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뮤직 스토리

반갑지 못한 해후

by Seresta 2024. 2. 23.

 

 

교통이 발달된 사회에서 살다 보면 한해에도 몇 번씩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된다. 주로 사업상의 이유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휴가와 휴일을 이용한 관광과 휴식의 목적으로 여행할 때도 많다. 
 
일단 집 떠날 마음을 굳히게 되면 교통수단부터 모색하게 되는데 비행기로 날아가야 하는 장거리 여행을 제외하고는 예전에는 버스와 기차 같은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지만 요즘과 같이 자가용이 보편화된 시절에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비행기를 이용하기에는 짧은 거리이고 , 자동차를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되는 어중간한 거리가 여행의 목적지라면 아무래도 각 개인들의 사정과 기호의 따라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언뜻 생각하면 그래도 잠깐 타고 가면 되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층들이 많을 것 같지만 이외로 온종일 달려야 하는 자동차를 고집하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일 것으로 추측하는 이유는  내 가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해있는 까닭이다.

 

8시간 주행거리가 부담되어 경비행기를 택했다가 비행 도중에 겪은 극심한 난기류로 인해  극심한 공포의 순간을 경험한 후부터  대양을 횡단하는 장거리를 재외 한 모든 여행은 오직 차량으로 고집하게 되었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동차 여행, 잠시나마 숨 가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지는 생소한 풍경들을 뒤로 흘려 내버리는 그 신선한 느낌은 언제나 좋고 즐겁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그런 느낌들을 공유할 수 있어 좋고, 연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 좋겠지만 나 홀로만의 여행은 생경한 곳에서 상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나의 모든 짐이 담긴 한 개의 가방과 시디 음반 몇 장. 그리고 마실 생수나 소다 음료수 한 두 병을 지참하면 그만. 이제 목적지를 향해 출발만 하면 되는 것이다.
 
출발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가족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은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두 시간 정도 달려가다 재급유를 위해 내린 낯선 동네길 네거리에서 만난 유모차를 밀고 길 건너던 부부. 자신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내게 미소를 보낸다. 

 

 "좋은 날이군요"
"감사, 님들도 좋은 날 되시기를"
 
그이들은 집에 들어가 아이를 침대에 누이고 젖은 기저귀를 갈아 줄 것이며 저녁 준비로 들어가 모처럼 만에 한적 했던 휴일을 마무리 짓느라 조금 전에 한 정체미상의 여행객과 인사 나누었던 일은 이미 까맣게 잊었을 것이다. 
 
 다시 고속도로에 들어서 얼마큼 되었을까, 날은 이미 저물어 가는데 갑자기 강풍이 불어대면서 굵직한 빗방울이 차체를 두드린다. 쌩쌩 달려가던 차들은 모두 거북이가 되어 속도를 낮췄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겁도 없이 마구 질주하는 차들이 간혹 있어 조심스레 서행하는 운전자들의 선망을 받았다.

 

 

저만치 앞 차들의 브레이크 빨간 등들이 일제히 켜진걸 보니 무슨 사고가 난 모양이다. 잠시 후 스쳐간 사고 현장에는 사고 친 자동차는 조금 전 유난히 까불대며 뭇 차들을 앞질러가던 노란색 스포츠 자동차로서 길 아래 저만치에서 네 바퀴를 위로 한 체 뒤집혀 있었다. 

 

허공에 뜬 차바퀴는 아직도 돌고 있었고 빡빡머리 젊은이는 내리 붓는 비를 맞으며 맥없이 앉아있었다. 다친 곳은 없어 보여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신나게 달려가다 그 불행을 당했으니 젊은이의 이번 여행은 완전히 엉망이 돼버렸다.

 

배도 고프고 피곤도 하여 몇 번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수많은 불빛들이 따뜻하게 반짝이는 작은 도시로 들어섰다. 동네 입구에 맥도널드와 그 앞에 마주 하고 있는 또 다른 햄버거 집이 있었지만 여행 중에 햄버거 빵처럼 느끼한 음식은 없는 것, 좀 더 적절한 식당을 찾아 동네 안까지 들어가 봤지만 주말에 비까지 내려 그런지 비 맞은 가로등만 차량 맞게 서있을 뿐 거리를 활보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가 찾아낸 곳은 조그만 규모의 스테이크 집이었다. 거센 빗방울을 맞으며 급히 들어서니 손님 있는 식탁은 딱 한 군데, 나머지 식탁들은 모두 비어있었다. 그때 몸집 큰 웨이트리스가 다가오더니 창문 옆 어느 작은 식탁으로 안내했다.

 

창밖에 서있는 내 자동차가 외로워 보일 때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다. 먹기에 열중하다가 주위를 돌아보았더니 어느새 손님이 바뀌었는지 먼저와 앉아있던 손님 대신에 한 무리의 손님들이 떠들고 있었는데 그 일행 중에는 어디서 본듯한 사람도 있어 자세히 바라보니 오래전에 적지 않은 본인의 돈을 갚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던 인간이었다.

 

 

아는 척해본 들 반가울 것 하나 없는 그는 이전과 달리 콧수염에 몸도 많이 불어 있었는데 그의 특이한 제스처를 보나 걸걸한 음성을 보나 그때 그 사람이 틀림없었다.
 
아주 엉뚱한 장소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그자와의 만남은 즐겁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 인간도 라티노, 손님들도 라티노 종업원도 주방장도 모두 라티노 일색이라면 차라리 모른 척하는 게 백번 낫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가니 하필이면 계산대 앞에 있던 그가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한 체 눈만 크게 뜨고 있다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아주 멋쩍은 표정으로 뜨거운 커피 한잔을 건네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업실패에서 파산에 이르기까지, 그래서 아내와의 이혼과 재혼. 제기를 위해 이곳에 식당을 차리게 된 사연을 속사포처럼 들려주고 나서 제 얼굴과 도저히 울리지 않는 굵직한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마쳤지만 나는 괘씸한 마음으로 듣기만 했다. 외상값 떼먹고 도주했던 이야기는 쏙 빼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계산하기를 한사코 거부하더니 아무 때나 이곳에 둘러 공짜로 식사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미 비는 그쳤고 밤하늘도 몇 개의 별 빛이 보일 만큼 맑아졌다. 외롭던 자동차는 심란했던 마음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잊은 주인을 싣고 힘차게 출발했다. 
 
부우ㅜ웅ㅇㅇㅇ~~~~

 

 

How deep is your love
 
I know your eyes in the morning sun
아침 햇살에서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길을 발견합니다
I feel you touch me in the pouring rain
쏟아지는 빗속에서는 당신의 손길을 느낍니다.
 And the moment that you wander far from me
그리고 당신이 내게서 떠나 어디론가 멀어지는 순간
I wanna feel you in my arms again
저는 당신이 다시 내 품에 있기를 원하게 됩니다

And you come to me on a summer breeze
그러면 당신은 여름날 훈풍처럼 내게로 오고
Keep me warm in your love then you softly leave
나를 당신의 사랑 안에서 따뜻하게 품어준 다음 살며시 떠나지요
And it's me you need to show
How deep is your love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제게 꼭 보여주세요

How deep is your love, how deep is your love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I really mean to learn
저는 정말로 알고 싶습니다

 'Cause we're living in a world of fools
왜냐하면, 우리가 어리석은 사람들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Breaking us down when they all should let us be
그들은 우리를 그냥 놔두지 않고 파괴하려고 하니까요.
 We belong to you and me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속할 뿐, 그들에게 속해있지 않습니다.  

 I believe in you
나는 당신을 신뢰합니다.
 You know the door to my very soul
당신은 내 영혼으로 바로 들어오는 문을 알고 있습니다
 You're the light in my deepest darkest hour
당신은 가장 절망스럽고 어두울 때 나의 빛입니다
 You're my saviour when I fall
당신은 내가 넘어질 때 나를 구해주는 구세주입니다
 And you may not think I care for you 
When you know down inside
That I really do
그리고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아시지요?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당신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And it's me you need to show
How deep is your love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제게 꼭 보여주세요

 

 

 

 

'뮤직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로운 요셉  (0) 2024.03.21
사이비 왕궁의 멸망  (1) 2024.03.03
뱃고동 갈매기 울음소리  (0) 2024.02.18
바이올린 선생님  (1) 2024.01.28
앵무새 습격 사건  (0)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