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파타고니아 여행 [3] El Chalten (엘 챨텐)

Seresta 2023. 10. 17. 22:04

2022 정월 초하루 아침.   이십여 명의 관광객을 실은 버스는  파타고니아의 중심이라   있는 찬텐 시를 향하여 이차선 아스팔트 도로 위를 질주해 갔다.  

저 멀리 지평선 끝자락에 펼쳐진 안데스 산맥의 하얀 봉우리들과 은빛으로 반짝이는 호숫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버스 창 밖의 풍경을  배경으로 스쳐 지나가는 광야 곳곳에는 다수의 야생 라마들과  여느 토끼보다 덩치는 큰 대신 귀가 조금 짧은 파타고니아 토끼가 눈에 띄었고  쉽게 만날 수 없다는 누렁색 퓨마가 어디론가 달려가는  광경도 목격할 수 있었다. 

어제 유람선으로 달렸던 아르헨티노 호수와 강으로 연결되는 1,088 km² 면적에 길이 80km. 최대 15km 비에드마 호수(Viedma Lake) 숨바꼭질하며 달리던 버스는 예정된 시간에 맞추어 파타고니아의 유명한 명산 피츠로이(Fitzroy 3,405m) 세로토레(Cerro Torre 3,102m) 트레킹 코스의 출발지점  찰텐에 도착하여 마을 어귀 전망대에 올라 날카로운 삼각 형태의 봉우리가 여러 개가 모여 마치 이집트의 피라미드 닮은 피츠로이 산봉우리를 찾아봤지먼 짙은 구름이 끼어 있는 탓으로 아무것도볼  없었다.

겨울에는 악천후 때문에. 여름에는 안개와 강한 바람 탓에 자주 끼는 구름 탓으로 맑은 하늘 아래 산봉우리 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가이드의 위로 어린 설명에 우리는 그만 맥이 탁 풀렸다. 아웃도어 스포츠웨어로 유명한 파타고니아 상표의 상징이기도 한 피츠로이 산을 보려고 그 위험한 팬더믹 상황마저 무릅쓰며 이곳까지 날아왔건만 고작 구름 때문에 볼 수 없다니...

우리 내외와 동반한 한국 산악계의 원조 친구 이광운님. 마을 뒷 산등선에서 한 컷.

잠시 맥이  풀렸던 우리는  아담한 마을 거리를 걸었다.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같이배낭을 메고 있었고 더러는 대여섯 명의 그룹으로 혹은 홀로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찾아온 산마을의 거리를 걷거나 길가 둔턱에 앉아 쉬고 있었다.

                                                                    피츠로이산 실류엣 유명 아웃도어 의류 로고

통나무로 지어진 아담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폭포를 구경했고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인근 야산에 올라 몇십 컷의 사진을 찍었으며 안데스 콘돌이 하늘을 나는 광경을 목이 아프도록 바라보았다.

돌아갈 시간이 다 된 듯하여 버스 대기장소로 향해 걸어가는데 문득 하늘을 보니 가득했던 구름들이 살짝 흩어지면서  그렇게도 보이지 않던 피츠로이 산봉우리들을 아스라이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행여나 놓칠세라 버스는 어렵사리 모습을 드러낸  피츠로이의 정상이  또 구름 속으로 사라질까 조바심 내는 승객들을 싣고 인근 전망대로 질주해 갔다.

2022년 첫날.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는 장엄하면서도 매혹스러운 파타고니아의 아이콘. 

구름사이로 드러낸  피치로이의 자태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던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수십 개의 아주 크고 아주 작게 보이는 삼각형의 신비로운 모습에 시간의 흐름마저 멈추는 듯했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고개를 돌려 멀어져 가는 산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는 것으로 짧은 일정을 마친 우리 일행은 이튿날 아침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지구의 최남단 도시로 알려진 우수아이아로 날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