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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여인의 향기

by Seresta 2024. 2. 3.

 

첫 번째 이야기...

언젠가 고국 다녀오는 길에  어느 여인과 동석하게 되었다. 내 옆좌석 승객이 동성 보다 여성이 좋은 것은 취향이 아닌 자연의 섭리 일진대 하물며  재스민 향기가 은근히 풍겨 나는 묘령의 여성임 이랴. 처음 앉아서는 어색한 눈인사만 교환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며 자연스레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크지 않은 체구의 조그만 얼굴. 여느 미시 주부와 별 다를 바 없는 그녀의 살짝 비음 섞인 음성이 어딘지  익숙하게 느껴져 몇 번씩이나 그녀의 얼굴을 보며 정체를 알아내려 했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을 때  그런 나의 모습을 눈웃음 지으며 바라보던 그녀. 얼굴을 붉히며 탈랜트 아무개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혀주어 나를 놀라게 했다.

 

오랫동안 현직 탤런트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녀는 드라마 영상 속 여인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주부의 모습이었기 때문인데 “의상과 화장, 그리고 조명 때문이에요" 마치 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묻지도 않는 대답을 하며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은  한 떨기  재스민꽃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

옛날 무척 오랜 한 옛날에 중국 월나라에 서시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다. 태생적 절세미녀인 서시는 가슴앓이병이 있어 미간을 찌푸리는 버릇이 있었으나 워낙 미모가 뛰어나서 인상 쓴 표정마저 예뻤다고 전해온다.

 

한 번은 길 가던 서시가 얼굴을 씻기 위해 강에 얼굴을 비추자 물속에 물고기가 서시의 얼굴을 보느라 헤엄치는 것을 잊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는 침어 이야기를 낳았을 정도로 그녀는 중국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미녀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 역사 속의 유명한 대부분의 미녀들이 그렇듯 서시 또한 경국지색 미녀, 자신의 미모와 웃음으로 한 나라를 망하게 한  독버섯 같은 미모의 소유자였을 뿐이다.

세 번째 이야기....


"마음이 고우면 얼굴도 예뻐진다"는 한국의 속담이고, "사십 이후의 모습은 자신의 책임이란 말은 마음 씀씀이와 얼굴 모습에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젊었을 때는  예뻤는데 나이가 들면서 초라한 모습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와는 반대로 예쁘지 않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호감 가는 모습으로 변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두꺼비  모습을 연상케 하는 여성과 결혼한  친구 하나는 세상에 여자가 그렇게도 없었냐고 놀려대는 친구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역설했다.

 

"이목구비의 아주 조그만 위치나 모양이 사람의 모습을  좌지우지하는 법.  나는 그래서 늙어지면  결국 다 사그라지고 마는 외향보다는  언제까지라도 계속 남아있을 그녀의 알뜰하고도 어진 심성, 그래서 항상 사람을 편안케 해주는 그녀를 택하였네"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예쁜 부인 얻었다고 자랑하던 녀석들의 마누라나 두꺼비처럼 생긴 여성을 부인삼아 친구들로부터  놀림받던 당사자의 마누라나  큰 차이는 없어졌고  다만 억척 두껍 마누라의 내조를 받은 그 친구가 가장 많은 복을 받은 것 같다.

마지막 이야기..

어느 여인과 마주 앉아 있어 보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어떤 '무엇'이 느껴진다.  그 '무엇'은 친구가 반했던 성품 일수 도 있고 마음 씀씀이에서 오는 향기.  그리고 대화와 감성의 일치 일수도 있겠다.  

어여쁜 자태를 지녔어도 무언가 가까워지기 어려운 거리감을 주는 여인이 있는가 하면  얼굴에 고 된 세월의 흔적이 새겨졌어도 볼수록 정들고 호감 가는 여인도 존재한다.

속으로부터 우러나는 아름다움 보다 서시를 닮으려 하는  영상 속의 아이돌을 흠모하는 우리의 아들들은  과연 언제쯤에나 겉만이 아닌 몸 전체에서 풍겨 나오는 아름다운 향기. 가는 세월에도 변하지 않는  향기를 감지할 수 있게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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