  KIM 중에 ‘KU’로 표기된 (구) 알파벳 글자였다. 차라리 발음에 따라서 GU라고 적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을,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었던지 영어 표기 관례에  따라 G 대신에 K를 쓰다 보니 현지인들의 민망한 단어 발음과 똑같이 들리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어디서  이름만 댔다 하면 킥킥 웃어대고 자녀들은 아빠 이름이 뭐라고 학교 급우들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는 둥 온 이름 하나 잘 못 가진 탓으로 당사자는 물론 온 가족모두가 엄청난 마음고생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절차가 매우 복잡한 개명을 해야 했다. 

“글세 여기와 보니  사람들이 애들 아빠 성명을 보고 자꾸 웃고 그러길래  누구에게 물어보니까 뜻이  하필이면 ㄸ** 이래. 그 말을 듣고 얼마나 황당하고 기가 막히던지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다 나오더라. 게다가 전화번호부에서 우리 전번을 알아냈는지  이름을 확인하려는 장난 전화도 몇 번씩이나 받았다면  말 다했지 뭐. “ 

아무리 나보다 연배가 많이 높으신 아줌마라지만  예쁘고 청조한 모습의 귀부인 입에서  너무나 자연스레 흘러나온 몇 개의 원초적 단어 들은 당시 십 대 후반이던 나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만큼 충격적이었지만  유럽 명문가의 근사한 이름 개명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니 그만하기가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 고통의 바턴을 이어받는  또 한 분의 피해자 분이 나타나셨으니  바로 개명자의 형님 되시는 김@구 선생님. 먼저 와서 자리 잡은 아우님의 초청으로 갓 이민 오신 그분의 여권 이름 중에  중간 단어 @가 하필이면 즉각 ‘피’라고  직역되는 현지인 단어 발음과 놀라우리  만큼 똑같았다는 것.
 
졸지에 생면부지 나라에서 피 흘리는 무엇의 뜻을 가진 성명의 소유자로 변신된 비운의  주인공. 물설고 땅설은 이국하늘 아래서 날벼락 맞으신 그분의 극심한 당혹감과  설움은  이민자들이 치러야 했던  가혹한 대가들 중에 하나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