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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파타고니아 여행 [5] Buenos Aires

by Seresta 2023. 10. 18.

우수아이아에서 늦게 출발했던 관계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한 시가 지난 늦은 밤. 여행 첫날부터 우리 내외와 동행했던 친구의 따님이 야밤의 택시는 불안하다며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몰고 그 깊은 밤중에 공항에 나와 대기하고 있다가  시내 호텔까지 동행하고  체크 인까지 해주어  몹시 미안하면서도 고마왔다. 



 

이튿날 느지막이 일어난 우리는 탱고 공연으로도 유명한 카페 또르또니의 개장시간 오전 10시에 맞춰 찾아갔다. 1858년에 개업하여 1894년부터 현재 위치로 이전하여 지금의 영업 중인데 다녀갔던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사진들이 카페 벽전체를 메우고 있을 만큼 사교와 문화의 교류 장소였단다.

Café Tortoni에서 커피와 샌드위치 오렌지 쥬스 로 breakfast를 마치고 에비타 페론과 그녀의 가족들의 묘를 비롯하여 대통령 노벨수상자 등의 유명인사들이 안치되어 있는 레콜레타 공동묘지(Cementerio de la Recoleta)를 찾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라고 해서 커다란 기대를 안고 찾아간 묘지공원은 사람 사는 웬만한 주택보다 더욱 화려하고 견고하게 지어져 있었다. 다양한 디자인의 묘지 건물들은 여러 형태의 탑 석상들과 더불어 묘지라기보다는 석조 예술품들의 전시장 같았다


석조물의 장식들이 불국사 다보탑 못지않은 수려함을 지닌 어느 가족묘지 앞에 앉아 사진도 찍어가며 고인들의 삶이 어떠했을지를 상상해 보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작은 석조 주택 단지에 거주자는 돌로 만들어진 수많은 십자가와 성모상과 천사들 그리고 인간들. 이 땅 위에 삶이란 고작 이것뿐이던가? 

심지어 어느 가족의 묘실에는 몇개의 석관들이 유리창을 통해 노출되어 있어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로  하여금  어떤 우울한 느낌, 인생무상의 허무감마저 일게 해 주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있는 환한 대낮인데도 으스스 한 이곳. 아무도 없는 밤에는 얼마나 무서울까라는 같은 생각에  관람하고픈 마음마저 사라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아간다는 에바 페론의 묘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그냥 나와버렸다. 



 

아르헨티나 수도는 공원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푸르고 아름다운 공원들이 많았다. Bosques Palermo , Jardin Japones , Rosedal De Palermo 이들 세장 소들은 둘러볼 시간이 없어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공원들이고 그 외에도 크고 작은 park, plaza들이 가는 곳곳마다 펼쳐져 있는 것을 보니 도심지의 녹색지대도 국립공원 못지않게 잘 보존되어 있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저녁은 늦게 시작되는데 여름날 낮의 긴 시간 때문이 아닌 그들의 문화이자 풍습이 그렇기 때문이다. 21세기 세상에서는 더 이상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점심 후의 낮잠시간을 (siesta)를 고수하는 거리에는 두세 시간 동안 문 닫는 식당 상점들도 많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중급 이상의 식당들의 저녁 개장시간은 8:00 pm. 오후 다섯 시 정도에 해가 지는 엘에이였다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 들 준비하는 시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친구의 자녀들로부터 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변에 위치한 멋진 식당에서 풍성한 음식을 대접받는 느낌은 각별하였다.

집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  한 군데라도 더 보기 위한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고층건물들로 가득 찬 신 다운타운 거리들도 멋졌지만 예술적 장식이 풍부한 석조 건물들로 가득 찬 오월의 광장 주변의 정경은 경이로웠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 발레, 콘서트 극장들 중에 하나로 꼽히는 Teatro Colón
에바 페론의 숨결이 어린 대통령 관저 Casa Rosada

과거 예술의 전당을 서점으로 개조하여 마치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일으키는 명물 서점 El Ateneo 외, 아직도 둘러보지 못한 많은 명소들은 다음번 기회로 기약하면서 탱고의 발생지역이자 아르헨티나의 국민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의 소속 축구팀이 있는 보까(La Boca)로 이동했다

명물 서점 El Ateneo

라 쁠라따 강 (Rio de La Plata) 항구 지역인 라 보카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지역으로서 형형색색의 집들과 카페와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엘 까미니또(El Caminito) 거리는 이 지역의 산역사로 남아있다.

어느 식당 앞에는 프란치스코 바티칸 교황(El papa Francisco) Jorge Bergoglio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생자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듯 사람보다 큰 교황의 모형물을 전시해 놓았고  거리 곳곳에서 마라도나의 유니폼을 입은 통통한 체구의 사나이들이 백 페소(1달러), 혹은 오십 페소의 가격으로 사진 모델노릇을 자청했지만 공짜로 내 옆에 서주겠다 해도 손사례 칠 만큼 마라도나와 닮지도 않았고 지저분해 보였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탱고 공연 무대가 겸비된 노상 식당들은 한산하였다. 이국 타향 타지의 삶이 고달프던 유럽의 이민자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추었던 춤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오늘날의 탱고로 정착됐다는데 심각한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몇 안 되는 관광객들 앞에서 탱고춤을 추는 남녀 무용수들의 모습이 조금 애처롭게 보였고 그런 나의 눈빛을 눈치챈 우리를 안내하던 친구의 새내기 며느리가  지금은 무더운  오전이라서 한산한 것일 뿐 저녁에는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가득 매어진다고 말해주었다.

아르헨티나 도착 부터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해주었던 고마운 친구는 보름 후 엘에이에서 재회할 우리 내외의 배웅을 위해 사위가 운전하는 차량에 편승하여 우리가 공항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지켜봐 주셨다.

 

지독한 팬더믹 상황아래 결코 쉽지 않았던 파타고니아 여행. 볼거리가 무진장 많은 그곳에서의  비행시간을 제한 12일의 짧은 체류기간은 지극히 짧았으나 하루하루가 새로운 것들을 보며 이제까지 몰랐던 많은 점들을 깨우치게 하는 귀한 순간순간의 연속이었다.



 

세월의 변화를 거부하는 파타고니아의 장엄한 산들과 호수들. 나는 그 위대한 인류 유산 앞에서 한없이 작고 약한 존재라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라 보까 거리에서 서성이는 관광객들 모습에서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 이토록 아름답고 위대한 자연을 창조해 주신 하나님께  경배와 찬양을 올리며 이번 여행을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안내해 주신 이광운 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2022년 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