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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나비 효과에 관한 소고

by Seresta 2023. 10. 17.

 

우리는 종종 나 자신이 했던 어떤 행동이나 일에 대한 결과에 흡족해하거나 괴로워할 때가 있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딸을 교통사고로 잃는 엄청난 불행으로 오랜 기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

졸업 축하 프롬 파티에 참여하는 딸이 아빠의 만류에도 자신의 친구들과 같이 가겠다며 친구 자동차에 동승했다가 변고를 당했는데 그때 그분이 절규한 것은 프럼 사고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친구들과 가겠다는 딸 고집을 끝까지 막지 못한 데서 오는 처절한 후회 때문이었다.

평소처럼 아빠가 운전하는 자동차로 갔더라면 아무런 일 없었을 것이라며 통곡하던 그의 절규도. 차량 출발 시간이 단 몇 초라도 늦었거나 일렀더라면 자동차 충돌 순간은 면하지 않았을까라는 공허한 가정도 생각해 보면 나비효과에서 발생되는 현상 이 아닐까?

우리 가족이 미국 엘에이로 이민 왔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거주할 장소와 타고 다닐 자동차. 그리고 아이들 학교 편입에 이어 교회를 정하는 일이었다.

처음 이주해서는 처가댁 가족들이 다니시는 A 교회에 나갔는데 죄다 모르는 얼굴들이라서 적응이 쉽지 않던 차에 아는 분께서 자신이 참석하는 B 교회로 오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 교회에는 예전 우리가 살던 곳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던 터라 우리 내외는 망설임 없이 그다음 주일 오전, 곧 우리의 교회로 정해질 B 교회를 향해 출발했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청명한 일요일 아침. 한적한 도로를 신나게 달려가던 내 시야 앞에 갑자기 출현한 자동차와 박치기하는 사고가 터졌다. 도로변 맥도널드 식당 길가에 주차되었던 사고유발 자동차의 운전자가 차량 드문 일요일이라고 방심했는지 도로 전체를 가로지르는 거침없는 유턴 행각을 벌이려다 하필이면 그 순간에 달려오던 내 자동차에게 옆구리를 받혀버린 것.

그래도 부상 당 한 사람들이 없었기에 다행이었지만 사고 수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결국 B교회 참석은 없던 일이 되면서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는데 그날 만약 보험조차 들지 않아서 내게 적지 않은 피해를 끼쳐주었던 똥차 주인의 배 만 고프지 않았더라면.

 

전혀 예기치 못 했던 시간과 장소에서의 만남으로 나와 내 가족들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주었던 라티노 운전자. 내가 살아가는 동안 다시 또 마주칠 일이 전혀 없을 그 사고 유발 운전자가 맥도널드 식당이 아닌 길 건너편에 있는 뽀요로꼬 식당이나 따꼬벨 같은 식당으로 들어갔더라면

 

차라리 내가 조금만 느리게. 혹은 아주 조금만 빠르게 운전했더라면 사고의 순간을 모면하여 아는 분들의 따뜻한 환영 속에 B교회 교인으로 나가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맺어질 여러 사람들 관계에서 파생되고 전개돼 나갈 또 다른 삶의 변화로 인 해 현재와는 생판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 뻔하다.

 

그날 내가 만약 사고만 치지 않았더라면 지금 쯤…

지금 나가고 있는 A교회에서 친분을 맺은 분들과의 연결에 연결로서 생겨 난 지금의 며느리 사위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들이 우리 집 자녀들의 배우자들이 됨으로써 손자 손녀들의 숫자와 그들 가정의 살림 형편이 현재와 다른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은 물론 나 역시도 은퇴자 신분이 아닌 사업체 운영자. 어쩌면 이미 천국의 시민이 되어 세상걱정 없는 천국 생활 중에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듯 세밀한 계획을 세우고 하는 일에도 차질이 생겨 삶에 변화가 생기 듯, 무심코 내뱉는 나의 한마디가 듣는 이들의 상처가 되어 순탄하게 진행돼 가던 그들 삶의 방향을 어긋나게 할 수 있고, 생각 없이 행하는 나의 행동 하나에서 비롯된 작은 불씨가 하나가 평탄한 내 삶을 그을리고 태워버리는 커다란 불로 번질 수 있는 만큼 매사에 신중에 신중을 기 할 수밖에 없으리라.

 

남미 아마존 정글에서 서식하는 나비 한마리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주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Butterfly effect 나비효과란 용어는 초기값의 아주 작은 차이에 의해 결과가 달라진다는 혼돈, 즉 카오스 이론에서 파생되었다.

얼핏 볼 때면 나비라는 곤충 단어와 카오스라는 고대 그리스어 단어가 인용되어 무슨 대단한 이론, 선뜻 이해하기 난해 한 이론처럼 느껴지지만 용어가 생소해서 그렇지 위에서 언급된 우리의 행위와 행동에서 파생되어 가는 일종의 사필귀정이나 인과응보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무난할 듯싶다.

언젠가 코스트코 피자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거의 죽다가 살아난 이후 급히 먹다가 일어났던 나의 잘 못을 그 회사 피자의 두껍고 질 긴 빵 부분을 탓했던 전과를 가지고 있는 난 그래서.

장난꾸러기 우리 손자 손녀를 차에 태우고 다닐 때나 돌보는 시간만큼은 그들이 착하고 건강하게 성장함으로써 자신들의 행복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 긍정적 나비효과 만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로 성장하도록 나의 모든 운전 동작과 행동 하나하나에 각별한 조심을 한다.

그렇게 하는 것 만이 내가 주님으로부터 받은 은총과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보답 해 드릴 수 있을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믿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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