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아침 6:30에 시작되는 우리 내외의 아침 산책 코스는 집에서 나와 동네 뒷 산으로 향하는 길가를 따라 2km 정도를 걸어 산기슭 입구에 도달하면 다시 도로를 따라 왼쪽 방향으로 1km 더 걸은 후 그날 날씨와 몸 컨디션에 따라 완만한 비탈길 아래로 내려가다 집으로 되돌아오는 왕복 6km 길이의 코스를, 어떤 날에는 산기슭 오솔길로 진입해서 돌아가는 왕복 8km 코스를 번갈아 가며 삼 년째 걷고 있다.
차량 왕래가 적고 오가는 사람들 마저 한적한 산책로에서 마주치게 되는 이름 모를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산책 동료들과 아침마다 마주치게 되면서 그들의 몸 상태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고 제 집 앞으로 지나칠 때마다 짖느라고 정신이 없던 동네 개들로부터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우리 내외를 알아보고 짖는 대신에 꼬랑지 흔드는 인사받을 만큼 친해졌다.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 옮는다고 삼 년째 같은 코스를 걷다 보니 어느새 도사의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전 산책코스와 인접한 집들의 모든 반려견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과일나무들의 열매들과 형형색색 화초들의 상태. 심지어 집 앞에 주차된 차량 상태에 따라 집주인의 출타 여부까지 짐작하는 단계에 도달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듣지 못했던 새소리가 매우 크게 들려와서 주위를 돌아보니 길 건너편 유칼립 나무 가지 위에 앉은 웬 푸른빛의 커다란 앵무새 한 마리가 우리를 보며 맹렬히 지저귀는데 가만 보니 어느 집에서 살던 새 같았다.
산들과 가까운 탓으로 독수리 매 부엉이 같은 맹금류가 우굴 대는 장소에서 살쪄서 통통한 몸매를 가진 가출한 앵무새 한 마리가 겁도 없이 시끄러운 소음을 내고 있어 바라보는 우리 내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가로수 기둥에 붙여져 있는 가출한 개나 고양이 사진이 담긴 전단지들은 늘 보아왔어도 집 나간 앵무새 찾는 전단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터라 이런 데서 얼쩡대지 말고 어서 너 살던 곳으로 가라는 염원의 눈길을 보내는 것 외, 달리 도와줄 방도는 없었다.
그리고 다시 몇 달이 지나 호두나무의 열매들이 길가에 떨어져 지나가는 행인들의 허리를 굽히게 하던 가을날 아침. 귀청을 찢는 듯한 엄청난 새들의 지저귐에 놀라 위를 바라보니 족히 백 마리는 넘을 듯한 앵무새 무리가 가로수 곳곳에 앉아서 귀가 따가울 만큼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아니 저 새들이 설마 지난번 그 앵무새의 후손 들??
일 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사이에 이렇게 많이 번식한 것은 불가능할 테고 아마도 어디에선가 서식하던 녀석들이 단체로 이쪽 동네로 옮겨 온 것 같았다. 이 많은 앵무새 무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날아왔을까?
남가주 사막지대 원주새들은 물론 아닐 테고 아무래도 어느 동물원 아니면 불법 사육장 같은 장소에서 집단 탈출한 것 같아 구글 검색을 했더니 다음과 같은 기사가 떠올랐다.
지역신문 Daily Bulletin 2014년 10월 24일 자 기사에 Inland Empire is intrigued by influx of wild green parrots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실려진 내용을 요약하자면 “꽤 오랜 기간 동안 잠잠하다가 다시 출현한 이 녀석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엘에이 동부 인랜드 지역 일대에 나타나 그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소음 민폐를 끼쳐왔는데 누군가가 애완용으로 기르던 집에서 도망친 새들의 후손들로 여겨진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번 처음 봤던 그 앵무새 한 마리는 우리 동네에서 직선으로 날아갈 경우 50km 거리 일대에서 서식하는 앵무새들 중 한 마리로서 개체수 증가에 따라 새로운 거주지 몰색 임무를 띠고 우리 동네까지 날아온 일종의 탐색조 내지 척후새 같았다.
날아와서 높다란 나뭇가지에 앉아 사방을 돌아보니 자신들이 사는 곳이 비해 공기도 좋고 나무 그늘도 많아서 맘이 들었지만 무시무시한 맹금류가 많아 올 까 말 까 망설이고 있던 참에 어쩌다 눈 마주쳤던 한쌍의 인간이 맘이 들어 이주를 결정했다고 추측해 본다면 지나친 상상력의 비약 일 까? 아니면 단순한 정신 병자 수준의 망상 일 까.
ㅡ mockingbird hill ㅡ
Tra-la-la, tweedlee dee dee, it gives me a thrill
To wake up in the morning to the mockingbird’s trill
Tra-la-la, tweedlee dee dee, there’s peace and goodwill
You’re welcome as the flowers on mockingbird hill
트랄라라, 트위들리 디 디, 앵무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아침잠에서 깨는 건 짜릿하죠.
트랄라라, 트위들리 디 디, 평화와 친밀감이 묻어나죠.
그댄 앵무새 지저귀는 언덕에 핀 꽃들처럼 언제나 환영해요.
When the sun in the morning peeps over the hill
And kisses the roses round my windowsill
Then my heart fills with gladness when I hear the trill
Of those birds in the treetops on mockingbird hill
아침 햇살이 언덕 너머에서 머뭇거리다가
제 창틀 주위 장미꽃들에게 입맞춤하고는,
그 언덕 나무 꼭대기에서 앵무새들이 지저귀는 노랠 들으면
제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하죠
Trala-la, tweedlee dee dee, it gives me a thrill
To wake up in the morning to the mockingbird’s trill
Tra-la-la, tweedlee dee dee, there’s peace and goodwill
You’re welcome as the flowers on mockingbird hill
When it’s late in the evening I climb up the hill
And survey all my kingdom while everythng’s still
Only me and the sky and an old whippoorwill
Singing songs in the twilight on mockingbird hill
늦은 저녁 시간 전 그 언덕에 올라
모든 게 고요해진 틈에 제 모든 왕국을 둘러봐요
앵무새 지저귀는 언덕의 황혼 녁엔
저와 하늘, 그리고 정겹게 노래하는 한 마리의 소쩍새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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