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이 오면 여기저기에서 많은 모임과 행사가 열린다. 그 많은 모임, 행사들 중에는 무사히 한 해를 보낸 데에 대한 만남들, 각자가 몸 담고 있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파티들이 가장 많은 것같고것 같고, 전체적 문화생활의 향상 덕분인지 어린 연주자들의 발표회도 부쩍 늘었다.
한 해 동안 배우고 익혀온 연주 기량을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선보이고 전문연주자로서의 자세를 배우고 익히기 위한 연말 연주회. 그럴 때마다 분주해지는 사람은 언제나 그들의 부모 일 것이다. 발표회 날 입을 옷도 준비해야 하고 특히 아직은 숙련 중에 있는 연주자들의 발표회에 관심을 못 두는 일반 관객들의 초청 또한 부모들의 감당해야 하는 까닭이다.
평소 연말 특성상 많은 행사와 모임이 겹칠 수밖에 없는 연말의 주말을 미숙련 연주발표회에 할당하는 것은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 내게 삼 년 내리 초청장 보내주신 분이 있었다.
재능 많은 딸아이 연주회에 자기네 네 식구만 달랑 참석하는 것이 너무 외로워서 학교 급우 관계에 있는 우리 집뿐만이 아니라 반 전체 모두에게 초대권도 보내는 것 도 모자라, 전화로 직접 꼭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석을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초청을 물리쳤던 그 이듬해 연말, 이미 빼어난 연주기량으로 유수 음대에 풀 장학생으로 입학이 확정된 제니퍼 엄마로부터 또 한 번의 연락을 받았다.
딸 제니퍼의 마지막 연주회이기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참석해 달라는. 초청보다 명령에 가까운 호소를 하며왜 우리 온 가족이 함께 참석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작년 연주회 때 참가했던 여덟 명의 원생들 중에서 딱 한 개의 꽃다발 받은 자는 오작 자기 딸뿐이라서 너무 외롭고 서러웠다는 것.
드디어 다가온 발표날. 우리 가족 모두 가기로 했으니 제니퍼는 최소한 우리 가족의 꽃다발 한 개는 이미 확보되었다. 연주회 장소는 생각보다 넓었고 원생들의 연주 솜씨도 모두 수준급이라서 발표회 같지 않은 전문 연주자들의 음악회 같았다.
연주회 중반쯤 드디어 우리를 초정한 우리 큰아들의 급우 제니퍼가 무대에 나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시종일관 빼어난 연주 솜씨로 관객들의 많은 갈채를 이끌어 내었다.
드디어 연주회가 종료되면서 무대에 선 연주자들에게 학생들의 꽃다발을 건네는 순서가 왔다. 눈처럼 새하얀 드레스 차림의 제니퍼에게 건네지는 송이송이 꽃송이들.. 그녀의 작은 가슴 안에 더 이상 품을 수 없는 가지각색의 꽃다발들이 너무 많아서 그녀 발아래에 소복소복 쌓여갔다.
우리 가족이 준비해 간 꽃다발도, 브라이언네 꽃다발도 행복에 젖어 어쩔 줄 모르는 소녀의 품 안에 잠깐 안겨졌다가 꽃다발 더미와 합류되었다.
너무 행복하고 기뻐서 천사처럼 웃고 있는 제니퍼의 엄마, 브라이언 엄마, 경수 누나, 신디 엄마, 그리고 우리 집 모녀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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