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뮤직 스토리

山 갈매기

by Seresta 2023. 11. 10.

둥근 해안이라는 뜻을 지닌 엘에이 인근 Redondo beach는  그 곁에 위치한 롱비치항 만큼 유명하진 않아도  바다 경치를 감상하며 여러가지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여 남가주 한인들과 고국의방문객들 사이에서는 꽤 많이 알려진  작은 해변도시다.

야생 동물들에 대한 먹이 금지 법이 실행되면서 사라졌지만  금지 법 이전에는  레돈도 비치 피어 내 식당 주변마다 먹을 것 바라며 배회하는 갈매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창문 밖 난간 위에 줄지어 앉아서해산물 까먹기에 바쁜 인간들의 손놀림을 애타게 바라보는 갈매기의 눈동자는 자생 능력을 거의 잃은 현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중간치 병아리의 순한 눈동자와 닮아있었다.

 

보기에는 멀쩡한 갈매기들.. 언제부터 인간이 던져주는 음식 쪼가리를 받아먹게 되었고, 무슨 연유로 도심지 쓰레기를 파 해치게 되었을까?
 
갈매기는 본래 바닷가에서 멀리 갈 이유가 전혀 없는 바닷새였다.  조금만 노력해도 작은 생선 정도는 어렵사리 구할 수 있었고 따뜻한 해변가 모래위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 쉴 수도 있었으며 어쩌다 세상만사가 귀찮아 질 때면 파도치는 바위섬 틈새에서 죽은 둣 지내다가 기력이 회복 되면  끝도 없이 길게펼쳐진 아늑한 해변가에서 세상 떠나는 날까지 순탄하게 지낼 수 있던 팔자 좋은 날짐승이었는데 새들 사는 것이 다 그렇듯 힘든 순간들도 물론 있긴 했다.

바람께나 불어닥칠때면 바위 위에서 잠자다 바닷물속으로  곤두박질당하기 깃털 늘어진  상태로  수면 위에  떠 있던 도중 해파리에게 쏘여서 반쯤 죽었다 살아 난 경우도 있었으며  어떤 갈매기는 가오리의 꼬랑지를 살찐 고등어로 잘 못 알고 낚아채려다 오히려 호되게 쏘임 받은 후 극심한 통증으로 죽는 사고마저 일어나다 보니 갈매기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든든한 땅에서 사는 육지 새들의 삶이 좋게 보였을 것, 

“우리라고 바다에서만 살라는 법은 없잖아 “

어느 용감한 갈매기 한 마리가 개혁성향을 지닌  동료새들을 이끌고 육지로 진출했는데 현실은 너무 가혹해서 오랜 망설임 끝에 뭍으로 진출하려던 바닷새들의 계획은 초장에 무산되고 말았다.
 
물새 따위가 뭘 어떻게 하겠다고 감히 여기까지 왔냐는 듯 무서운 날갯짓으로  위협하는 독수리와 솔개, 매와 같은 식조종 맹금류는 물론이고  까마귀와 까치 같은 건달새들로 부터 꾀꼬리 매아리 까치 띠위에 벌레들이나 잡아먹는 작은 새들까지 알량한 부리질로서  위협했다면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으리오
 
그나마 산비둘기나 멧새와 참새들은 비교적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며 자신들의 영역을 허용했다지만  온종일 먹이를 구하려 다닐 바에는  차라리 물고기 잡는  생활이 훨씬 낫다고 판단됨으로써  바다새의 육지 상륙작전은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갈매가의 육지 이주 시도가 무산되고 몇 차례의 무구한 세월이 흐르고 또 흐른 어느 세월,  호젓한 해변가에는 새들이 알지 못했던 두 다리 달린 짐승들이 나타나 숲을 베고 땅을 고르더니  해안선 부근 일대를 그들의 거주지로 만들어버렸다.

 

인류가 늘어나면 또 다른 건축물을 위해 그만큼의 수풀과 해변의 언덕이 사라지고 다져지기를 몇 차례나 되풀이되었을까? 태고적부터 하얀 모래 백사장 위에 푸른 파도만 넘실 대던 해변가 일대에는 인간들의 건축물이 빼곡히 들어섰다.
 
해변가 방파제 교각 위에 건축된 식당들은  주로 게 와 가제 및 새우와 전복  같은 갈매기들은 평생토록 맛볼 수도 없을 진귀한 해산물을 취급했는데  식당 창 밖 난간에 앉은 갈매기 한 마리가 자신들이 게 까먹는 장면을 눈 빠지게 바라보는 광경을 목격했던 젊은 커플 인간이 건넨 해산물 살점 조각을 받아 삼키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갈매기 사회는 물고기 사냥을 모토로 하는 기존의 삶을 고수하는 갈매기 무리와  인류와 더불어 살기를 원하는 갈매기 무리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으로 큰 혼란속으로 빠져들었다.

 

인간이 건네주는 한조각의 먹이를 얻어먹고자 식당 창 밖 난간 위에 일렬로 앉아있는 갈매기들. 처음에는 식당 창가에 얼씬 만 해도 호기심 많은 인간은 자신이 먹다 남은 게 살점이나 새우 대가리 같은 먹이들을 아낌없이 집어 주었고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갈매기의 몸은  잘 날지도 못할 만큼 무거워져 갔다.
 
하지만  물 좋다는 소문만 듣고 날아온 갈매기들이 해변의 경관을 망치는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수요와 공급 간에 균형은 깨져버렸고 얻어먹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식당 창가에서 생선 한 조각에 목숨 걸고 다투는 새들의 비명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자 갈매기의 멸문지화를 우려한 인간들은  갈매기 먹이 전달 금지법을 시행함으로 인류의 식객으로 편히 지내던 갈매기들은 졸지에  가진 것 하나하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지 부랑새로  전락되었다.
 
이제 퇴화된 몸뚱이로 물고기 잡으려니 엄두가 나지 않고 먹이를 구하려 식당 일대를 배회해 본들 먹이금지법 실행으로 게 껍질조차 구경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살아있는 새 주둥이에 거미줄을 치고 있을 수도 없는 법. 제각기  살 길을 찾아  도심지 식당과 슈퍼마켓 주위, 심지어 산마루 중턱 마을까지 날아가서 곡식과 닭 모이를 훔쳐 먹는 삶을 시작했다.

 

바다와 꽤 멀리 떨어진 산기슭 마을에서 살고 있는 나는 집 뒷 뜰에서 거닐고 있던 몇 마리의 갈매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가 바로 그 녀석들이 몇 주 전,  뒷마당 화단 둔턱 위에 늘어놓았던 미완성 굴비의 절도범이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갈매기야 갈매기야 겨울이 오면은 무얼 먹고살거니?



바위섬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세상 사람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

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
나는 이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

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
나는 이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뮤직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람바다 사연  (0) 2023.11.13
사랑의 열병  (2) 2023.11.12
하루의 첫 행복  (2) 2023.10.31
라스트 댄스의 의미  (0) 2023.10.29
연인이 없어 슬픈 소녀  (1) 2023.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