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동안 못했던 집안 청소를 하는데 열린 창문으로 작은 참새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왔다. 함께 청소하던 집사람이 놀라서 난리를 쳐대는데도 나는 첫눈에 그놈이 세상 경험이 별로 없는 어린 놈이란 것을 알아보았다.
참새는 본래 꽤가 많고 또 의심도 많은 새라서 걸핏하면 인간의 집으로 잘못 들어가는 비둘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청소하다 말고 거실 여기저기서 마구 날아다니는 참새를 밖으로 내쫓느라고 한바탕 소동을 피우다가 문득 참새 못 잡아서 안달하던 지난날의 일이 기억났다.
장난감 못 갖고 노는 아이들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건전지나 태엽으로 움직이는 장난감도 존재하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잘 사는 집 아이들 경우였지 먹고 살기에도 힘겨운 집 아이들의 몫은 아니었다.
소녀들은 헝겊인형 같은 수제품 장난감 그리고 고무줄놀이, 사내아이들은 유리구슬 종이딱지가 가장 보편적인 장난감들이었고 덜 징그럽게 생긴 곤충들도 훌륭한 장난감이었다.
아무런 볼품도 없는 원시적 장난감들이었지만 놀면 놀수록 몸 튼튼케 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었고 나비잠자리 물방개 같은 곤충 장난감들도 쓰고 나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환경 친화형 장난감들이었는데 유난스레 징그러움을 타던 나는 다른 애들이라면 사죽 못쓰고 잡으려는 메뚜기 방개 땅강아지 보다 덜 징그러운 나비나 잠자리 같이 날개 달린 곤충들을 갖고 놀았다.
이미 다섯 살 때부터 생포한 파리를 병 속에다 놓고 놀아본 경험이 있던 나는 다시 나비를 주로 갖고 놀다가 엄청 커다란 나방이를 호랑나비로 착각하여 잡았다가 진저리 치며 날려 보낸 이후부터, 모기와 혼동될 염려 없는 잠자리를 선호하게 되었다.
꽁지를 자르고 그 자리에다 지푸라기 꼽아 날려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가슴에 실로 묶인 잠자리를 허공에 날리면 마치 날아가는 역마차를 모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몇 분도 못 버티고 추락하는 단점이 있어 자주 새 잠자리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해 가을, 동네 아이 하나가 제 삼촌이 잡아주셨다는 노끈에 묶인 참새를 갖고 노는 광경을 목격한 다음부터 밤마다 꿈속에 참새가 나타날 정도로 소유하기를 갈망하게 되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산 참새 파는 곳은 넓은 천지에 단 한 군데도 없었으니 결국 스스로 구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참새 포획 첫 번째 시도는 바구니를 이용한 참새 잡이. 그동안 만화책에서 익히 보았던 대로 가는 끈과 연결된 막대기에 지탱된 광주리 안에다가 쌀 수십 톨을 뿌려놓고 새 사냥에 나섰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참새는 고사하고 벌레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
살패한 광주리 사냥 다음은 생포할 확률이 아주 낮은 고무줄 새총. 신축성 높은 찰 고무줄은 막내 아우 기저귀에서 뽑아 마련했고, 나무 Y 몸통은 학교 마당에 심긴 이름 모를 작은 나뭇가지를 꺾어 조달했으며 탄환용으로 쓰일 콩알 만 한 자갈들은 우리 반에서 가장 먼 곳에 살던 개똥이네 동네까지 원정 가서 콩나물 기르고 두부도 만들어 파는 그 아이 집 인근에 흐르고 있는 시냇물 바닥에서 마련할 수 있었다.
드디어 완성된 새총으로 참새 생포에 나섰지만 어찌 된 노릇인지 쏠 적마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서 애꿎은 나뭇잎들만 떨궈대기 일쑤였는데 한 번은 바로 코앞에 앉아 있는 목표물을 향해 쏘다가 나뭇가지에 잘 못 맞아 내 이마 방향으로 튕겨오는 매우 위험스러운 상황도 있었을 정도로 나의 사격솜씨는 좀처럼 늘지 않아 결국 새총 사냥마저 접어야 했다.
이렇듯 산 참새 소유하기를 포기했는데도 전깃줄 위에 앉아 졸고 있거나 길바닥 위에서 톡톡 뛰며 모이 찾는 참새가 눈에 띌 때마다 반사적으로 돌멩이를 집었던 시절 예쁜 참새들.
통통한 몸통에 비해 날개가 작아서인지 날을 때마다 푸드덕 소리가 요란한 참새들. 이제는 가는 세월에 따라 모습마저 변해버렸는지 전혀 탐스럽지 않고 오히려 징그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