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풍랑과 높은 파도로 인해 범선들의 공동묘지라는 악명을 지녔던 대서양과 태평양 두대양이 연결되는 Cape Horn 지척에 위치한 푸에고 섬 Tierra del Fuego 내 우수아이아(Ushuaia) 항구에는 남극대륙과 연결되는 연락선들과 섬 주변을 항해하는 유람선들이 정박해 있었고 바다로 나가는 대게잡이 작은 어선들도 보였다.
우리는 사전에 예약해 두었던 비글 해협 주변을 도는 투어. 펭귄과 흡사하게 생겼으되 모가지가 길어 슬프다는 가마우지와 바다사자 떼가 서식하는 섬들과 세상의 끝 등대가 서있는 섬까지 두루 돌아보는 유람선에 올랐다.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위에 항해는 잔잔한 호수 위에 항해 때보다 거칠었지만 볼거리들은 많았는데 이미 이전 여행지에서 보았던 엄청난 광경들로 인해 만성이 되어버렸는지 선내 관광객들이 새로운 섬들이 나타날 때마다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 찍는다고 난리 쳐도 창가에 제일 좋은 좌석들을 선점한 우리는 자리에 앉은 체 고개만 돌리며 바라볼 뿐이었다
배는 원주민이 기거했었다는 어느 섬에 정박하여 우리도 섬에 내려 모래 아닌 조개껍질 해변가를 걸었다. 섬에는 어부가 지었다는 통나무집 한 채와 섬 발견 당시 그들이 살고 있었다는 아주 엉성하고 초라한 움막도 보존되어 있었다.
발견 당시의 원형 대로 보존돼 있는 원주민의 움막. 완전 나체 상태의 원주민들 사진과 더불어 동상도 세워져 있는데 이빨이 덜덜 떨릴 만큼 몹시 추운 날씨 아래 바람조차 막을 것 같지 않은 엉성한 움막 처소에서 어떻게 맨몸에 바다사자 가죽 한 장만 걸치고 살 수 있었는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배는 다시 출발하여 가마우지 떼가 앉아있는 섬을 지났고 그중에 몇 마리가 청둥오리처럼 허공을 나는 장면(펭귄은 날지 않는다)도 구경했으며 샌프란시스코 피에르 39 부두의 징그럽던 바다사자 보다 훨씬 날씬하면서도 깨끗해 보이는 남쪽의 바닷 사자들의 서식처도 지나 갔고 언젠가 홍콩 영화 중에 무대가 되어 유명세를 탔다는 세상 끝 등대도 선실에 앉아 보았다면 드디어 돌아갈 차례.
아르헨티나 도착 내내 연 일 강행되는 여행 스케줄에 조금은 지쳐있었터라 구경이고 뭐고 따뜻한 호텔방에서 쉬고 싶었다.
숙면을 통해 전날의 피로가 말끔히 풀린 우수아이아의 이튿날 아침, 호텔 식당에서 신선한 과일이 곁들인 조식으로 원기를 회복한 우리 일행 세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투어버스에 올라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20인승 투어버스에 운전기사와 스페인어와 영어 폴튜갈어 모두 삼국 언어에 능통한 가이드 그리고 우리 세 사람만 탑승하니 마치 가족 나들이처럼 호젓했다.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가이드는 우리도 알아듣는 스페인어로 때로는 영어도 섞어가며 창밖으로 스쳐가는 경치를 소개했고 1800년대 말 티에라 후에고 섬에 수용된 죄수들이 건설했다는 이채로운 우수아이아의 초창기 역사도 들려주는 사이 국립공원 투어 첫 번째 이벤트인 목조 열차 역에 도착했다
죄수들이 주변의 나무들을 벌목해서 깔아놓은 선로의 폭은 고작 55cm. 그래서 역시 자신들이 만들어 벌목된 나무를 운반하는데 쓰였던 기차도 어린이 유원지 내 기차와 같이 비좁고 작았는데 시대 변화에 따라 창문조차 없었다는 죄수와 원목 호송열차를 원목 결을 예쁘게 살린 아기자기한 관광열차로 개조하여 편도 7km의 코스를 빠르게 걷는 속도로 운행하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

우리의 탑승칸은 식탁이 겸비된 일등석으로서 팬더믹 상황으로 인해 한 차량에 두 팀만 수용하여 편안한 운행을 즐길 수 있었다. 사전에 주문했던 점심이 식탁 위에 차려지자 기차는 출발했다. 식사하는 와중에 이어폰을 장착하고 7개국 언어로 안내되는 설명을 들으며 스쳐 지나가는 창밖에 경치를 보노라니 이건 관광이 아니라 신선놀음이었다.
한 시간 남짓 후 기차는 종착역에 도착했고 그곳에 미리 가서 기다리던 버스에 오른 우리들의 국립공원 탑방은 지속되어 반월형 물가가 인상적이었던 호숫가에서 기러기 닮은 이름 모를 새 가족들과 조우했고 딱따구리 서식처 숲길에서 이십 분가량의 트래킹을 하던 중 물레방아와 절묘하게 어울릴 법 한 자그마한 폭포물이 호수로 스며드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버스는 지구의 땅끝 마을로 알려진 비글해협 선착장에 도착하여 세상 끝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 엽서 세장을 구입하여 미국에 있는 자녀들에게 부쳤는데 정말 세상에 끝에 있는 우체국답게 우편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 항공편이 아닌 선편으로 운반하는지 엽서 보낸 지 열흘이 지났음에도 언제나 도착하려는지 깜깜무소식.(정확히 40일 만에 도착)
볼 것도 많고 가볼 데도 많았던 국립공원 탐방은 반나절만에 마쳐야 해서 아쉬움도 많았지만 예약 되었던 일정에 따라서 출발점인 호텔로 되돌아가야 했다. 고사이에 정들었던 가이드와 버스기사와 작별한 우리는 다시 시내로 나가 우수아이아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위해 이곳의 유명한 특산물인 대게 샌또야’ Centolla = king crab) 대게잡이 어선을 세척이나 운영하며 전날 밤에 잡은 게 모두들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소비한다는 장소를 찾아가 무려 한 시간가량의 줄을 선 다음에야 들어설 수 있었다.
수족관 게들 중 가장 큰 놈으로 두 마리를 주문하자 잠시 후 익어서 빨갛게 변색된 게 두 마리. 엄청나게 큰 대왕 게 두 마리가 두 개의 쟁반에 얹혀 나왔는데 덩치가 얼마나 크게 보였는지 주변의 사람들 조차 놀라서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그동안 먹어봤던 여늬 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오묘한 맛. 탱글탱글한 식감에 고소하고 달콤한 맛은 캘리포니아 리돈도 비치에서 먹던 던지네스 게 맛보다 훨씬 좋았다. 잡히기가 무섭게 수족관에 잠시 둘렀다가 증기에 쪄내서인지 몸통에서부터 다리의 마디마디 마지막 부분까지 하얀 게살로 가득가득 채워져 있었다.
커다란 다리에서 발라낸 게살을 먹기 시작했는데 배가 너무 불러와 따라 나온 볶은밥도 양배추 토마토 샐러드는 입도 못 대고 게살이 들어찬 두 번째 세 번째 마디들 마저 남겨야 했다.
이튿날 추운 아침. 한여름에 잠깐 내리다 만 눈을 맞은 우리는 못 다했던 시내 구경 나갔다가 오후 10시 부에노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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