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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멍에 벗은 삶

by Seresta 2024. 3. 25.

 

 

[은퇴자]란 오랜 기간 동안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퇴직했거나 나이가 많이 들어 운영하는 사업체를 정리하고 더 이상 수입 창출되는 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하루도 빠짐없는 육체적인 피로와 심적 고통을 겪으며 젊음을 다 바쳐 온 수십 년의 기간을 다 마치고 나서 받은 선물들: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여 영원히 안녕.
몸 상태가 나빠도 직장 또는 삶의 현장에 나가야 하는 고통도 이제는 끝. 

출근을 위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필요가 전혀 없으며 쉬고 싶을 때  맘대로 쉬고 어디로든 가고플 때 즉각 떠날 수 있는,  수십 년간 나의 어깨를 짓눌렀던 무거운 멍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면 절로 콧노래가 나는 즐거움만 있어야 하거늘…

 

 

어찌 된 노릇인지  은퇴를 무슨  불행의 씨앗이라도 되는 듯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런 분들 중에는 여생을 무료하고 무의미하게 살다가 마감하는, 일말의 꿈도 희망도 없는 삶의 자투리로  격하시키는데 아마도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수입 또는 연금으로 살아가야 하는 경제적인 이유와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 삶의 전부가 되다시피 했던 조직 속에서의 삶을 마감하는데서 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평균 수명 70~80세 시대의 육십  전후 나이의 은퇴는 남은 인생 고작 십 년에서 많아야 이십 년을 바라보는 우울한 삶의 종착역 탑승객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지만 100세 인생이 일반화되면서 은퇴에 관한 개념도 바뀌어 가는 중이다. 

의학과 노인 건강 보험제도의 발달로 말미암아 구십에서 백세 장수가 일반화된 지금 육십 중반 법정 은퇴 이후 또 한 번의 기나긴 삼, 사십 년을  향해 출발하는 제2의 인생 열차에 오른 신참 탑승객 신분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 유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아무리 많은 재물을 가졌다고 해도 누가 누군지도 못 알아보는 정신으로 수십 년 세월을 살아가야 한다면 나 자신에게나 가족들에게나 그보다 더 가혹한 고통은 없을 것이다. 혹여 치매까지는 안 가더라도 기나긴 세월을 불치의 병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아무리 높은 명예를 지녔다 할지라도 소용없는 까닭이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나의 의지에 따라 은퇴의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축복은 없으리라.  그래서인지 근래에 들어와 사십 대 조기은퇴자들이 출몰하는가 하면  팔십이 넘었는데도 활발한 활동 중에 계신 분들도 많이 보인다.

최대한 오래 일하려던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어차피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하여 은퇴의 삶으로 진입되었다면 부정적 생각보다는 오직 긍정적 요소들만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는 것이 본인과 가족들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 

미국의 건강보험제도는 보험 가입이 가능한 전문직 종사자 및 시립,주립,연방 공무원이나 중, 대 규모 회사원이 아니면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혹평을 받고 있으나 모든 국민이 나이 65세에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메디케어 보험 제도만큼은  가히 황제보험이라 할 수 있다 

 

무기한 치료와 보살핌이 요구되는 장기 요양 long term care 을 재외 하는(저소득 층에게는 이 롱텀케어마저도 완전히 무료) 모든 질병과 질환들.  혈압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관한 의약품에서부터  암, 맹장, 백내장 크고 작은 수술. 심지어 장기이식에서 혈액투석까지 모두 무료로 해결되기에 은퇴 이후 건강 유지에 들어갈 비용에 관한 부담은 전혀 없기 때문.

 

노후의 두 번째로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주거문제도 저소득층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  매 달 지급되는 SSI(Supplemental Security Income)는 웰페어’ 금액의 일부로도 시설 좋은 아파트에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니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일반 은퇴자들 사이에서 ’ 극빈층’이 못 된 자신의 신세를 원망하고 한탄하는 기현상마저 생겨나는 실정이다.

 

이렇듯 무언가 형평에 맞지않고 이상하고 미흡한 구석은 있지만 어찌 됐던 형편이 나으면 나은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데로 건강과 주거와  먹고 사는 문제가 보장되는 미국식 은퇴제도 덕분 때문인지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적령기에 은퇴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많이 기다린 끝의 행복이라고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나 역시도 비은퇴자들 보기에 정말 한심하다  싶을 만큼 생산적 일 하는 것 없이 하루하루 무료하게 보이는 삶을 살고 있지만 지난날 활발한 사회 및 경제활동으로  타인들의 부러움을  받던 삶으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은퇴 전 풍요롭던 삶에서 경제적 절제와 제약을 받는  삶으로 바뀌어졌지만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는 직장이나 자영업에서 해방된 지금의  삶이 편안하고 좋아서  정말 이런 식으로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죄책감마저 들 때도 있으니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가 돼서 그럴까?  아니면 지독한 낙천주의자라서 그런가? 

은퇴 이후의 삶은 각자의 형편이나 상항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다 중요한 요소는 건강한 몸과 마음 일 것.  하루 또 하루를 오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면 

그래서 나의 여생을 내가 좋아하는 여러가지 취미생활 및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은퇴 이후의 삶은 영원히 밝은, 언제나 건강하고 모두가 눈부시게 아름답고, 근심 걱정거리 전혀 없는 영원한 나라 입소를 기다리는,  기대와 소망이 가득한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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