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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스토리

사이비 왕궁의 멸망

by Seresta 2024. 3. 3.

 

 

사람들은 꿈에 대하여 잠재의식의 표출,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미리 알려주는 계시라고 말한다. 평소에 꿈을 대수롭지 여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처음 이사 간 집에서의 첫날밤의 꿈, 행운을 부른다고 알려진 돼지나 용에 관한 꿈만큼은 믿거나 믿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는 어릴 적부터 별다른 의미가 없는 개꿈들을 꾸었는데 가끔 시리즈나 연재 형태로 꾸기도 했다. 가장 많이 꾸었던 꿈은 전깃줄 없어도 불 들어오는 전구알을 손에 들고 쏘다니는 내용이었고, 사춘기가 되어서는 커다란 소금자루를 등에 지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는 꿈도 자주 꾸었는데 꿈속의 괴로움이 현실의 괴로움과 똑같았던 그런 꿈은 언제나 내 몸 상태가 나빴을 때 나타나곤 했다.

 

 

 

내가 꾸었던 꿈 중에서 가장 기묘했던 사례는 날 저무는 낯선 도시에서 헤매고 다니다가 쉴 곳을 찾아들어간 창고 건물 안에서 마주쳤던 수십 마리의 개 이야기.

 

도움을 청하려 들어선 공간 안에는 사람 대신 희미한 등불 아래  누더기를 덮고 누워있는 개 때들만 눈에 띄었다. 핏불과 로드와일러를 연상케 하는 시꺼먼 개들이 주류를 형성하는 가운데 색 바랜 하얀 개 몇 마리와  민첩해 보이는 점박이 한놈도 끼어있었다.

 

오랜 헤매임 끝에 가까스로 찾아낸 장소가 하필이면 길거리 부랑개들의 숙소라니. 개들은  겁에 질린 침입자를 해 일제히 대가리를 들어 째려보는 순간, 천만다행하게도 딱 거기에서 나의 악몽은 끝이 났다. 엄청나게 큰 비명소리가 동반된 나의 몸부림 때문에 곁에서 곤히 자던 아내가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던 것. 

 

 

 

비슷한 꿈을 몇 번씩 반복하는. 가끔은  시리즈 형식처럼 내용이 진행되는 꿈들 중에는 길바닥에 고인 빗물에도 낚시만 드려도 몸부림치며 줄지어 올라오는 물고기 꿈과 꿈속 내내 차 몰고 다니는 두 가지의 꿈. 얼마나 오랫동안 꾸었는지 어떤 날은 꿈꾸고 일어나면 물고기 비린내가 느껴지고 마치 장거리 여행에서 막 돌아온 사람 모양 온몸이 다  쑤시고 아팠다.

꿈이란 본래 깨어나면 곧 잊어버리게 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위에 언급된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내용들은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듯싶다.

 


                     

  -언젠가 꾸었던 나의 꿈 이야기(사이비 왕국의 멸망)-

집에서 멀리 보이는 언덕 위에 중세기 성과 닮은 근사한 건물이 들어섰는데 그곳은 인간의 심령을 맑게 해 준다고 선전하는 신흥종교의 본당이라고 했다. 마음의 질병을 앓고 있는 자, 육신의 병으로 고통을 받는 자, 심지어 부진한 사업으로 맘고생 심한 자들의 고민과 근심도 그곳에만 다녀가면 말끔히 해결해 준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마침 두 눈동자가 토끼 눈처럼 빨갛게 되는 괴현상에 고민하던 나는 치유의 소망을 품고 그곳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하여 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대한 건축물 앞에 널따란 공터가 있었고 사방에는 마치 수용소의 담을 연상케 하는 드높은 철책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앉아서 얼굴에 불량기가 가득한 교주라는 자의 일장 설교를 듣노라니 말 끝마다 너희들의 몸과 재산을 바치라는 내용뿐이었다.

사이비임을 간파한 내가 재빨리 그곳을 벗어나려고 하자 교주의 친위대쯤으로 보이는 건장한 자들이 나타나서 입장은 자유지만 나갈 때는 교주님의 허락이 있어야 된다며 뾰족한 쇠꼬챙이로 마구 위협하는 바람에 힘없이 돌아서려는데 저 아래 우윳빛의 별사탕처럼 보이는 내 집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늑한 내쉴 곳이 바로 저곳에 있는데 어쩌다가 이런 곳에 갇히게 되었을까?

평상시에는  별다른 고마움을 못 느끼고 살던 내 집이 그렇게 포근하고 아늑해 보일 수가 없었고, 한 번 그런 생각이 들어오자 무려 열 척이나 되는 높은 철책 담을 단번에 뛰어넘었다.

 

 

수용소와 다름없는 사이비 소굴에서 벗어나니 세상에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인파를 헤치며 가는데 문득 내려가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일 뿐 그 많은 사람들 모두 사이비 소굴로 향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들 멈추세요. 그곳에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합니다. 나도 그곳에 있다가 가까스로 나왔답니다. 집으로 돌아들 가세요!! 아무리 소리치고 애원했지만 기적의 간절한 소망을 품고 올라가는 사람들 귀에는 스치는 바람소리만도 못했는지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나는 수많은 생령들이 운집해 있는 그곳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지축을 뒤 흔들어대는 굉음과 함께 그 거대한 건물이 붕괴되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 사이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으며 지면이 열리더니 건물과 사람들을 한꺼번에 꿀꺽 삼키더니 그 넓은 장소가 마치 거대한 가마솥에 죽이 끊는 것 모양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일찍이 단테가 서술하였던 지옥의 장면보다 더욱 끔찍한 광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해해" " 해해" 하고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나는 이건 꿈이라고 단정하며 잠에 깨어났는데 내 몸은 이미 흘린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꿈속에 사건들이  현실이 아닌 꿈이라는 것을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부글부글 끓어대는 지면 위에는 마치 돼지 눈 닮은 거대한 눈깔 한 개가 매우 뚜렷한 윙크를 보내고 있었고 바로 그 곁에는 한글로 된 엄청 큰 사인 판 [해해] [해해]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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