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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스토리

순수한 사랑 이야기

by Seresta 2024. 1. 4.

 

사랑하기엔 아직 어려요 란 노래 한곡으로  16세 어린 나이에  세계 팝스타 자리에 오른 지지올라 칭케티는 자신의 또 다른 히트곡 "Dio Come Ti Amo" (God, How I Love You. 오 주여.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데) 칸소네 가사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동명 제목의 영화에서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다.

 

Dio come ti amo movie는 개봉됐던 1966을 시작으로 그 이후에도 십수 년 동안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중남미 국가에서 연인의 날로 지정된 날짜에 맞추어 재상영하는 연인을 위한 영화. 좋아하면서도 수줍고 부끄러워 사랑의 진전이 더딘 숙맥형 청춘남녀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게 하는 사랑의 영화로 격상되었다.


언제부터 연인이 되는 자격이 사랑이 아닌 조건이 앞서게 됐는지 모르지만 이제 반 세기 훌쩍 넘긴  이 영화에는 요즘 멜로물 영상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노래도 잘 부르고 수영도 잘하는 나폴리 서민가정 출신 지지올라가(영화에서도 본명 사용)  스페인에서 개최한  수영대회에 출전하던 중  높은 다이빙대에서   점프 한 직 후 정신을 잃어 물속에 잠긴  스페인팀 선수를 극적으로 구출해 준 인연으로 절친 사이가 되는데 그녀는 스페인 대 부호집 딸이었고 그런 인연으로 부잣집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갔다가  친구의 약혼자 신분 높은 미청년을 소개받는다.


그런데 모든 영화가 그렇듯 친구와 장래를 약속한 스페인 청년이 나폴리 출신 처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는 생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주인공 지지올라를  못 잊어 스페인에서 나폴리로 날아온 청년

 

 

그러자 자존심 때문에  온 가족의 도움으로 부잣집 딸로 위장했던 처녀는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을 괴로워하다 끝내 그를 사랑하면서도 청년의 구애를 물리치고 이에 크게 낙심한 청년은 자기가 사는 바르셀로나로 되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떠난다.

 

 지지올라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가 약혼자마저 빼앗긴 친구가 그러다 지지올라의 남동생과 사랑에 빠져 상처를 치유한 그녀가(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설정) 그는 진정 너를 사랑하고 있으나 빨리 붙잡으라고 하고 

 

이제 그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현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나폴리 처녀가 청년의 뒤를 쫓아 공항으로 급히 가보지만 청년은 이미 곧 출발할 비행기 안으로 들어간 후. 

 

그가 탑승한 비행기 프러펠라가 급 회전하며 활주로로 나아가는 광경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주인공 처녀. 그 커다란 눈망울에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샘처럼 솟아날 것 같은데도 막상 눈물은 흘리지 않고 오직 표정만으로  슬픔을 나타내는 어린 여가수의 연기는 숙련된 배우들만이 할 수 있을 수준급이었다.


그 때문인지 별로 슬프지도 않은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영화관석 관객들의 울음 삼키는 소리는 영상 속으로 장면으로 절묘하게 믹스되면서 영상이 아닌 실제상황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착각마저 일게 했다. 

 

눈물 고인 큼직한 눈망울로 떠나는 비행기만 망연자실 바라보는 소녀의 손을 꼭 잡은 그녀의 친구. 공항 관제탑으로 가서 관제사들에게  딱한 사연을 고하니 소녀를  딱하게 여긴 관제사들은 긴급 안내방송으로 “지금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탑승한 청년. 어떤 처녀가 할 말이 있다니 잘 들어라"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향해 굴러가는 기내 안에서  넋 나간 몰골을 하고 있던 청년은 긴급 안내방송 직후  흘러나오는 그녀의 노래에 정신이 번쩍 들고 노래 가사 한 마디 한 소절 가슴 깊이 들이닥치는  그녀의 고백은 실연의 나락에 빠져 새까맣게 타버렸던 그의 가슴을 뜨겁게 울려준다.

 

.🎵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들이 바다를 향해 흘러가고 있어요

그 구름들은 우리를 축복하는  하얀 손수건 같아요 “

오 주님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데 
 이 큰 행복이 내 품 안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이 영화 한 편으로 미스 칭케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눈물 가득 담은 두 개의 커다란 눈과  토끼 앞이빨 두 개(치아교정이 없던 시절)가 돋보이는 그녀의 노래가 긴 여운을 남기며 끝나 갈 무렵, 이미 활주로 입구에서 이륙할 준비를 마친 비행기가 급히 멈추고는 비행기 계단 내려지기가 무섭게  치 달려오는 저기 한 바보 청년.

그리고 또 관제탑에서 언제  나왔는지 활주로까지 달려가는 그녀. 영화를 보던  나는 저런 연출은  아무리 영화 속 장면이라 해도  너무  심하다.  관객을 바보로 보는 것 아닌가 라며 한심해하고 있었지만 상영관에 있던 관객들은 온통 흥분의 도가니였다.  

상대방을 향해 맹렬히 질주하던 두 남녀가 꼭 부둥켜안고 입 맞추는 장면에 이르자 얼마나 많은 함성과 함께 기립박수가 쏟아져 나오던지. 영화가 끝나고  밝은 불이 켜질 때 주위를 돌아보니 여성 관객들의 눈들이 실로 가관이었다

 

얼마나 들  울부짖었는지 눈물로 엉망 된 눈언저리는 모두 밤탱이처럼 검게 변해있었고 눈물에 둔감해야 할 사내 녀석들 마저 토끼 눈처럼 새빨개져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21세 때였으니 정말 오래전에 일인데도 영화를 보며  슬피 울던 관객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랑 고백하기에 최적합한  영화라고 정평이 났던  Dio Come Ti Amo. 그래서 갓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들로 가득 채워졌던 영화관에  나는 누구와 함께 갔었던가.

정말 딱하게도 달랑 나 혼자였다. 팔짱 낀 수많은 연인들 사이에서 빈 손이 부끄러워 기도 하듯 깍지 낀 양손을 가슴에 대고 걸어 나오던. 주눅이 들어 마음마저 왜소해진 동양 청년 나 혼자뿐이었다.



 

Dio Come Ti Amo (Gigliola Cinquetti) 

Nel cielo passano le nuvole Che vanno verso il mare
하늘에 떠가는 구름들은 바다까지 흘러가며
Sembrano fazzoletti bianchi Che salutano il nosto amore.
하얀 손수건이 흔드며 우리의 사랑을 축복하네요

Dio come ti amo!
오!(주여) 당신을 깊이 사랑해요
Non e possibile avere tra le braccia Tanta felicita
당신 품 안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합니다

Baciare le tue labbra Che odorano di vento
당신 입술에 입 맞출 때 향긋한 바람이 느껴져요.
Noi due innamorati Come nessuno al mondo
세상에 아무도 없이 오직 우리 둘 만 있는 연인처럼

Dio come ti amo! Mi vien da piangere
오. 내가 얼마나 그대를 사랑하는지 눈물이 다 솟아요
In tutta la mia vita Non ho trovato mai
나의 온 생애에서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

Un bene cosi caro, un bene cosi vero
참으로 고귀하고 이렇게 진실된
Chi puo fermare il fiume Che corre verso il mare
강물도 막을 수 있고 바다까지 달려가며 

Le rondini nel cielo Che vanno verso il sole
하늘의 제비가 태양까지 날아가는
Chi puo cambiare l´amore L'amore mio per te
사랑으로 바꾸게 할 수 있어요, 당신께 드리는 나의 이 사랑은.....

Dio come ti 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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