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알프스 작은 산간마을에서 살고 있는 한스 피셔가 평소 즐겨 타던 연(행글라이더)이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을 만나 죽음 일보직전까지 갔던 시기는 그가 막 사십 세 생일을 맞이하던 해였다.
까마득하게 높은 공중에 떠 있던 인간이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추락했는데도 겨우 한쪽 눈만 잃고 생명을 건진 것도 기적인데 일 년도 채 못되어 이전과 다름없는 건강한 몸으로 돌아왔다면 그 동네사람들이 이름 대신 부른다는 인간 불사조란 칭호도 그렇게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평소 거칠고 위험한 스포츠를 좋아하던 한스 피셔 씨는 사고 이후 연 타기는 물론이고 매 격주 간격으로 진행돼 오던 암벽 타기마저 가족들의 맹렬한 만류로 못하게 되면서 실의의 빠져 살던 그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엉뚱하게도 실명한 한쪽 눈에 끼어놓은 연 파랑빛 도는 인공 안구 덕분이었다고
어느 모임에서 몇몇 사람들이 그가 새롭게 착용한 눈동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몹시 궁금해하자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의안을 꺼내어 보여주었고 사람들은 탄성을 질러대자 이 에 한 것 고무된 한스 피셔는 누가 보기를 원 할 때마다 자신의 의안을 빼서 보여주는 마술사의 인생이 시작되었던 것. 그리고 바로 그해 가을.
작은 산간마을에도 시월의 생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어김없이 돌아왔고 그곳에 참석한 한스씨는 관현 밴드단 연주에 맞춰 왈츠와 폴카춤을 추면서 각종 소시지와 치즈들에 곁들이진 생맥주를 마시고 또 마셔대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슬며시 밀려드는 취기에 흥이 오른 한스는 자신의 우아함을 맘껏 과시하던 어느 예쁜 아가씨 앞에서 비방의 묘기를 펼치기 시작하자 그런 광경을 무심코 바라보던 아가씨 시야에 한인간이 자신의 눈알을 빼내어 손바닥에 올리는 놀라운 모습이 들어왔다.
인공 안구를 실제 눈알로 착각한 젊은 여성은 엄청난 비명을 지르다 그만 까무러쳤고 흥겹던 파티장은 잠시 혼란 상태로 빠져들었지만 동료들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진정되긴 했는데 그 와중에 한스 씨의 안구의 행방이 모연 해졌다.
안구의 주인과 친구들 모두 나서서 실종된 안구를 찾아 이미 파장된 행사장 바닥을 구석구석 찾아보았지만, 한 번 사라진 의안은 좀처럼 나타날 줄 몰랐다.
누가 슬쩍 집어 갈 만큼 값진 물건은 못되었기에 혼란 와중에서 누구 구두에 짓밟혀 꿰져버린 것 같다는 동료들 결론에 낙심한 한스와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온 클라우스 씨는 잠을 청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속이 별스럽게 쓰라렸고 거북했다.
아무리 많은 생맥주를 마셨다 해도 간헐적으로 뒤틀려대는 복통은 처음 겪는 일이었지만 조금 지나면 나아질까 하여 날이 밝자 일단 일터로 나갔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간헐적으로 찾아오던 복통은 멎었는데 그날부터 지독한 변비가 새롭게 시작되어 무려 만 사흘 동안이나 변비로 고생 고생하다 결국 병원을 찾아간 한스의 친구 클라우스.
청진기를 대고 혈압 측정을 마치는 의례적인 진찰 절차를 마친 후, 관장 시도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환자의 직장 및 항문 상태를 면밀히 검사하던 의사는 별안간 비명을 지르고 쓰러졌고, 비명소리에 놀라 달려온 두 명의 인턴들마저 환자의 은밀한 부분을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었다. "저기 저 눈알이..!"
나중 파출소에서 작성된 조서에 의하면 수술용 후레시 빛에 새파랗게 반사된 한 개의 부릅뜬 눈깔 하나가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인체 마지막 부위를 살펴보던 자신들에게 아주 아주 무서운 눈길을 보냈다는 것..
엉뚱한 곳에 포진해 있던 의문의 눈알이 한스의 실종된 인공 안구로 밝혀짐에 따라 악마의 장난이라며 두려움에 떨던 주민들의 동요도 멈춰지긴 했지만 어떻게 실종되었던 한스 씨의 의안이 안구가 넓은 장소에서 하필이면 친구 클라우스 맥주컵 속으로 담기게 되었는지?
골프공 보다 조금 작은 그만한 물체를 모르고 삼킬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습관이 되어 항상 무심코 들이키는 물. 내 몸의 안전을 위해 물 들이켜기 전, 컵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한 번쯤은 꼭 확인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종차별 & 문화차별 (0) | 2023.12.03 |
---|---|
그리움… 그 가혹한 형벌 (2) | 2023.11.27 |
첫번째 크리스마스 이브 (0) | 2023.11.18 |
잘못된 환생 (0) | 2023.11.15 |
오월의 결혼식 (3) | 2023.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