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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스토리

사랑의 열병

by Seresta 2023. 11. 12.

 

 

 살짜리 어린  눈의 비치는 이삼십 대 여선생님의  모습들은 나이 많이  성인이셨고. 이십 대 눈에 눈의 비친 사오십대 여성들 모두 전형적 엄마 아줌마의 모습과 분위기를 갖춘 어른의 모습이었으며 사십 대 가장 입장에서 바라보는 육칠십 대  노인분들은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 애정의 감정과 감각을 몽땅 상실하셨을 것으로  지레짐작했었다.

그러다 나 자신이 이제 오십 대 중반을 넘긴 육십 대에 이르고 보니 예전과는 생판 다르게 이십  처녀들은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  처녀들과 구별이 모호할 만큼 한참 젊은  삼십 대 넘긴 넘긴 주부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일하느라 아이 키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조카와 별로 다를게 없이 그저 귀엽고 어여쁜 어린 처녀, 젊은 여성으로 보일  이성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내 또래 늦깎이 중년여성들예전에 내가 그랬듯이 젊은 친구들 보기에 활짝 피었다가 시들어진 꽃. 이제  향기도 사라지고 잎새마저  말라져 가는 그녀들 만이 매혹의 꽃다발로 보인다면  심적의 변화가 아닌 자연의 섭리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녀의 구분이 모호해져 가는 칠팔십 대 어르신들 만큼은 모든 감각이 불에 타 소멸된 노년세대라고 확신했었는데

                                                - [
젊은] 그분들-

반세기 전에 청춘들의 눈물을 자아내었던 영화 ' 맨발의 청춘' 당시 사회 관념에서는 매우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유복한   여대생과 변변한 집도 부모도 없는 송사리 깡패와의 사랑은 길가의 연인들의 포옹하는 모습으로 만도 행인들의 주목을 받던  시대 풍조에 비해 상당히 파격적이었으나 동반자살로 막을 내린  영화의 마지막 장면숨겨둔 청년이 리어카에 실려가면서 드러냈던 맨발의 영상은 영화의 스토리와 냉엄한 현실의 차이를 극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세월 흐름에 따라 연인들의 모습도 바뀌어 갔다긴치마 폭에 감춰져 있던 젊은 여성들의 하얀 종다리는  스커트 밖으로  노출되었고  단추까지 단정하게 닫혀 있던 상의는 계절 바뀌기 몇십  만에 배꼽 드러내고 다니는 수준으로 진화됨에 따라 깡패가 여대생 마누라 얻은 내용만으로는 영화도 못 만드는 이상한 세상으로 변해버렸다.

사람에 따라 상반된 판단이 나올  있는 이런 현상들의 좋고 나쁨을 떠나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예전에 비해 엄청 달라진 것은 현실이기에 젊음만 있다면 어떤 종류의 사랑이라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기이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동성들 간의 사랑이 남녀사이에 사랑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취급되고, 존재하지도 않는 온갖 공상 및 가상물 장르의 영화들이 성행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유독 로맨스그레이,  고령층 커플의 사랑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생각조차 하길 꺼려하는 기피물 취급받고 있는데 의학의 발달과 삶의  향상으로 청년 같은 중년중년 같은 노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면 우리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여기는 {노인=사랑 } 공식도 바꿔져야  것이다.

오랫동안 별나라 이야기로 취급되던  노인 커플 간의 러브스토리는 이제 휴대전화와 가상공간의 적극적 활용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따라서 이전에는 보도 듣지도 못했던 노인 불륜, 폭력 같은 엽기적 뉴스들도 심심치 않게 목도되고 있는데 실은 그 이전에도 그런 사건들은 일어났던 . 시대 변천에 따라 세상에 노출된 것뿐이리라  

 나이 사십 나던 .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타운에서 수타짜장면으로 이름났던 중화요릿집을 찾았을 적의 일이다우리 가족  원탁 식탁에서   무리의 노인분들이 식사하시는데 대화 내용들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더럽던지   듣기가 몹시 민망했다

아무리 막역지간 사이의 대화라 해도 팔순 노인들이  끝마다  새끼  새끼 다는 모습은 처음이었고 무슨 트러블이 생겼는지 언성들을 높일 때는 글자로 차마 옮길 수 없는 상소리의 향연.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우리 가족이 식사를 끝내고 주차장으로 갔을  보았던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심한 말다툼 끝에 종업원 들도부터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던 불량 노인들이 패를 나뉘어 격렬한 육두문자가 섞인  언성으로 말싸움을 하더니  끝내 태권도 본새가 조금 남아있는 주먹 지르기와 이단 옆차기까지 동원된 살벌한 몸싸움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연세에 패싸움 벌였다는 기록으로 기네스  후보에 나간다 해도 손색이 없을 장면이었다.

엽기 노인들의 싸움 행각은 결국 주변사람들의 적극적인 말림으로 가까스로 진정되었지만 화가 잔뜩 난 오십 중반 경비 아저씨로부터 " 애들과 늙은이들은 저렇게 싸움질하며 자라는 "이라는 망신스러운 책망만은  면할  없었다.

현대 노인분들이 얼마나 튼튼하신지  틀릴 경우 몸싸움마저 마다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사랑의 불꽃 또한  피울 이유는  없으리라.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지만 엘에이 한인타운 중심지에 있는 맥도널드 빵가게는 한동안 우리 동포들 사이에 맥 카페 혹은  다방 이란 애칭으로 , 칠팔십 대 선남선녀 만남의 장소로 알려져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곳을  시절 어느  오후그렇지 않아도 그런 소문이 사실인지 몹시 궁금하던 나는  근처로  보러 나갔다가 때마침 매장  패티오 식탁에 둘러앉아 있는 동포 노인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들어가 점심도  먹었겠다 햄버거 세트를 시켜 들고 그분들 계신 맞은편 식탁에 앉아 신문을 펼쳐 들고 칠팔십   쌍의 실버 청춘들의 (여성이    있었음미팅 광경을 바라보는데 젊은 사람들의 모임과 다름없는 분위기가 매우 놀라웠다.  

나이만 들었을  젊은 사람들과 매우 흡사하던 그분들의 모습소매 겉어 올린 하늘색 셔츠 차림의 올드보이 선생님브라운 선글라스가 아주  어울리는 멋쟁이 선생님푸르던     쓰셨음직한 스포츠  타입의 선생님과 아직도 상냥함이 그윽이 나타나는 양복차림 선생님이 남성팀.

장밋빛 스카프를 목에 두른 새침데기 여사님과 색상은 기억나지 않지만 외투 칼라의 곡선이 인상적이었던 여사님 외에 '젊은내가 봐도 상당한 미모를 지닌 여사님과 육십이  넘어가는 연령에도 불구하고 육감적 몸매를 유지하고 계셨던 여사님 그리고 무지갯빛 아이라인 화장이 어여쁘던 여사님이 여성팀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번 갔던  식당 참 못쓰겠어 노인들이라고 얼마나 불친절하던 지.
 선생님 그곳은 젊은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니네요
김여사  우리가 어때서요오늘은 마침  여사님도 처음 오셨으니 어디 좋은 곳을 찾아들 봐요.
한형서둘지 말고 커피부터 마십시다.

선생님들과 여사님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갔다건강에   이야기들이 가장 많았고 정치 이야기살고 계신 아파트 이야기주변 노인들의 재혼 이야기도 언급되었는데 자신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현실을 잠시 잊고 싶었는지 자녀 손들의 이야기는 없었다.

서로의 얼굴을 바로 보고 있지만 쑥스럽고 수줍어하는 그분들의 모습은 가슴 뛰는 젊은 청춘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분들 모두 봄날에 취한  행복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지만 저마다 사랑하던 배우자와 사별의 아픔을 지니신 외롭고 고독하신 분들이 아니시던가 다방은 항간에   알려진  주책없는 노인들의 아지트가 아닌 그저 사회와 집안에서 소외되어 오갈 데 많지 않아 방황하는, 마음 둘  마저 별로 없어서 외롭고 고독한 분들의 소박한 만남과 치유의 장소였다.

200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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